제12화 — 귀환

《기록되지 않은 황제》

by 여철기 글쓰기

폴타바가 뚫린 건 사흘째 밤이었다.

루스 기병이 동쪽 목책을 돌파했다. 경보가 울렸을 때 이미 안에 들어와 있었다. 2대대가 막았다. 막는 동안 1대대가 측면을 쳤다. 기병을 몰아냈다.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대가가 있었다.

티투스는 날이 밝을 때까지 부상자를 옮겼다. 걸을 수 있는 사람, 걸을 수 없는 사람을 나눴다. 죽은 사람은 세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숫자는 저절로 세어졌다.

새벽에 여단장 다메아노스가 막사 앞에 장교들을 불렀다.

지도가 펼쳐졌다. 폴타바. 드니프로 본영. 그 사이 백삼십 킬로미터.

"연락이 끊긴 지 나흘이오."

다메아노스가 말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본영에서 명령이 오지 않는다. 두 가지 이유 중 하나요. 명령을 보낼 여유가 없거나. 아니면."

그가 말을 끊었다.

아니면 본영 자체가 문제가 생겼거나.

그 말은 꺼내지 않았다. 꺼낼 필요가 없었다. 모두가 알고 있었다.

"나는 드니프로로 간다."

장교 하나가 입을 열었다.

"명령 없이 주둔지를 이탈하면—"

"내 직권이오."

다메아노스가 짧게 잘랐다.

"여기 남아서 다시 뚫리면 여단이 없어지오. 드니프로로 가면 적어도 군단과 합류할 수 있소. 나는 여단을 지키는 쪽을 택하겠소."

침묵.

촛불이 흔들렸다.

"이의 있는 사람."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출발은 한 시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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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이 움직였다.

정확히는 사천육백이었다. 사흘째 밤 교전으로 사백을 잃었다. 걸을 수 없는 부상자는 마차에 실었다. 마차가 부족했다. 중한 부상자만 실었다.

폴타바를 나선 것은 새벽이었다. 안개가 들판을 덮고 있었다.

1대대는 선봉이었다.

티투스는 1중대를 이끌고 선두에 섰다. 중대원 이백. 사흘째 밤 교전 전에는 이백십이었다. 뒤에 2중대, 3중대, 4중대. 그 뒤로 2대대, 3대대, 4대대, 5대대. 여단장 다메아노스는 중앙인 3대대와 함께 움직였다.

부관 필리포스가 나란히 걸었다.

"백삼십."

그가 낮게 말했다.

"알고 있다."

"며칠이나 걸립니까."

"빠르면 닷새."

필리포스가 앞을 봤다.

안개 속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느리면요."

티투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첫날은 조용했다.

너무 조용해서 이상했다.

오후에 정찰이 돌아왔다. 동쪽 이십 리에서 부족 깃발 둘을 봤다는 보고였다. 따라오는 것 같다고 했다.

다메아노스가 속도를 높였다.

"쉬지 않는다."

쉬지 않았다.


이틀째 오전.

부족 기병이 왼쪽에서 나왔다.

소리보다 먼저였다. 안개가 걷히는 순간 이미 가까웠다.

"방패!"

티투스가 외쳤다.

1중대가 방패를 세웠다. 화살이 쏟아졌다. 판자를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방패 사이로 온 것도 있었다. 옆에서 신음 소리가 들렸다.

기병은 달리면서 쐈다. 멈추지 않았다. 방향을 틀어 빠졌다.

왔다가 갔다.

끝나는 데 걸린 시간, 숨 열 번.

"피해."

"셋입니다. 하나는 걷기 어렵습니다."

필리포스가 말했다.

"마차에 실어."

"마차가—"

"자리 만들어."

행렬은 멈추지 않았다.


이틀째 오후.

이번엔 오른쪽이었다.

같은 방식이었다. 달리면서 쏘고 빠졌다. 아침에 왼쪽에서 온 것과 깃발이 달랐다. 다른 부족이었다.

연락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냥 각자 기회를 보고 치는 것이었다.

티투스는 그것이 더 불편했다.

루스 본대라면 전선이 있다. 어디서 올지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부족은 전선이 없었다. 어디에나 있었다. 어떤 것은 멀리서 지켜보다 그냥 사라졌다. 어떤 것은 뒤에서 왔다.

밤이 문제였다.

야영하면 타겟이 됐다. 그렇다고 밤새 걸으면 대열이 흐트러졌다.

다메아노스는 절충했다. 넷 중 셋은 자고 하나는 섰다. 그리고 날이 밝기 전에 출발했다.

잠이 부족했다. 모두가.

티투스도.


사흘째 밤.

들판을 가로지르다 멈췄다.

앞쪽 정찰이 돌아왔다.

"마을입니다. 불 켜져 있습니다."

다메아노스가 물었다.

"규모."

"작습니다. 민가 스무 채 정도."

"우회한다."

우회하면 두 시간이 더 걸렸다.

다메아노스의 선택은 옳았다.

마을에 들어가면 시간이 걸린다. 민간인을 챙겨야 하고, 적이 숨어 있을 수 있다. 지금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우회하는 동안 티투스는 한 번도 마을 쪽을 보지 않았다.

보면 안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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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째 새벽.

루스 기병이 본대 규모로 왔다.

처음으로 루스 본대였다.

정찰이 먼저 알렸다. 다메아노스가 대열을 세웠다. 방패벽. 창. 후방에 궁병.

기병이 달려왔다.

한 번. 두 번. 세 번.

방패벽은 흔들렸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네 번째가 문제였다.

루스 기병이 방향을 바꿨다. 정면이 아니었다. 오른쪽 측면. 3대대와 4대대 사이 틈이었다. 사흘 동안 쌓인 피로가 그 틈을 만들었다. 기병이 비집고 들어왔다.

3대대가 뚫렸다.

"3대대 측면 붕괴!"

전령이 달렸다.

여단장이 있는 자리였다.

1대대장 카이사리오스가 티투스를 봤다.

한 마디였다.

"티투스."

티투스는 이미 돌아서고 있었다.

"1중대, 따라와."

방패벽 옆을 달렸다. 뛰는 동안 소리가 들렸다. 쇠 부딪히는 소리. 말 울음소리. 사람이 쓰러지는 소리.

3대대 쪽이었다.

루스 기병이 대열 안으로 파고든 상태였다. 보병이 흩어지고 있었다. 그 한가운데 다메아노스가 있었다. 말에서 내린 상태였다. 방패를 들고 버티고 있었다. 기병 셋이 에워싸고 있었다.

티투스가 외쳤다.

"창!"

1중대가 창을 잡았다. 달리면서 잡았다.

기병의 측면이었다.

말은 창을 싫어한다. 훈련받은 말도. 열여섯 개의 창이 옆에서 달려오는 것을 보면 돌아선다.

기병 셋이 돌아섰다.

그 순간이었다.

다메아노스가 앞으로 나왔다. 방패로 가장 가까운 기병의 말 머리를 쳤다. 말이 비틀거렸다. 기수가 흔들렸다. 옆에서 창이 들어왔다.

기수가 떨어졌다.

나머지 둘이 빠졌다.

대열 안에 고립됐던 루스 기병이 출구를 찾기 시작했다. 안에서 빠져나가려는 기병과 밖에서 막는 1중대 사이에서 전투가 짧게 벌어졌다.

짧았지만 거셌다.

기병이 빠져나갔다. 루스 본대가 물러섰다.

싸우러 온 게 아니라 막으러 온 것이었다.

막히지 않았다.


티투스는 그 자리에 섰다.

숨이 찼다. 손이 떨렸다. 달리면서 창을 잡았던 손이었다.

다메아노스가 다가왔다.

어깨에서 피가 났다. 방패로 막았지만 완전히 막지 못한 것이었다. 그는 천으로 어깨를 누르면서 걸었다. 멈추지 않았다.

"티투스."

"예."

다메아노스가 잠시 그를 봤다.

"일어서라."

티투스는 그제야 자신이 무릎을 꿇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언제 꿇었는지 몰랐다.

일어섰다.

다메아노스는 이미 돌아서고 있었다.

"간다."


닷새째.

강 냄새가 났다.

처음엔 바람에 실려 왔다. 희미했다. 그러나 달랐다. 들판 냄새와 달랐다.

1중대 맨 앞에서 걷던 병사 하나가 멈췄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냄새를 맡았다.

티투스가 다가갔다.

"뭐냐."

"강 냄새입니다, 중대장님."

티투스도 코를 들었다.

맞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앞으로 계속 걸었다.

그러나 걸음이 조금 빨라졌다. 자기도 모르게.


능선에서 강이 보였다.

드니프로였다.

대열이 능선 위에 멈췄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강을 봤다. 물이 흘렀다. 넓었다.

누군가 주저앉았다. 무릎이 꺾인 것인지 앉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 옆에 하나가 더 앉았다. 그 다음에 또 하나.

티투스는 서 있었다.

강변 아래로 깃발이 보였다. 제7군단 깃발이었다.

필리포스가 옆에 왔다.

"왔습니다."

티투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강을 봤다. 깃발을 봤다. 그리고 뒤를 돌아봤다.

능선 위에 앉아 있는 사람들.

사천 남짓.

폴타바를 나설 때 사천육백이었다.


본영 입구에서 위병이 창을 들었다.

"소속."

"제3여단. 다메아노스 여단장."

위병이 굳었다.

뒤에 다메아노스가 서 있었다. 갑옷이 흙투성이였다. 어깨에 천이 감겨 있었다. 나흘째였다. 갈아줄 붕대가 없었다.

위병이 안으로 고개를 돌렸다.

"제3여단 귀환!"

소리가 본영 안으로 퍼졌다.


보고가 끝났다.

티투스는 지휘소를 나왔다.

강이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필리포스가 옆에 앉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그냥 강을 봤다.

한참 뒤에 필리포스가 말했다.

"중대장님."

"뭐냐."

"1중대 몇 명 왔습니까."

티투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알고 있었다. 이백에서 출발해 백사십이 왔다. 폴타바 교전 전에 이백십이었으니 실제로는 더 많이 잃었다.

그러나 말하고 싶지 않았다.

강물이 흘렀다.

"왔지."

그게 전부였다.


마르코스의 기록.

제3여단 귀환 보고가 올라왔다. 다메아노스 여단장. 사천 남짓. 폴타바에서 닷새.

보고서에서 한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제1대대 1중대장 티투스. 나흘째 루스 기병이 3대대 측면을 돌파했을 때 1중대가 역습으로 대열 안에 고립된 여단장을 구해냈다는 내용이었다.

여단장의 이름은 기록된다. 여단의 피해도 기록된다. 그러나 그 순간 달려간 중대장의 이름은 보통 기록되지 않는다.

나는 그 이름을 적었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 기록했다. 부족은 전선이 없었다. 어디에나 있었다. 루스 본대의 명령을 받지 않았다. 스비아토슬라프가 원한 전쟁과 실제로 벌어진 전쟁이 달랐다.

두 개의 전쟁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었다. 하나는 계획된 전쟁. 하나는 계획되지 않은 전쟁.

계획되지 않은 전쟁이 더 넓었다.

— 제12화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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