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게 나는 홀로 사장이 되었다
2015년 겨울, 유난히 맑고 차갑던 12월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오랜 직장 생활의 굳은살이 무뎌지고, 어느 순간부터 회사에서의 시간을 흘려보내듯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당시엔 막연히 ‘회사에서 나오면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자만감이 있었습니다.
요즘 말로 ‘내일은 그냥 오는 게 아니지’란 생각은… 그때는 참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퇴사를 알린 뒤, 두 명의 지인을 만났습니다.
“같이 뭔가 해보자.”
그 한 마디에 세 사람의 커피잔이 달그락거렸습니다.
계획서도 없었고(^^), 기대는 허풍에 가까웠으며, 설렘은 걱정에 가까웠습니다.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웃었지만, 그 속에 깔린 긴 침묵은 ‘정말 이렇게 해도 될까?’ 하는 두려움이었습니다.
자신감이라기에는 조금 부족했던 마음.
“직장은 너무 매너리즘이 심했으니까.”
그저 일상을 바꿔보고 싶었고, 다른 그림을 한 번쯤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켠에는 ‘그래도 나는 조직에서 꽤 잘 해왔지’라는 자기 위안도 있었습니다.
일종의 만용이었지요.
가만히 떠올려보면, 용기와 만용은 한 끗 차이입니다.
저는 내심 ‘처음이라서, 다 괜찮을 거야’라는 뻔한 희망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1인 기업,
처음엔 두 명의 동료와 어깨를 맞댔다가도
금세 각자의 길로 흩어졌습니다.
부딪히는 현실 앞에서 협업의 끈은 쉽게 풀어졌고, 결국 저는 한 사람의 사장, 진짜 ‘사장’이 되어 버렸습니다.
사장이라고 써 있지만, 사실은 모든 것을 혼자 책임져야 하는 한 사람이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회사의 모든 일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업자는 있어도 팀원은 없었고, 결재선도 없었으며, 회의도 혼잣말이었습니다.
때로는 고요해서 좋았지만, 가끔은 너무 고요해서 막막했습니다.
누가 알아서 해 줄 일은 어디에도 없었으니까요.
사장을 혼자 맡는다 함은,
늘 어딘가 비어 있는 자리에 스스로 서 보는 일입니다.
용기가 아니라 만용으로 시작했으니, 종종 불안이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그래도 각오 하나는 있었습니다.
‘이왕 시작했으니, 내 방식대로 한 번 가보자.’
그 믿음만큼은 묘하게 단단했습니다.
새벽부터 밤까지, 사장으로 산다는 건 그렇게 하루를 버텨내는 일이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해 겨울, 회사를 박차고 나와 나와 함께 할 동료를 찾아 헤맸던 그 마음은 다만 ‘매너리즘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열망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열망은 어느새 ‘혼자서 생각하고, 혼자서 책임지고, 혼자서 다시 시작하는’ 삶으로 저를 이끌었습니다.
홀로 사장이 되고 난 뒤,
어떤 날은 용기가 붙고
어떤 날은 만용만 남았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날들이 모여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작은 사무실에서
적막과 설렘, 그리고 작은 성취를 곁에 두고
‘사장’이란 이름으로 또 하루를 걸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