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대학가의 조용한 혁명
1학년 1학기 - 모든 리포트는 손으로 작성했습니다. 원고지에 펜으로 꾹꾹 눌러 쓰는 것이 당연했죠.
1학년 2학기 - 강의실에 1~2명이 프린터로 출력한 리포트를 들고 나타났습니다. 신기한 눈으로 바라봤던 기억이 납니다.
2학년 1학기 - 절반 정도가 프린터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손글씨와 인쇄물이 반반씩 섞여 있었죠.
2학년 2학기 - 1~2명이 컬러 프린터 출력물을 제출했습니다. 그래프와 도표가 빨갛고 파란색으로 표현된 리포트는 그야말로 혁신이었습니다.
3학년 1학기 - 대부분이 프린터로 리포트를 제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손글씨는 이제 소수파가 되었죠.
3학년 2학기 - 절반 정도가 컬러 프린트를 사용했습니다. 흑백과 컬러가 공존하던 시절이었습니다.
4학년 1학기 - 도트 프린터가 아닌 레이저 프린터 출력물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글자가 또렷하고 깔끔한 새로운 세상이 열렸습니다.
도트 프린터는 참 신기한 기계였습니다. 한 장 출력하는 데 1~3분이 걸립니다. 20페이지 리포트를 출력하려면 1시간을 기다려야 했죠. 그 특유의 ‘다다다다~찍~' 하는 특유의 소리를 내며 한 줄 한 줄 찍어내던 그 모습. 그 이후 잉크젯, 레이저 프린터가 나왔지만 도트 프린터만큼 신기하지는 않았습니다.
4학년 2학기 - 손으로 작성한 리포트는 완전히 멸종했습니다. 교수님들도 더 이상 받아주지 않으셨죠.
30년 후, 2022년~2025년
요즘 문득문득 그때 생각이 납니다. 그리고 기시감도 듭니다.
지금 인공지능이 딱 그런 상황입니다.
2022년 - ChatGPT 3.5가 등장했습니다. 몇몇 사람들이 "이런 게 있더라" 하며 신기해했죠.
2023년 - GPT-4가 나왔습니다. 절반 정도가 AI를 써보기 시작했습니다.
2024년 - 다양한 AI 도구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Claude, Gemini, 국산 AI들까지.
2025년 - AI 없이 일하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도트 프린터에서 레이저 프린터로, 그리고 지금은 AI로.
30년 전 손글씨가 사라지듯, 지금은 AI 없는 업무가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변화를 거부할 수는 있지만, 물결을 막을 수는 없죠.
그때도 지금도, 기술은 우리 삶 속에 조용히 스며들어 어느새 당연한 일상이 됩니다.
역사는 반복됩니다. 우리는 다 지나고 나서야, 그게 역사였구나 하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