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 25. R&D계획서 자동화, 어디까지 가능할까?

-변화하는 R&D 계획서 작성 환경-

by 여철기 글쓰기

연구개발 현장에서 가장 고민스러운 업무 중 하나가 바로 R&D 연구개발계획서(이하 계획서로 지칭) 작성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도, 그 가치를 문서로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것은 별개의 역량이 필요한 일입니다. 특히 정부 과제나 민간 투자 유치를 위한 계획서는 기술적 우수성뿐만 아니라 시장성, 사업성, 실현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으로 이러한 문서 작성 업무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과연 R&D 계획서 작성에서 AI는 어디까지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여전히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영역은 무엇일까요?


AI가 빛나는 영역 : 조사와 구성

'빠른 속도의 리서치'


AI가 가장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영역은 단연 조사 업무입니다. 시장 동향, 기술 트렌드, 경쟁사 분석 등 방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작업에서 AI는 놀라운 속도를 보여줍니다. 예전에 연구원 한 명이 2주 정도 소요되던 리서치 작업이 이제는 2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업무에 익숙한 전문가라면 30분 만에도 기초 자료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정확성에 대한 검증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하지만 초기 드래프트를 빠르게 만들어내는 속도만큼은 인간의 능력을 훨씬 뛰어넘습니다. 특히 해외 자료나 다양한 언어로 된 문헌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경우, AI의 활용도는 더욱 높아집니다.


전문화된 IP 조사의 진화


지식재산권 관련 조사 영역에서는 이미 AI 도입이 상당히 진전되었습니다. WIPS, KIPRIS 같은 전문 특허 검색 플랫폼들이 AI 기술을 적극 도입하면서 보다 정밀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특허법인과 변리사들의 업무 방식을 크게 개선했습니다. 과거 수작업으로 진행하던 선행기술조사나 특허 회피설계 분석이 AI의 도움으로 더욱 체계적이고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R&D 계획서를 작성하는 연구자 입장에서도 보다 정확한 IP 현황 분석을 바탕으로 차별화 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목표 기반의 구성력


AI는 명확한 목표만 제시하면 그에 맞는 문서 구성을 잘 만들어냅니다. "정부 과제 신청용", "투자 유치용", "기업 내부 검토용" 등 목적에 따라 강조해야 할 포인트와 전체적인 흐름을 적절히 구성해줍니다. 특히 표준적인 양식이 있는 계획서의 경우, AI가 제공하는 구성안은 상당히 완성도가 높습니다.


여전히 사람의 영역 : 기술적 깊이와 전략적 사고

'세부적인 기술 내용의 한계'


하지만 AI가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가장 큰 한계는 세부적인 기술 개발 내용을 다룰 때 나타납니다. 구체적인 알고리즘 설계, 실험 방법론, 예상되는 기술적 난제와 해결 방안 등은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AI가 제공하는 기술적 내용은 대부분 일반적이고 표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실제 연구개발 현장에서 마주치게 될 구체적인 도전과제나 독창적인 접근 방법을 제시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이 부분은 연구자 본인의 전문성과 창의성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평가위원 맞춤형 최적화


R&D 계획서의 성공을 좌우하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평가위원의 관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춰 내용을 최적화하는 것입니다. 같은 기술이라도 누가 평가하느냐에 따라 강조해야 할 포인트가 달라집니다.


학계 출신 평가위원은 기술적 신규성과 학술적 가치를 중시하는 반면, 산업계 출신은 상용화 가능성과 시장성을 더 중요하게 봅니다. 정부 정책 담당자는 국가적 필요성과 파급효과에 주목합니다. 이러한 미묘한 차이를 파악하고 계획서의 톤앤매너를 조정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도의 전략적 사고 영역입니다.


결론 : 기계다운 인간이 아닌, 인간다운 인간으로


AI의 유용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특히 초기 자료 수집과 구성안 작성, 그리고 반복적인 업무에서는 이미 인간을 뛰어넘는 효율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AI와 인간의 문제 접근 방식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주어진 데이터와 패턴을 바탕으로 바로 눈앞에 보이는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데 특화되어 있습니다. 반면 인간은 보다 넓은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기존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도전과 시도를 통해 혁신적인 해결책을 만들어냅니다.


R&D 계획서 작성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AI는 기존의 성공 사례와 패턴을 학습해서 안전하고 완성도 높은 계획서를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연구 아이디어, 기존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접근법, 예상치 못한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통찰력은 여전히 인간의 고유한 영역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인간이 되느냐 하는 것입니다. AI가 잘하는 일은 AI에게 맡기고, 기계다운 반복적 사고에서 벗어나 정말 인간다운 창의적 사고와 도전 정신을 더욱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


테슬라 차량처럼 자율주행이 되는 자동차를 타고 ‘나 오늘 너무 센치해. 아무데나 가자’고 하면 어디로 갈까요? 테슬라는 기본적으로 직진 또는 우회전을 하며 아마도 동네를 돌아다닐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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