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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옥임 May 04. 2022

왜 그랬을까?

난데없는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확진자와 접촉한지 일주일이 지났다며 공식적으로 일주일 자가격리에 들어갔으니 딸, 삼둥이들과 함께 꼼짝없이 갇혀서 필리핀 입국 후 2번째 자가격리인 셈이다.


아들과 딸, 삼둥이들이 내려오고 동생들과 함께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한 날, 전주에서 볼 일을 마치고 점심을 먹기 위해 자주 들렀던 식당에 갔는데 외국인들이 길게 줄을 이어 서 있다. 카드를 내밀자 60명이 단체 예약을 해서 자리가 없으니 다음 기회에 오시라고 하는데도 나는

"우리 먼 곳에서 왔는데......"라며 극구 먹고 가야 한다는 자세로 서 있자 우리를 잘 아시는 주인 아주머니께서

"이 쪽으로 들어오세요. 두 분이니까 여기에서 드시고 가세요."라고 부르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자리를 잡고 맛있게 먹고 왔었다.


그런데 나흘 후인 늦은 밤 11시 넘어서 딸 핸드폰에 전주시청에서 보낸 안전 안내문자가 떴다. 우리가 다녀왔던 식당에 확진자가 다녀갔다며 3회의 카드 결재 시각을 명시하고 그 시각에 카드 결재한 분들은 선별진료소에서 명일 09시부터 검사 바란다는 내용이다.


서둘러서 핸드폰의 카드 결제내용을 확인하니 3번째 시각에 딱 걸린다. 딸과 삼둥이들도 내려와 있고 그동안 만난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내일 일찍 일어나서 검사부터 받기로 하고 잠자리에 누웠으나 잠이 쉬이 올리 만무하다.


다른 때 같았으면 식당 앞에 기다리는 사람들의 긴 줄을 보고 남편과 나는 

"그냥 가자."라며 미련없이 뒤돌아 왔을 텐데 그 날은 극구 먹고 가야 한다고만 생각했었다. 지금 생각해도 왜 굳이 그랬는지 이해가 가지 않지만 상황이 이리되려고 그랬던 모양이다. 


주인 아주머니와 아들은 우리가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는 줄 알고 부러 가까이 다가와서 

"이 손님들은 2월에 들어와서 검사를 모두 마치고 이상이 없는 상태에서 온 사람들이라 염려하지 않아도 돼요."라며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주고 갔었다.


다음 날 카드사에서 안내 문자가 왔다. 부재로 문자 발송하니 식당에 방문하신 날짜에 확진자 방문으로 연락 요청 바란다며 식당 주인의 핸드폰 번호를 명시하고 문의 부탁 바란다는 문자를 보자마자 바로 식당 주인에게 전화를 했다. 아들이 받아서 너무나 죄송하다며 우리가 결제한 시각에 확진자가 방문한 관계로 식당 직원 9명은 검사를 해서 모두 음성이 나왔단다. 확진자가 식당에 다녀간 나흘 뒤에 확진 판명을 받은 사람인데 친구가 모 방송국 직원으로 확진자였다며 식당에 다녀간 다음 날 그 친구와 접촉을 했기 때문에 식당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니 염려말라는 말도 덧붙였다.


검사 다음 날 오전에 전주시 보건소에서 우리 부부에게 문자가 왔다. 

"코로나 검사 결과 음성(정상)입니다.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 절처 준수 당부드립니다."라는 내용에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후에 난데없이 완주군 보건소라며 소독 차 방문할 예정이니 주소를 알려달라고 한다. 그래서 이상이 없다는데도 소독을 해야 하느냐고 묻자 자가격리 대상이기 때문에 소독을 해야 한단다. 그리고 부식도 전해드리겠다며.....


자가격리 대상이라니 깜짝 놀라서 완주군 보건소에 전화를 하자 전주 보건소에서 뭐라고 하더냐고 묻는다. 검사 마치고 음성 나올 때까지만 집에 계시라고 했다는 것과 오늘 아침 음성(정상)안내 문자에도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 철저 준수 당부만 했지 자가격리 대상이라는 내용은 없었다고 하자 전주시 보건소에 전화해서 알아보고 전화를 드리겠단다.


식당에 전화를 해서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는 연락이 왔다고 하자 다른 손님들에게도 문의 전화가 와서 보건소와 계속 이야기를 했었는데 확진자가 식당에 오기 전 날과 다음 날 확진자 친구를 만났더라며 결국 확진자가 다녀간 셈이라고 정말 죄송하단다. 식당 주인 아들의 설명을 들으니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고생 많으시네요. 잘 알겠습니다."하자 다음에 들리시면 특별히 신경써서 잘 챙겨드리겠다고 한다.


오후에 보건소 소독 팀이 와서 부식과 자가격리 통지서를 건네주고 갔다. 그리고 군청 담당직원이 전화를 해서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 설치와 자가진단 후 제출까지 하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을 해주어서 어렵지 않게 앱을 설치하고 예시 작성을 해서 자가진단 제출까지 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누가 확진자인지 전혀 모른 상태에서 접촉을 하다보면 확진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내 몸 하나 잘못 건사해서 주변 많은 분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있다고 생각하니 몸둘 바를 모르겠다. 결코 남일이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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