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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옥임 May 04. 2022

소중한 이웃

문제의 핵심은 바둑이를 풀어놓은 우리가 잘못이니 주변에서 누가 뭐라한들 우리가 결정하고 행한 일에는 일체 후회하거나 다른 말을 하지 말자고 남편에게 부탁을 했다. 혹여라도 주변에서 나도는 말들이 아랫집 가족들에게 들어가서 2차 상처를 받지 않게 하자고.


집을 방문했던 몇 지인들이 

"아니 왜 바둑이를 묶어 놓았어?"하고 묻자 남편이 사건의 내막을 설명한 듯 결과가 궁금했는지 며칠 후에 다시 전화가 왔다. 남편의 이야기를 들은 지인은 흥분해서

"아니, 골절은 바둑이가 물어서 생긴 것이 아니고 주인들이 강아지 관리를 잘못해서 발생하는 거지. 그리고  위치의 특성상 산짐승들을 지키기 위해서 풀어놓은 것인데 강아지 목줄을 하지 않고 올라온 사람이 잘못이지 입원비를 왜 혼자 다 냈어?"했던 모양이다.


남편을 통해서 지인의 말을 전해들은 나는 상대가 원하는대로 흔쾌히 배상을 해주고 이제 와서 다른 사람들의 말에 흔들릴 이유가 없다고 했다.

"문제는 우리 바둑이를 묶어 두었다면 애시당초 이런 일이 생기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허리 통증으로 힘든 가운데 이 문제까지 겹쳐서 내가 얼마나 힘들어 했는지 당신도 잘 알잖아. 수지에서 근무할 때 우리 동료가 강아지를 입원시켰는데 얼마나 비싼지 며칠 입원시켰는데도 수백만원이 나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서 사실 많이 걱정했었어. 인터넷 검색도 해보니까 5일 입원에 이백 가까이 나왔다고 하더라구. 그런데 우리가 예상했던 가격보다 훨씬 적게 나왔는데 더 이상 다른 말이 필요없다고 생각해. 강아지는 물론 견주의 아픈 맘까지 그 액수로 보상이 될 수 있다면 우리 입장에서는 감사한 거야."라는 내 말에 남편은

"나도 염려했던 것보다 적게 나와서 그 정도면 고맙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사실 강아지 골절 문제는 이해가 가지 않았던 거고 사후를 위해서도 강아지 주인의 잘못도 있다는 것을 말하려고 했었는데 안했던 거지."한다.


"영수증을 가지고 와서 말하기까지 그 사람들은 또 다른 갈등으로 어렵게 올라왔을 거야. 그런데 가뜩이나 심정이 편치 않은 사람들 앞에서 이것 저것 따지면서 감액하자는 건 내가 용납 못해. 더우기 한 동네 위 아랫집인데 서로 맘 상해서 살 수 없잖아. 지나다닐 때마다 얼굴을 봐야 하는데 맘 편치 못할 일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야. 강아지의 골절이 우리 바둑이 탓이든 주인들의 잘못이든 그건 우리 몫이 아니라 주인들 몫이라는 생각이 들어. 우리는 그저 우리가 잘못했던 부분과 그 분들이 받은 상처만 생각했으면 좋겠어."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도 먼저 들어와서 자리잡고 살았던 사람에게 더 이상 자유로운 산책 길이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실망하고 속상한 맘도 더해졌을 게 뻔하다. 가끔 마음 편하게 강아지와 함께 즐겁게 오르내렸을 이 산책 길을 우리가 들어와 살면서 그 마저도 누리지 못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면 심각하게는 이 동네를 떠나고 싶은 생각까지도 들 수 있지 않을까? 더 이상 이곳에서 살아야 할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테니까.....


생각하면 거금이지만 소중한 이웃과의 관계 정립을 위해서 투자한 금액이라고 생각하면 아깝고 속상할 이유가 전혀 없다. 서로 다른 입장이었으나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오히려 소중한 이웃으로 더욱 가깝게 지낼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 믿는다. 아니 이미 가까운 이웃이 되었다. 


3년이 되도록 그 집 앞을 지나다녔지만 두어번 정원 손질을 하는 모습만 차를 타고 다니면서 보았을 뿐 가까이서 말을 섞어보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이번 일로 인해서 서로 마음을 열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니 앞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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