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새 옛날 일

코로나 확진자

by 이옥임

그새 까마득한 4년 전의 일이다. 당시에 써놓고 올리지 못한 글을 이제야 수정 작업을 거쳐서 올린다.


아파트 건축 현장 마무리를 짓고 나중에 들어오겠다는 사위만 필리핀에 남은 채 딸과 삼둥이들이 먼저 들어와 구이 우리집에서 2주 자가격리를 하고 용인 수지로 올라갔었다. 이후 2주 만에 다시 내려온 우리 아이들과 함께 오랫만에 즐거운 점심식사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데 딸의 핸드폰에서 울리는 "카톡! "알림 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들린다 싶었다. 핸드폰을 확인한 딸이 급 염려를 한다.


"큰일이네. 아는 언니한테 문자가 왔는데 우리 아파트에 확진자가 생겼다는데... 그것도 어린이집 원아라네."


계속 이어서 언니가 소식을 보내주고 있다며 쌍둥이 원아인데 수원에 사는 돌봄 교사가 집에 와서 접촉한 바람에 할아버지와 쌍둥이 엄마도 확진자로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다.

antigen-6939138_1280 (1).jpg 출처 픽사베이


"지난 주 화요일 4시 반쯤 막내 지원이 상담 받으러 어린이집에 갔었는데 그 아이들과 접촉해서 검사 대상으로 우리도 해당될 것 같은데..."


갑자기 집안 분위기가 무겁게 내려앉았고 금새라도 올라가야 할 것 같은 긴박한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염려가 된 딸은 자고 있는 제 동생을 깨워서 상황을 설명하고 고민하자 생명공학 전공인 아들이 방에서 나와

"아니야. 상황을 주시해야지. 나도 내일 학교에 연락하고 검사부터 받아야 할 것 같은데..."라며 차분하게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고 한다. 나도 옆에서 한 마디 거들었다.


"연락하고 있는 언니는 다른 아파트에 사니까 너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언니에게 연락해서 아파트 상황을 보내달라고 해 봐. 비상사태니까 아파트 내 방송으로도 상황을 수시로 안내해 줄 거야."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지인 언니에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묻는 문자를 보냈단다. 곧바로 어린이집 원아들과 선생님들이 모두 검사에 들어갔다는 문자가 왔는데 딸도 빨리 올라가서 보건소에 연락하고 검사를 받아야 할 모양이란다.


그런데 문제는 5살 막내 지원이가 입국해서 처음으로 검사를 받았을 때에는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얼떨결에 받느라 울지 않았었는데 자가격리가 끝나는 2주 후 받은 검사에서는 아프다며 많이 울었었다. 한 번 경험을 하고 나니 두번째 받을 검사가 두려웠던 듯 아프게 하지 말라는 지원이의 간곡한 부탁대로 검사 담당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사를 하는데 많이 아팠다며 울음 끝이 짧은 아이가 꽤 오랫동안 우는 모습이었으니 올라가서 검사받을 일이 염려가 된다.

corona-6927814_1280.jpg 출처 픽사베이 - 코로나 검사

"어른들이 검사를 받는데도 힘들었는데 지원이는 무섭고 아팠을 거야."하고 제 엄마가 말하자 첫째 지우와 둘째 현우도 이구동성으로

"나도 많이 아팠지만 참았어."한다. 둘째 현우는 첫번째 검사 후에 코피가 나서 지혈시키느라 애를 먹었었는데 두번째 검사에서는 다행히 괜찮았다. 코로나가 얄궂게도 아이들까지 힘들게 하고 있으니 여러가지로 사람을 괴롭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rain-931858_1280.jpg 출처 픽사베이 - 비내리는 차창

출발 예정일보다 하루 앞당겨 서둘러 이른 저녁을 먹고 급하게 수지로 올라간 아이들이 마음에 걸렸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장대비도 장대비지만 올라가서 아파트 내 코로나 확진자 발생으로 아이들이 겪어야 할 고충이 더 문제였다. 다행히 우중에 잘 도착해서 더 실을 곳이 없을 정도로 잔뜩 챙겨준 것들을 집으로 막 가지고 올라갔다는 딸의 전화가 왔다. 그리고 오랫만에 제 누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올라간 아들도 우중에 운전하느라 애썼다.


다음날 점심 때가 지나도록 딸에게서 아무런 연락이 없는 것을 보니 더 이상 아파트 내 확산의 기미는 없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진즉에 긴박한 상황들을 문자로 보냈을 텐데......


퇴근 후 인터넷 뉴스로 검색을 하자 딸의 아파트 내 어린이집 원아들과 선생님들 45명 전원의 검사 결과가 음성 판정이 나왔다는 내용을 캡쳐해서 가족 카톡방에 올려주었다. 이후 아파트 내 확진자 신규 발생에 대해서 더 이상 뉴스 검색이 안 되는 것을 보니 확진자가 쌍둥이 원아들과 할아버지 그리고 쌍둥이 엄마로 그친 것 같아 다행이다.


girl-5760039_1280.jpg 출처 픽사베이

어린이집 신규 확진자가 추가해서 발생했더라면 딸과 삼둥이는 물론 바쁜 가운데 시간을 내서 내려온 아들, 우리 부부 모두 검사 대상이 되었을 게 분명하다. 뿐만 아니라 월요일인 오늘 출근한 나로 인해 학교도 비상사태에 들어갔을 테지만 혹시 몰라 마스크를 두 개씩 쓰고 다녔었다. 아이들이 궁금했는지

"선생님, 왜 마스크를 2개 하셨어요?"하고 묻는 말에

"어제 집에 손님들이 왔었거든. 그래서 혹시 몰라 너희들을 지켜주려고 2개 한 거야."라고 하자 알아들었다는 듯 더 이상 아무런 질문이 없었다.


직원들과의 접촉도 거의 하지 않았다. 출근 후와 점심 때 교무실에 내려가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열 체크만 하고 곧바로 올라왔으니

"어, 왜 선생님이 안 보이시지?"하고 궁금해하는 직원들도 있었을 것 같다. 그러나 내일부터는 마음 편히 가까이서 함께 지낼 수 있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그야말로 지옥과 천국이 하루 사이 왔다갔다 한다.

teddy-242878_1280.jpg 출처 픽사베이

코로나로 인해 이렇게 심적으로 받아야 하는 고충들이 적지 않으니 빨리 백신이 개발되어서 하루라도 빨리 우리의 일상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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