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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엄마 목소리에 잘 어울리는 노래 하나 추천할게

by 이옥임

"약속해요 이 순간이 다 지나고 다시 보게 되는 그 날
모든 걸 버리고 그대 곁에 서서 남은 길을 가리란 걸
인연이라고 하죠 거부할 수가 없죠


내 생애 이처럼 아름다운 날 또 다시 올 수 있을까요
고달픈 삶의 길에 당신은 선물인 걸

이 사랑이 녹슬지 않도록 늘 닦아 비출게요

취한 듯 만남은 짧았지만 빗장 열어 자리했죠
맺지 못한대도 후회하진 않죠 영원한 건 없으니까
운명이라고 하죠 거부 할 수가 없죠


내 생애 이처럼 아름다운 날 또 다시 올 수 있을까요
하고픈 말 많지만 당신은 아실 테죠

먼 길 돌아 만나게 되는 날 다신 놓지 말아요

이 생에 못한 사랑 이 생에 못한 인연
먼 길 돌아 다시 만나는 날 나를 놓지 말아요"


이상하게 요즘 내 의지와 상관없이 어디를 가나 이선희의 '인연'이 자주 들리다보니 새삼 옛날 MBC 드라마 "다모"와 "왕의 남자" 사극이 생각난다. 그 때에는 드라마 가운데 사극을 특별히 더 즐겨보는 편이었는데 이선희의 '인연' 가사와 멜로디는 드라마의 내용과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켰다.

출처 픽사베이

노래방이 한창 성행할 즈음 직장이나 운동 클럽은 물론이고 가족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나면 2차로 가는 노래방이 필수 코스였다. 음치인데다 유행가에 민감하지 못한 나는 아는 노래도 적을 뿐 아니라 제대로 부를 줄 아는 노래가 없다보니 노래방 가는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피할 수 없는 노릇이니 노래를 연습한다며 흥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아들이


"엄마, 내가 엄마한테 잘 맞는 노래 하나 추천할게. 엄마 목소리에는 인연이 어울릴 거 같아. 연습하면 부를 수 있으니까 연습해 봐."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아들이 엄마에게 잘 어울리는 노래라니 아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시간이 날 때마다 듣고 따라 불렀다. 그런데 막상 노래방에서 부르려니 박자와 음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노래 부르는 것을 포기해야겠다고 하자 남편이 조언을 한다.


"잘 부르는 가수들도 얼마나 연습하는데.... 겨우 몇 번 연습해놓고 안 된다고 포기해? 그건 말이 안되는 거야. "

남편의 연주회 모습(우리집)

악기를 너무나 좋아해서 섹소폰, 오카리나, 플룻, 아코디언, 리코더 등 접할 수 있는 악기들을 다수 섭렵한 남편이 잘 하고 싶다면 포기하지 말고 계속 연습을 해야 한다며 종용을 했다. 악기는 호흡이 짧아 힘들어서 못한다니 그렇다면 노래라도 잘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독려로 들려서 나름 불러보려고 애를 썼으나 애초에 취미가 없어서인지 결국 악기마저 포기하고 말았다.


자신이 악기를 좋아하다보니 2부 연주로 함께 부르면 좋겠다며 가르쳐 주었지만 관악기여서인지 호흡이 딸려서 불다보면 소리가 약해지고 힘이 빠져서 오래 가지 못했다. 문화센터에서 플룻 수업을 받기도 했지만 달라진 게 없어서 결국 악기도 포기한 이유를 생각해보면 내 취향이 아니어서 흥미를 느끼지 못한 탓이 아닌가 싶다. 아니면 기본부터 탄탄하게 배우지 못한 탓인지도 모른다.


노래 연습을 포기한 뒤부터는 노래 부를 자리가 생기면 어떤 이유를 대서라도 피하게 된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어디선가 '인연' 노래가 흘러나오면 나도 모르게 따라서 절로 흥얼거리는 내 모습을 보면서 한 때 연습한 보람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옆에서 듣고 있던 남편도 와이프가 노래를 다 따라 한다며 신기한 듯


"잘 아는 노래처럼 따라서 부르네."


'인연'의 아름답고 애틋한 사랑의 노랫말을 음미하다보면 사랑의 절절함이 못내 안타깝다. 게다가 이 생에 만나지 못한 인연이 먼 길 돌아서 다시 만나게 되면 다시는 손 놓지 말라는 애절함이 마냥 가슴을 파고 들어 아리기까지 하다.


당시 드라마에 푹 빠져서 마치 내가 주인공인양 주인공들의 사랑에 슬퍼하고 아파했던 모습이 새삼 떠오른다.

출처 픽사베이

서로 좋아한다 해도 인연이 아니면 종내에는 헤어지게 되어 있고 인연이라면 어떻게든 만나게 되어 있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한창 젊은 시절에는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 나이 되도록 살아보니 어른들의 말씀이 맞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내 경험을 통해서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모습들을 통해서 깨닫게 되는 것이 아닐까?


이제는 사랑도 관계도 모두 인연이 되어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나도 모르게 말하고 있고 믿고 있으니 삶의 경험이 주는 믿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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