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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펄 눈이 옵니다

이장님의 봉사

by 이옥임

펄펄 눈이 옵니다. 바람 타고 눈이 옵니다.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송이 송이 하얀 솜을

자꾸 자꾸 뿌려줍니다.

자꾸 자꾸 뿌려줍니다.


펄펄 눈이 옵니다. 하늘에서 눈이 옵니다.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하얀 가루 떡가루를

자꾸 자꾸 뿌려줍니다.

자꾸 자꾸 뿌려줍니다.


초등학교 동요 가사 '펄펄 눈이 옵니다'에 나오는 노랫말을 자꾸만 읊조리게 되는 이유가 요즘 들어 폭설이 잦다. 그러나 집에 있으니 이 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통창 밖으로 보이는 온 세상 설국과 함박눈이 쏟아지는 멋진 풍경은 영낙없는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송이 송이 하얀 솜을 자꾸 자꾸 뿌려주는 느낌과 분위기다.


올 초인 1월 3일 기간제 종료일이자 방학식이 있는 날이었다. 출근하는 동안 내내 내리지 않기를 소망했던 눈이 다행히 한 번도 내리지 않더니 방학을 하자마자 김장까지 마치고 나서야 쏟아진 폭설이 감사하기까지 했었다. 물론 운전자들을 생각하면 반갑지 않은 눈임에 틀림없다.


눈밭에서 아슬하게 한 바퀴 돌고 나면 빙판 길 자체가 스트레스이고 노이로제다. 현직 시 승용차를 타고 출근 길에 한 바퀴 돌아본 경험이 있는데 다행히 주변에 다른 차들이 없었으니 망정이지 대 참사로 이어질 뻔한 끔찍한 상황이었다. 그 뒤로 눈길에 두려움을 느끼고 출근하는 동안 눈이 오지 않기를 바라게 되었다.


두문불출 집 안에만 있으니 폭설의 풍경이 더할 나위 없는 훌륭한 그림이다. 내려오면 언제든 마음 내킬 때 그릴 수 있도록 이젤을 2개나 펼쳐놓고도 3면의 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 경관이 명작인데 굳이 그림을 그릴 이유가 무엇이냐며 스스로 결론을 짓고 그림에 손을 놓은지 7년이 넘었다.


그러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아직도 '그려야지......' 하고 늘 마음만 먹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뜻 그림을 그리기보다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을 찍어 필요한 곳에 탑재하는 일이 습관이 되어버렸으니 언제 다시 붓을 잡을런지 나도 모른다. 선뜻 붓을 잡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새벽 3시쯤 잠에서 깼는데 이상하게 밖이 유난히 훤하다 싶었다. 혹시 '남편이 현관 불을 끄지 않았나?' 라는 생각에 커텐을 걷어 보니 하얀 눈이 쌓여서 밝게 보였던 모양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하얀 눈이 두텁게 쌓였음에도 많은 눈이 계속 내리고 있다.

평촌리의 눈 내리는 모습

작년 첫 폭설이 쌓였을 때는 오랫만에 내려온 아들 차량이 언덕 길을 올라오지 못하고 헛바퀴가 돌고 미끄러지는 바람에 동네 어귀에 차를 세워두고 걸어 올라와야 했었다. 뒤이어 도착한 사위 차량 역시 동네에 들어서긴 했지만 결국 두고 올라와야 하는 상황이어서 먼길 내려오느라 숙면에 취해 있던 우리 삼둥이들이 추위 속에 비몽사몽 떨며 걸어서 올라오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웠었다.


그런데 설날에는 이른 아침 이장님이 트렉터로 동네 눈을 치워주신 바람에 삼둥이들이 집 주차장에서 내릴 수 있었다. 동네 주민들을 위한 이장님의 봉사에 감사하다고 하자 당신의 트렉터가 있으니 가능한 일이라고....

출처 픽사베이

남편이 총무로 이장님과 함께 호흡을 맞추어 활동한 지가 그새 몇 년째 된다. 동네 뒤 새만금 고속도로 건설 건 등 마을을 위해서 해결하고 처리해야 할 일들이 남아 있어서 올에도 두 분이 봉사하기로 했다니 추진하고 있는 일들이 책임감있게 잘 마무리 되어서 소임을 다한 멋진 분들로 남기를 바랄 뿐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풍경 이면에 보이지 않는 그늘지고 어두운 곳들이 있으나 이장님과 남편처럼 누군가가 보이지 않게 봉사하고 헌신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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