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코코와 바둑이

우리집 강아지와 뒷집 강아지

by 이옥임

바둑이는 뒷집 강아지이다. 언제부터인가 자기 집처럼 아예 우리집에 상주하면서 코코를 제 어미처럼 너무나 잘 따르고 있다.


새끼 강아지에게는 거리상으로 꽤 원거리인 앞집의 새끼 강아지가 주인을 따라 우리집에 한 번 올라온 뒤로 혼자서 우리집에 올라와 상주하더니 숯놈인 바둑이 아비도 그랬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집에 들어와 머물러 살더니 앞으로 뒤로 다니며 교배하고 다니면서 나온 새끼가 다시 아비가 되어 현재 이 바둑이를 낳았다.


묶어놓은 줄이 풀릴 때면 바둑이의 어미와 아비도 우리집에 올라와서 더불어 함께 상주를 한다. 어미는 누런색인데 아비가 바둑이와 똑같이 생겼다. 크기도 거의 비슷해서 모르는 사람은 일란성 쌍둥이처럼 얼핏 보고는 구분하지 못한다. 나도 처음에는 아비와 새끼를 구분하지 못하고 남편에게 물었었다. 그런데 여러 번 접하다보니 꼬리 부분에서 미세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바둑이 아비는 꼬리가 바둑이 꼬리보다 살짝 두터워서 풍성한 꼬리를 보고 구분한다. 신기하게도 아비와 모든 면이 너무나 닮은 바둑이를 보면서 아비의 유전자가 어미보다 훨씬 더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둑이는 어미가 뒷집에 버젓이 있음에도 우리집의 코코를 어미처럼 따르고 있으니 동물의 세계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성격이 온순하고 천상 암놈 성격인 코코는 천방지축 바둑이를 잘 품어주는 모습을 보면서 남편이 왜 그렇듯 코코를 아끼고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다.

KakaoTalk_20250207_090447933.png 왼쪽 코코와 오른쪽 바둑이

남편을 통해서 생명을 2번 건진 코코는 오랫동안 함께 살면서 남편에게 훈련을 받아왔고 남편과 익숙해서 남편의 말을 잘 따른다. 그런데 바둑이는 숯놈의 거친 기질이 그대로 드러난다. 뿐만 아니라 매우 활달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머리까지 좋아서 매사 주의하지 않으면 잔디밭은 물론이고 예제 난리가 나 있다.


식당 창밖 앞 테이블에 음식 쓰레기를 내놓으면 남편이 알아서 해결하기 때문에 일부러 강아지들의 입에 닿지 않는 가운데 쯤에 두면 그대로 있던 음식 쓰레기였다. 남편이 땔감 준비를 마치고 테이블 쪽으로 오는 것을 보고 창문을 열었는데 음식 쓰레기가 테이블에 흐트러져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코코가 그랬을리는 만무하고 바둑이가 그랬을 거라 짐작하기도 전에 낼름 테이블 위로 올라와 음식 쓰레기 통에 달려드는 바둑이를 보고 그제서야 테이블 옆 의자를 타고 올라올 거라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내가 잘못이었다. 코코는 옆에 의자가 있더라도 테이블 위로 올라오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방심을 한 탓이다.


남편에게 목덜미가 잡힌 바둑이가 아프다고 울어대며 내려왔지만 그래도 막무가내다. 남편이 식당의 통창 문을 열고 나무를 가지고 들어올 때면 거침없이 안으로 들어오는 바둑이다. 밖으로 내쫓고 문을 닫으면 나무 위로 올라가 우뚝 서 있는 모습이 마치 아이들이 사진을 찍을 때면 취하는 포즈와 다름 없다.

KakaoTalk_20250207_080658174_01.jpg 행복하게 해주는 바둑이

오롯이 부부만 사는 집에 손주들처럼 때로 무한 기쁨을 주고 마냥 행복하게 해주는 이 녀석들이 있어서 남편은 내 집 강아지들처럼 코코와 함께 간식은 물론 먹이를 잘 챙겨준다. 뿐만 아니라 외출하고 들어오면 이 강아지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붙잡아 장난도 치고 놀아주는 남편이니 녀석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핸드폰 교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