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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옥임 Apr 24. 2022

알콩메주 된장

올에는 균을 접종해서 발효시킨 알콩메주로 된장을 담갔다. 알콩메주는 쌀누룩, 쌀음료와 함께 재작년 장기간의 심사를 통과 로컬푸드 판매용으로 만들어 둔 것인데 어깨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로컬푸드 납품을 포기하고 저장고에 보관해 두었던 것이다. 


발효콩을 모두 꺼내서 무게를 재어보니 20kg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물, 소금, 메주 비율을 3:1:1로 담갔으니 물이 60kg, 소금은 20kg 이 필요했다. 이틀 전부터 정수기 물을 받아서 소금을 넣어 녹이기 시작했다. 내려오던 해에 사두었던 귀한 소금을 관리를 잘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된장용 소금은 일단 단지에 넣어서 1년 이상 간수를 뺀 깨끗한 소금을 사용하기로 했다. 다음부터는 소금 관리에 신경써서 필요할 때 이상 없이 쓸 수 있도록 관리를 잘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관리에 소홀했던 소금들은 김장 배추 절일 때 쓸 계획이다.


구이에 자리를 잡고 산 지 그새 5년이 되어간다. 8월 말 퇴임식을 마치고 나서 곧바로 내려와 살기 시작했으니 햇수로 올 8월이면 만 5년이 되는 셈이다. 이듬해 정월, 한번도 담가보지 않은 된장을 겁도 없이 덜컥 5말을 담갔다. 그 이듬해에는 7말, 3년째 5말 그러나 작년에는 모든 것이 마비된 해였다. 


4번째 된장을 담그려니 3번의 경험이 있었다고 훨씬 수월했다. 첫번째와 두번째는 로컬푸드에서 전통메주를 구입해서 담갔는데 재작년에는 전통메주와 내가 만든 알콩메주를 반반 섞어서 담갔다. 그리고 4번째인 올에는 알콩메주로만 된장을 담갔으니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맛은 어떨지 매우 기대가 되고 궁금하다.


3번째 전통메주와 알콩메주를 반반 섞어서 담근 된장을 맛본 지인들은 

"아니, 어떻게 담갔는데 된장 맛이 그렇게 좋아?"라고들 묻는다. 동네 지인의 친정어머님도 

"된장국을 끓였는데 깊은 맛이 나고 맛있어."하셨었다. 

딸도 내가 준 된장으로 국을 끓이면 맛이 있다며 이번에 내려와서는 적극적으 챙겨서 가지고 올라갔다. 다른 때 같으면

"엄마, 아직도 많이 남았어."하거나 잘 안 먹는다며 챙겨놓은 것들을 두고 가는 딸을 보면서 누가 제 어미 딸이 아니랄까봐 나를 영낙없이 닮았다고 생각했었다.


농촌에서 농사를 지으셨던 어머님께서 이것 저것 챙겨주실 때마다 우리는 많이 안 먹으니 형님들 챙겨드리라며 두고 오거나 꼭 필요한 것만 소량으로 덜어서 챙겨오곤 했었다. 그런데 고향으로 내려와 살면서 내가 직접 만든 야심작들을 챙겨줄 때 즐거운 마음으로 챙겨가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어미인 나를 기쁘게 하고 행복하게 한다는 것을 알고 난 뒤에야 우리 어머님의 마음을 깨닫게 되었다. 당시에는 어머님의 심정이 어떨지, 좋아하실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못했었다. 


5월 5일이 된장가르기를 계획한 날이다. 2월에 담가놓고 잘 발효되고 있는지 맛은 어떤지 첫 사랑 지우에게 맛을 보이자

"와 할머니, 맛있어요!"한다. 6학년 지우가 알 수 있는 맛은 아닐 텐데도 맛있다고 말해주는 속깊은 지우가 고마웠다. 그런데 내가 맛을 봐도 깊고 단맛이 난다. 제대로 잘 발효되고 있다고 생각하니 고맙기까지 했다.


이 곳에 내려와 살면서 1년 농사가 왜 김장김치인지 그리고 된장과 간장이 왜 중요한지 절감하고 있다. 김장과 된장을 담그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고 힘든 작업이나 며칠만 애쓰고 나면 1년 내내 맛있는 김치와 된장을 먹을 수 있으니 그만한 수고는 얼마든지 감수해야 한다. 먹는 내내 김장김치와 된장이 맛있다고 감탄하는 가족들을 보면 힘들다는 이유로 김장과 된장 담그는 일을 포기하고 그만 둘 수가 없다. 건강한 몸으로 그저 즐겨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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