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둥이 진돌이
지인의 딸 부부가 미얀마에서 살 때 주변 국가에서 구입, 키우다가 미얀마 내전 전에 함께 들어온 골든 리트리버이다. 미얀마에서 키울 때만 해도 아기 강아지 모습이었는데 한국에 들어올 때는 이미 지금의 덩치였다. 그러고 보니 진돌이가 한국에 들어온 지도 그새 5년이 지났다.
딸 부부가 아들 쌍둥이를 낳고 진돌이를 친정에 맡기자 대책없이 빠지는 털을 감당 못해 고민하자 옆에서 듣고 있던 남편이 조카딸 사돈으로 남일 같지 않았던 듯
"그럼 우리집으로 데리고 와요. 내가 키워줄 테니까...."하고 말했다는데 계획적이고 추진력이 있는 지인은 진돌이를 맡기기 위한 준비를 일사천리로 빠르게 진행을 했다.
어느 날 택배로 온 물건이 TV에나 나왔을 법한 고가의 대형 목재 진돌이 집이다. 그리고 이어서 두터운 털방석이 2개, 방수 매트, 지붕 매트 등 언제든 진돌이를 보낼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마쳤음에도 지인의 딸은 진돌이가 추울까 싶으니 겨울을 지내고 보내자며 미루고만 있다고 애를 태웠다.
지인은 털 알레르기가 심한 아들 손녀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평촌리 회장님 댁에 보내야 한다며 채근했지만 딸은 엄마의 입장과는 다르니 도저히 못 보내겠다며 시간을 달라고 했단다. 함께 사시는 할머니도 강아지를 밀어내는 성격이 아니신데 덩치가 큰 진돌이를 자꾸만 밀어내신다며 당신 방에도 못 들어오게 하신다니 어떤 상황인지 충분히 짐작이 갔다.
어느 날 지인의 사돈인 울 동서 내외가 거제도에서 올라오면서 해물을 가지고 온다며 우리에게도 저녁식사 초대를 했다. 주방에 식탁이 있었지만 거실에 대형 테이블이 놓인 상태에서 쌍둥이 손자 둘에 딸 손녀까지 온 가족이 들어찬 거실에 덩치 큰 진돌이가 어슬렁거리는 것이 가족들의 부담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테이블 밑에 털이 수북이 쌓여있는 모습을 보고 지인의 고민이 십분 이해가 되었다.
지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렇게 몇 개월의 겨울을 보내고 올 3월에 결국 딸의 허락으로 진돌이가 우리집으로 오게 되었다. 딸의 염려대로 따뜻한 실내에서만 살다가 밖에서 지내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지만 그러나 주변 사람들은 막힌 공간이 아닌 탁 트인 넓은 잔디밭에서 지내는 것이 진돌이에게는 오히려 잘 된 일이라고들 했다.
"아니, 저렇게 덩치 큰 개가 밖에서 살아야지 실내에서는 털 때문에 안되지. 털이 얼마나 날리는데...."
진돌이 입장만 생각한다면 우리 집으로 잘 온 셈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남편과 함께 뒷산 운동을 다녀오고 코코와 잔디밭을 뛰어다니며 장난치는 모습이 여실히 건강해진 모습이다. 우리집에 데리고 올 때는 관절약을 먹이고 있는 중이라며 남편에게 관절약을 전달했었다. 그런데 남편이 관절약을 받아두기만 했지 먹이지 않았단다.
처음에는 뛰지도 못하고 걷는데 힘들어 했던 진돌이가 저렇게 뛰어다니고 있을 뿐 아니라 이제는 코코 대신 짖어대고 있다. 코코가 가고 나서 며칠은 적막강산이었던 곳이 우렁찬 진돌이의 짖어대는 소리로 메아리 친다.
지인의 집에 진돌이의 털이 쌓였던 대신 이제는 우리집 주변 곳곳에 진돌이 털이 쌓이지 않은 곳이 없다. 현관 나무 밑에, 빈 화분 속에, 현관 구석진 곳에 그리고 실외기 전선 사이에 끼어있는 털들이 쌓일만한 곳이면 어디든 파고든다.
어디 그 뿐인가. 우리집 잔디밭이 진돌이 똥밭이 되어버렸다. 처음 우리집에 왔을 때 배변 습관을 잘 들였어야 했는데 코코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 배변을 하고 올 거라고 생각하고 남편이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오전에 운동 나갔다가 오후 서너 시 쯤에야 들어오는 남편이 방심한 탓에 진돌이의 변을 치우고 다니는 일이 남편의 일과가 된 셈이다.
우리집을 방문하는 지인들이 예쁘다며 쓰다듬고 어루만져주던 코코와는 달리 진돌이는 피한다. 집에 가면 진돌이 털이 바지에 허옇게 붙어 있다며 가까이 오지 말라고 밀어내는 모습이 내 경우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다가와 누워버리는 진돌이에게 거리를 두고 쓰다듬어 준다.
나에게도 조카 손녀인 지인의 아들 손녀 딸의 털 알레르기 심각성을 우리집에 와서야 알았다. 진돌이가 보고 싶다며 일요일 시간을 내서 딸 부부와 아들 부부, 아이들을 데리고 지인의 부부가 우리집을 방문했다.
일부는 밖에서 진돌이를 끌어안고 쓰다듬으며 노는 모습이 보였고 안에서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느라 정신없는데 손녀 딸의 눈이 갑자기 심각하게 부어오르는 모습에 다들 놀랐다. 오랫만에 진돌이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어른들이 방심한 사이 어린 손녀 딸이 진돌이를 만진 것 같단다.
지인과 아들은 서둘러 손녀 딸을 데리고 예수병원 응급실에 가서 10만원이 넘는 주사를 맞고 나서야 가라앉기 시작했다며 이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신경쓴다고 했는데 순간에 벌어진 일이라니 그래서 진돌이 털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지인이 이해가 되었다.
알레르기 증상에 대해서 말로만 들었지 직접 목격한 것은 처음이다. 그래서 학교 급식에서도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음식은 아이들에게 철저히 구별해서 먹게 하고 있으니 그 이유를 절감한 기회였다.
골든 리트리버의 특징을 검색해보니 우리 진돌이에게 딱 맞는 내용이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는 우리 진돌이의 특징대로 남편이 동식물을 특별히 잘 보살피는 마음 따뜻한 사람이니 우리집에서 남편과 함께 행복하게 지낼 거라는 것을 확신한다. 그동안 먹어왔던 관절약을 먹지 않고도 잔디밭을 가볍게 뛰어다니는 진돌이가 아닌가... 진돌이에 대한 남편의 정성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골든 리트리버한테 진돗개 같은 주인 하나만을 바라보는 충성심을 바라면 안 됩니다. 아마도 크게 실망하실 겁니다. 이 사람도 좋고, 저 사람도 좋고... 어쩔 때는 집에 몰래 들어오는 밤손님한테도 좋다고 처음 만나서 반갑다고 꼬리치며[4], 기꺼이 금고까지 안내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친절하고 상냥한 견종은 아마 400여 견종 중에 많이 없을 겁니다. 견주님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면, 골든 리트리버는 누구하고든 잘 어울리고 어디서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견종입니다. 온순한 성미와 똑똑한 것으로 인해 맹인 안내견으로도 유명하다." - 출처 : 나무위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