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돌이의 공격성

진돌이를 자꾸 물어요

by 이옥임

요즘 남편의 고민이 생겼다. 골든 리트리버인 진돌이와 사이좋게 잘 놀았던 코코가 가고 나서 코코처럼 집을 적극적으로 지켜줄 수 있는 강아지를 입양한다는 소식에 지인이 소개해서 데려온 호구견 호돌이 때문이다.


진돌이가 코코처럼 집을 적극적으로 지켜주는 아이였다면 진돌이만으로도 만족했을 텐데 태생이 순종인데다

짖지를 않으니 누가 왔다가도 집안에서는 전혀 모른다. 그래서 진돌이 친구도 만들어 줄 겸 코코처럼 온순한 아이가 들어오기를 바랬었는데 진돌이만 보면 호돌이의 공격성이 무섭게 나타난다.


남편은 호돌이가 우리집에 온 지 일주일이 지났으니 안정을 찾았을 거라 생각하고 코코와 진돌이처럼 호돌이도 놓아 키우고 싶어서 시도를 하기 위해 줄을 풀어놓고 간식을 주다가 사단이 났단다.


먹을 것이 생기면 항상 코코와 진돌이를 남편의 양옆에 두고 하나씩 또는 반반씩 나누어주곤 했었다. 두 녀석은 남편이 주는대로 기다리며 사이좋게 잘 먹었기 때문에 호돌이에게 간식을 주다가 진돌이 모습이 보여서 불렀단다.


호돌이에게 주었던 간식을 아무 생각 없이 진돌이에게 나누어주는 순간 대처할 틈도 없이 호돌이가 진돌이의 귀를 물어버렸고 남편은 둘을 떼어놓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좀처럼 놓아주지 않는 모습을 보고 남편이 많이 놀라고 당황했단다. 결국 진돌이의 귀에서는 피가 많이 흘렀고 이후 호돌이만 보면 진돌이의 입에서 침이 뚝뚝 떨어진다.


수일이 지나서 남편은 이제는 괜찮을까 싶어 데크에 호돌이를 옮겨놓고 돌보고 있는데 진돌이의 영역인 데크에 호돌이가 나타나자 근처에 가지도 못하고 침만 질질 흘리는 모습을 보고 나는 집안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후 호돌이의 무섭게 짖는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이어서 진돌이의 울부짖는 소리가 메아리친다. 깜짝 놀라서 거실로 나가보니 호돌이가 진돌의 등을 물고 놓아주지를 않는다며 남편이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이 보였다. 놀라서 나도 모르게 뛰어나갔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어 놀란 가슴 부여잡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가까스로 떼어낸 진돌이의 입에서는 거품이 잔뜩 묻어있었다. 털이 워낙 많고 길어서 털만 잡혔으니 망정이지 또 피바람이 날 뻔 했다. 진돌이의 귀가 물린 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너무나 속상했다.


남편의 마음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호돌이를 하루라도 빨리 풀어주고 싶어서 시도하고 있다는 것은 이해하나 아예 진돌이를 호돌이 곁에 근접하지 못하도록 방도를 취해야 할 것 같은데 남편이 호돌이 곁에 있으니 침을 뚝뚝 흘리면서도 남편에게 다가가면서 순식간에 당한 셈이다. 그 뒤로도 내가 출타하고 나서 또 한 번 난리가 났었다는 말을 들었었다.


오늘은 모악산 운동을 하고 들어오는데 남편이 호돌이 줄을 잡고 뒷산 운동을 하고 들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반가운 마음에 차에서 내리자마자 주차장에서 남편과 호돌이를 기다리고 서 있는데 진돌이도 나를 보고 꼬리를 치며 반갑게 다가온다. 그런데 갑자기 호돌이가 진돌이 뒤를 올라타더니 순식간에 진돌이를 물면서 내가 호돌이 줄에 감겨버렸다. 순간 두려운 마음이 들었던 것은 감긴 줄의 힘이 얼마나 센지 나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고 무섭게 조여져왔기 때문이다.


물린 진돌이는 안중에도 없고 조여져 오는 줄의 힘에 소리를 지르면서 앞으로 넘어져 버렸다. 남편이 힘껏 줄을 당겨서 나는 겨우 빠져나왔는데 큰맘 먹고 산 등산복 무릎이 구멍이 나고 피가 새어나왔다. 울퉁불퉁 튀어나온 시멘트 바닥이어서 두려움이 더욱 컸었다.


로 산 등산복의 구멍은 세탁소에 맡겨서 수선을 하면 되고 상처야 시간이 지나면 나을 테지만 호돌이의 공격성이 날로 두려워진다. 그래서 진돌이가 호돌이만 보면 그렇게 침을 질질 흘리며 피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남편이 중심에 있으니 진돌이가 호돌이를 피해서 남편에게 다가간다해도 호돌이의 몸놀림이 워낙 민첩해서 순간에 달려들어 물어버리니 진돌이도 피할 길이 없다. 아예 격리시키는 것이 방법일 것 같은데 남편은 호돌이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자꾸만 줄을 풀어줄 시도를 하고 있으니 반복해서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진돌이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이 호돌이에게 몇 번을 물렸음에도 호돌이가 가까이 있는 남편에게 다가간다. 나름대로 피해서 간다고 하지만 날카롭고 날쌘 호돌이에게는 여지가 없다.


남동생의 말을 들으니 동물들간의 서열 다툼은 사람이 관여해서는 안된다고 하는데 호돌이와 진돌이의 상황이 안타깝다. 남편과의 실랑이 끝에 호돌이에게서 가까스로 풀려나온 진돌이가 거품을 물고 침을 질질 흘리며 나에게 와서 파고든다. 그래서 진정시켜 주기 위해 쓰다듬어 주는데 진돌이를 보고 무섭게 으르렁거리는 호돌이의 모습이 질투심 때문이란다.


덩치만 컸지 대항하지 못하고 짖어대기만 하는 진돌이는 진돌이대로 무섭게 공격성을 보이는 호돌이는 호돌이대로 안쓰럽기만 하다. 맹수의 모습을 보이는 호돌이에게서 온화한 코코의 모습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호돌이가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마냥 온순하기만 한 진돌이와 사이좋게 놀고 있는 호돌이의 모습을 보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행복한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