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해 줘
유난히 얼굴색이 노랗고 표정도 많이 안 좋아 보이는 지인의 모습을 보고 집에 와서 내내 마음에 걸렸다. 어디가 아픈 건지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궁금했지만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본인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을 두루두루 살피고 도와주는 신심이 두터운 내가 좋아하는 언니에게 살짝 카톡으로 물어보았다.
"언니, 누구에게 물어 볼 수도 없고 혹시 언니는 알까 해서 여쭈어요. 00가 어디 안 좋은가? 어제 얼굴이 많이 안 좋은 것 같았어. 표정도 편치 않고.... 그렇다고 본인에게 물어볼 수는 없는 일이고 마음에 계속 걸려서~~~"
카톡 문자를 본 언니가 잠시 후에 전화가 왔다.
"옥임아, 염려가 되었구나. 나도 잘은 모르지만 얼마 전에 00 제부가 돌아가셨잖아. 그래서 며칠 전에 서울 여동생에게 다녀왔대. 그 여동생이 마음에 걸리고 아파서 힘들어하는 거 같아. 그리고 화장을 안 하니까 그렇게 보일 수도 있어."
사실 언니도 몇 주 전에 물심양면 많은 힘이 되어주었던 여동생을 암으로 보낸 마음 아픈 상황이었다. 참으로 어렵게 보내놓고 아직도 동생을 생각하며 기도할 때마다 눈물이 쏟아진다고 했었다.
우리나라에서 유방암의 대가라는 의사선생님이 어떻게든 일주일 앞둔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하셔서 고인은 물론이고 온 가족이 고인의 막내딸 결혼식장에는 무사히 참석할 줄로만 알았단다. 그래서 한복 등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놓고 결혼식에 꼭 참석해야 한다며 하루 하루 절박한 심정으로 결혼식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결혼식 사흘 전 갑자기 비보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결국 언니가 조카의 혼주 자리에 앉게 되면서 주변 지인들에게 부탁을 했었다.
"나 식장에서 울지 않도록 기도해 줘. 많이 울 것 같아서 걱정이 돼."
조카의 결혼을 준비하는 것도 여동생을 보내고 나서 제부와 두 조카 딸 부부를 챙기는 것도 모두 언니 몫이 되었다. 너무나 바빴던 여동생을 위해서 언니가 동생 가족들까지 모두 챙기며 살아왔으니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워낙 부지런한데다 음식 솜씨도 뛰어나고 손가락의 뼈마디가 휘도록 열심히 사는 언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들 했다. 뿐만 아니라 조카들도 이모를 엄마처럼 생각하며 자랐다고 한다. 언니의 무거운 어깨와 애쓰며 사는 언니를 보면 마음 한 켠에서는 내 언니처럼 안쓰럽기도 하다.
"사실 00 건강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몰라. 00가 평소에 말이 없잖아. 그런데 옛날에는 어른들께서 말씀하시는 그 체머리가 00에게 심했었어. 우리가 보기에도 많이 흔들었었는데 요즘에 눈에 띄게 많이 줄어들었더라구. 그러니까 옥임아, 알려고 하지 마. 기도만 해 줘."
"알았어. 언니, 그렇게 할게. 감사해요."
다행히 언니가 나를 신뢰하고 예뻐하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한 대 된통 얻어맞은 편치 않은 기분과 함께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음을 얻는 다시 말하면 동전의 양면과 같은 기분을 처음으로 느낀 셈이다.
전화를 끊자마자 느꼈던 묘하게도 창피하고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동전의 앞면이다.
"남의 일을 왜 궁금해 하는데...... 그 시간에 기도해주는 것이 좋지 않아?"
'그러게 왜 남의 일에 신경을 썼을까? 그렇게도 염려가 된다면 잠잠코 기도나 해줄 일이지.'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모르게 언니의 따뜻한 말을 되뇌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알려고 하지 마. 기도만 해 줘."
'그래, 본인이 스스로 말하지 않는 이상 알려고 하지 말고 기도해주는 것이 맞아'라는 깨달음은 동전의 뒷면이라고 말하고 싶다.
본인이 말하지 않는 것들을 왜 굳이 알려 하고 만들어서 염려하는지 언니의 말이 백번 옳았다.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잠잠히 기도로 힘을 보태주는 언니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순간 삶의 지혜를 배우고 깨달음을 얻게 하는 언니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늘 감사한 마음이다.
부디 모두 모두 건강한 몸으로 오래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