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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옥임 Apr 26. 2022

그린나래

그린나래. 오며가며 수시로 창밖을 내다보고 정원의 이름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었다. 가까이 가서 예쁘게 꾸며진 팻말을 보니 큰 글씨의 '그린나래' 밑에 작은 글씨로 풀이를 해두었다.


"그린듯이 아름다운 날개"


 올에 예산을 받아서 우리 아이들을 위해 건물 사이를 정원으로 만들었다며 지난 주 오전 내내 교감이 화초 식재작업을 직접 관리하고 마지막 물까지 주는 모습이 보였었다. 


정원 한 가운데 원형의 대형 화분은 새장이었다고 한다. 오래 되었을 뿐 아니라 꽉 막힌 새장을 뜯어내고 나니 시야가 확 트이고 환해서 더욱 넓어진 느낌이라며 우리 아이들에게 야외학습장으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겠단다.

그동안 햇볕 쨍쨍 날씨가 너무나 좋아서 우리 아이들에게 한 시간 야외수업을 하기로 며칠 전에 약속을 해두었었다. 야외수업이라고 해야 우리반은 엎디면 코 닿을 교실 창문 밖에 있지만  다른 반들의 활동 모습이 부러웠던 듯 한 아이가

"선생님, 우리반은 언제 저기 나가요?"하고 묻는다. 그래서 과학이 마침 동식물 단원이니 한 시간 나가서 관찰하고 그릴 수 있는 시간을 주겠다고 하자 소리를 지르고 좋아했었다.


아침부터 날씨가 심상찮아 1교시에 나가고 싶었으나 병원에 들렀다가 등교하겠다는 아이도 있고 원거리의 단골 지각생도 있어서 2교시 영어 전담을 빼고 3교시에 과학 1시간을 앞당겨서 나가겠다고 했다. 


8절 도화지를 나누어주고 아이들과 함께 '그린나래' 정원으로 들어섰다. 창밖으로만 보았던 정원의 모습과는 달리 2층의 아늑한 정원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필링의 장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롭게 삼삼오오 짝을 지어서 마음에 드는 곳으로 찾아가 무엇엔가 열중하는 모습들이 예쁘고 수업시간엔 소극적이던 친구가 그림은 좋아한다고 했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왜 그림을 좋아하는지 이유를 충분히 알 것 같았다.

"와, 우리 민수 아이디어가 기가 막힌데... 그림으로 하고 싶은 말이 많구나."

"예!"

그렇단다. 그림을 좋아해서 많이 그리는 편이라며 헤벌쭉 웃는다.

밑그림만 그려놓고 어떤 색을 칠할 것인지 결정이 되었다면 놀아도 된다고 하자 한정된 공간에서 그리고 수업 중 양 옆 교실 방해가 될까봐 앉아서 이야기를 하는 모습들이 눈에 띈다.


4교시, 교실로 들어와서 색칠을 시작했는데 비가 우두둑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굵은 빗줄기로 바뀌어서 창문을 내리친다. 그러자 한 친구가  

"선생님, 우리 3교시에 나갔다 오기를 잘했어요."하자 옆에서

"맞아요!" 하고 맞장구를 친다.


우리 아이들에게 예쁜 꿈을 꾸게 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설들을 갖추기 위해서 다방면으로 노력하는 모습이 예제 눈에 띈다. 학교 내 곳곳에 마련되어 있는 많은 공간들을 통해서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학교생활이 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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