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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옥임 Apr 26. 2022

아들과 오미크론

가족모임이 있을 때마다 딸 가족은 금요일 아이들 학원을 마치고 밤 8시가 지나서야 출발을 했었고 아들은 연구실 상황에 따라서 토요일 오전에 출발하기도 하고 저녁에 출발하기도 했었다. 


지난 주 토요일 오전에 내려오기로 했던 아들이 전날인 금요일 오미크론에 걸렸다며 병원에서 검사받고 약을 받아서 집에 가는 길이라고 전화가 왔다. 딸은 삼둥이들을 데리고 밤에 내려오는 준비로 정황이 없었을 텐데도 동생을 위해서 먹을 것을 사가지고 다녀왔다며

"엄마, 나 이들이한테 다녀왔는데 마스크 쓰고 집에 들어가서 1분 가량 얼굴만 보고 나왔어."라는 말에 깜짝 놀라서

"엄마 출근하는데?"라고 하자 

"그럼 내려가지 말까?"라며 웃는데 별일이 있을까 싶어서 계획대로 내려오라고 했었다.


일요일 아침 우리 아이들이 올라가는 날이다. 식사 전후로 강아지들과 놀아야 하는 지우가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어젯밤 잠자리에서부터 목이 많이 아프다고 했었다는데 자고 일어나서 온몸이 아프다는 말을 듣고 열을 재보니 39도까지 올라가더란다. 딸도 내려오면서 

"나도 몸이 너무 아파. 어제 세차를 해서 몸살이 걸렸나봐."라고 하자 사위가 서둘러 자가키트 검사를 했다. 모녀의 키트를 나란히 놓고 결과를 지켜보는데 딸은 1줄, 지우는 금새 2줄이 나왔다며 사위는 빨리 준비해서 올라가야겠단다.


"이나가 이들이에게 다녀와서 그런 거 아닐까?"라고 하자 사위는 엄마가 음성이 나온 것을 보면 지우가 처남 때문에 그런 것 같진 않고 확진받은 친구에 의한 것 같단다.


올라간 딸이 저녁에도 음성이 나왔다고 했었는데 다음날인 월요일 아침에는 양성이 나왔다며

"엄마, 나 양성 나왔어. 아빠, 엄마 조심해야겠다."라는 전화에 염려했으나 수요일인 오늘까지 남편과 나는 다행히 아무런 이상이 없다.


아들이 생후 8개월 때 라이증후군으로 병원에서 가망이 없다는 아이였으나 하나님의 은혜로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근 보름만에 퇴원하는 날 병원장이 올라오셔서 우리 아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하나님이 살리셨으니 잘 키우세요."라고 하셨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아들이 고등학교 재학 시 몸살 감기라며 퇴근할 때 약을 사가지고 오라는 전화에 약국에 들렀다. 아들이 8개월 때 라이증후군을 앓았었다고 하자

"아스피린 부작용이었네요. 아스피린은 먹지 말라고 하세요"라는 약사의 말을 듣고 라이증후군의 원인을 처음으로 알았다. 당시에는 라이증후군은 원인을 모르는 병명이라고만 했었는데 아들이 성인이 되어서야 라이증후군이 아스피린 부작용이었다는 것을 안 셈이다. 


아들은 아스피린 부작용이 늘 마음에 걸렸던 듯 백신도 맞지 않았다고 했었다. 그래서 조심한다고 했는데 오미크론에 걸렸다며 첫날부터 목과 몸이 많이 아프다고 했다. 

"백신도 맞지 않았는데..."염려하더니 확진을 받은 날부터 화요일인 어제까지 목과 몸이 많이 아프고 피가래가 나와서 물도 마시지 못하고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있단다.  아들에게 확진 소식을 듣고 곧바로  천연항생제와 면역제품 등 대처제품들을 급하게 주문해서 보냈는데......


곁에서 챙겨줄 사람도 없이 오롯이 홀로 견디는 아들이 마음에 걸려서 하루 한 번씩 상태가 어떤지 전화를 할 때마다 힘들어하는 아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올라가보지도 못하는 이 에미는 애를 태우며 기도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몸은 그대로야. 계속 아푸다 ㅠ"라고 했었는데 

"나 많이 좋아졌어. 걱정 안해도 돼요."

수요일인 오늘은 많이 좋아졌다니 그래서 걱정 안해도 된다는 말에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그래 당연히 좋아져야지....


녀석이 자라면서 그저 건강하기만을 바랬었다. 그런데 제 몫을 다하는 듬직한 아들이 되었으니 무엇을 더 바라랴. 건강하고 행복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속히 훌훌 털고 일어나기를 기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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