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의 40대

딸의 글

by 이옥임

"아침 햇살에 빛나는 나무도, 노을녁에 비춰지는 하늘도 가을이다.

40대가 되고 가을이 깊어가니, 친정엄마의 내 나이였던 때가 종종 떠오른다.

그때의 엄마는 어떠했었나 생각해보면 익숙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낯설다.

떠올리면서 분명하게 드는 생각은 그 때의 엄마는 매우 강인했었다는 것이다.

지금의 나보다 더 강했고 나보다 더 멋졌다.

지금까지도 내가 하지 못했던 것을 그때의 엄마는 해내었었고 더 용기가 있었다.

엄마의 삶이 이렇게 나에게 남아 있고 나는 그 흔적을 가지고 살고 있다.

누군가의 삶을 이해하게 되면 많은 것을 받아들이게 되나보다..

원하지 않던 것마저 내 삶을 이루게 하는 근간이었다고,

내 삶은 오래 전에 이미 그것을 받아들였었고,

나는 그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렇게 나를 이해하고 엄마를 이해했다.


그렇게 나의 사랑하는 남편도 이해하고 나의 아이들을 이해한다.

이해라는 것이 들어가게 되면 이유가 필요없어진다.

이해에는 사랑이라는 의미도 들어있는 것이 아닐까."



딸의 인스타그램을 읽다가 엄마인 나에 대한 글을 발견하고 눈물이 핑 돌았다. 딸이기에 섬세한 감정으로 엄마의 40대를 돌이켜보고 엄마를 이해하게 되었다는 딸의 따뜻한 마음이 가슴 가득 감동으로 충만해졌다.


40의 문턱을 이제 막 넘어선 딸이 가을이 되니 만감이 교차되는 가운데 엄마를 중심에 두고 있었고 딸에게서 엄마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어서 고마웠다.


30년이 훌쩍 넘은 엄마의 40대를 어찌 생각했을까? 나도 까마득히 잊고 살았던 나의 40대를 내 딸이 상기시켜 준 셈이다. 딸의 표현대로 정말 열심히 살았었다. 바쁜 가운데 많은 역사가 이루어진 시기로 체력은 바닥을 기었지만 많은 활동을 겁없이 해나갔었다.


하루종일 분주히 지내고 집에 오면 소진된 체력으로 집안일을 해야만 했었다. 오로지 빨리 마치고 쉬고 싶다는 생각에 단순하게 치우고 정리하는 일은 가능했으나 살기 위해 꼭 먹어야 하는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이 요리였다.


체력적으로도 집중할 수 없었고 무엇보다 요리에 관심과 흥미가 없다보니 미식가인 남편은 물론 소중한 우리 아이들의 입맛을 만족시켜주지 못하고 살아온 것이 목에 가시처럼 늘 마음에 걸리고 지금도 미안하다.


딸이 결혼을 하고 세 아이들이 성장해감에 따라 많이 부족한 제 엄마를 이해하고 위로하며 격려해주는 멋진 친구가 되었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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