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단상

초등학교 추억

by 이옥임

"여린 잎이 봄 햇살에 반짝이며 바람에 흔들린다. 이렇게 봄이 오고 있다.


무엇이든지 새롭게 시작하는 것은 삶에 에너지를 준다. 하루하루 같은 것들이 반복되지만 그 속에서 분명히 새로운 것도 있다.


집 앞에 바로 초등학교가 있다.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뛰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학교는 나에게 너무나도 익숙하고 추억이 많은 곳이다. 그래서 슬프기도 하다. 우리 엄마의 삶이 느껴져서......


지나간 시간들이 지나가 버려서 그냥 슬프기도 하다."


딸의 글을 글감으로 써야지 했었는데 한창 글을 쓰지 못하고 있던 때여서 글의 소재로만 보관하고 있었다. '모녀의 40대'가 딸의 24년도 가을 단상이라면 이 글은 23년도 봄의 단상이다.


그새 2년이 훌쩍 지나버린 글이지만 여전히 딸의 생각이 감동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래서 '모녀의 40대'에 이어 딸의 단상을 소재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 핸드폰 속의 카프에서 가져온 글과 사진이다.


피아노를 치고 있는 울 막내 손녀 사랑이(태명)의 뒤로 보이는 곳에 둘째와 셋째 손주 두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가 보인다. 그 초등학교를 내려다보며 울 딸은 어린 시절 많은 시간 학교에서 보냈던 추억들과 오랜 세월 학교에서의 엄마 삶을 생각한 모양이다.


태어나서 5살까지 전주 외가에서 자란 딸이 먼저 올라오고 이어서 두 살 터울의 남동생이 5살 때 올라온 뒤 어린 나이 때부터 동생을 챙겨야 했던 딸을 생각하면 지금도 울컥하다.


5살 아들이 전주에서 올라온 초기, 새벽에 일어나 어린이집에 갈 때마다 안 가려고 근 일주일 이상을 울어댔었다. 이런 아들을 힘들게 겨우 떼어놓고 발길을 돌려야했던 우리 부부의 심정을 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었으랴.


나중에 원장님께 들어 안 내용이 누나인 딸이 제 동생을 많이 챙겼다는 것과 아들이 제 누나 뒤만 졸졸 따라다니며 많이 의지했었다는 말에 남모르게 많이 울었었다.


딸도 똑같은 상황이었지만 활발하고 외향적이었던 딸은 어린이집에 쉽게 적응했던 것 같은데 온순하고 내향적인 아들은 전주에서 올라와 가족과 적응하기도 전에 어린이집에 가는 것을 매우 힘들어했던 모습이 살아오는 내내 눈에 밟혔다.


지금은 이미 지나가버린 오래된 시간들이지만 그 시절을 생각하면 귀한 우리 아이들에게 부모의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것이 두고두고 미안하다는 나에게 딸은 다독이며 힘을 준다.


"지금의 엄마로도 충분해. 엄마 덕분에 내가 있을 수 있고.. 엄마가 최선을 다해 살았던 것을 아니까 이해도 가능했던거 같아."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서 칠순을 바라보는 제 엄마를 이해해주고 위로하는 딸은 몸이 약해 늘 힘들어했던 제 엄마대신 일찍이 동생을 챙기면서 초등학교 1학년 때는 눈을 깜박거리는 틱장애를 겪기도 했었다.


딸의 담임이었던 선배가 딸의 틱장애에 대해서 귀띰을 해주어서야 알았고 이후 동생에 대해서는 일체 관여하지 않게 하자 신기하게도 틱장애가 없어진 걸 보면서 어린 내 딸에게 힘든 짐을 지게 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어린 딸이 가졌을 부담을 생각하면서 한동안 내 딸을 생각하며 마음 아파했었다.


이미 오랜 일이고 몇 십년이 흘러버린 과거의 일임에도 그 시절을 생각하면 그 당시의 감정이 그대로 다시 되살아난다. 남은 생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며 후회할 일이 없도록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일에 성심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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