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년 첫 출발

기간제교사

by 이옥임

새 학년 우리 아이들과 함께 시작하는 중요한 첫 출발을 나흘간 담임을 맡아 별탈 없이 잘 마쳤다.


새학년 새로운 첫 출발을 함께 하지 못한 담임의 심정은 말해 무엇하랴.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참담한 심정이었으리라. 그러나 시아버님 마지막 가시는 길 보내드리는 일이 그 무엇보다 우선이었음을 이해 못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불가피한 상황에서 급하게 출근 요청을 받고 우리 아이들에게 공연히 내가 미안한 심정으로 달려와 첫 출발을 함께 시작한 지 그새 나흘이 되었다. 그리고 무사히 모든 일정을 마치고 편안한 마음으로 담임에게 마지막 안내 글을 작성해서 출력까지 해두었다.


첫 날 서로의 이름을 익히기 위한 명패를 만들어 우리 아이들의 책상 한 켠에 붙여 두었었다. 아이들이 모두 돌아가고 나니 눈을 반짝거리며 집중하던 우리 아이들의 모습 대신 그 이름표들이 나를 집중하고 있다. 제각각 특성에 맞게 꾸며진 이름표들의 주인이 누구인지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우리 아이들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텅 빈 교실의 이름표들을 쭈욱 둘러보며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는데 마음에 걸리는 아이의 이름표에서 시선이 멈추었다. 다른 아이들은 자신들의 이름을 크게 간격을 띄어서 정 가운데 쓴 반면 이 아이는 아랫쪽에 다소곳이 모아서 이름을 썼다. 수업 중 유난히 눈을 반짝거리며 집중했던 아이였다.


번호 쪽지를 뽑아 가운데 모둠의 앞 두 번째 줄에 앉게 된 이 아이가 나와 만난 지 이틀째부터 8시 반도 안 된 이른 시각에 등교를 했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심부름을 시키게 되었고 내심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선생님의 심부름을 드러내놓고 좋아하는 적극적인 아이가 아니라 침착하고 수줍어하는 모습이었다.


이 아이에게 맘이 쓰이기 시작한 것은 담임이 출력을 해놓고 간 "쉿! 이건 선생님께만 이야기하는 비밀이예요." 학습지 활동 후 제출한 학습지들을 번호별로 정리하는데 이 아이의 학습지가 눈에 번쩍 띄었다. 여러 항목 가운데 1번


"함께 사는 가족은 누구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에

"아빠, 언니, 나, 강아지 2마리"가 적혀있었다.


엄마가 들어있는 다른 아이들의 답변들과는 다르게 엄마가 빠져있는 내용에 꽂혀서 한참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나름 이유가 있겠지...'생각했지만 이 아이가 자꾸만 마음에 걸렸던 것은 수업 중 남다른 집중력과 수줍은 미소였다.


마지막 날인 오늘 아침, 출근해서 5학년 복도에 막 들어섰는데 내내 맘에 걸렸던 아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 달려나와

'선생님, 오늘까지 기초조사서를 내야 하는데 아빠하고 엄마가 이혼을 했어요. 아빠가 작성을 해주셔야 하는데 바빠서 못 해주셨는데 제가 아는 데까지 해가지고 와도 돼요?"하고 조심스레 묻는다.


행여 누구라도 들을까 소릴 죽여 말하는 모습으로도 무슨 말인지 그리고 우리 아이의 어떤 마음일지 충분히 짐작이 갔고 그제서야 우리 아이에 대한 염려와 의문이 풀렸다. 아무 문제없다는 듯 단호하게


"당연하지. 네가 아는대로 작성해서 가지고 와.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있을 때 네가 써가지고 오면 되는 거야. 전혀 문제 없어. 알았지?"라고 하자 매우 흡족해하는 모습으로 환하게 웃으며

"네~~"했었다.


저학년이었다면 엄마의 빈자리가 얼마나 컸을지 생각만 해도 가슴 아픈 일이나 고학년이 되었으니 이제는 자신이 알아서 해결할 나이여서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아직도 엄마의 손이 필요하고 엄마의 그늘이 필요할 때인데 어른들의 이기심으로 아무런 잘못이 없는 우리 아이가 이겨내고 감내해야 할 아픔이 가슴 저리다.


나는 대학 때까지도 하교 후 집에 가면 보이지 않는 엄마를 찾아다녔었다. 이렇게 칠순을 바라보고 있는 나이에도 엄마를 생각하면 보고 싶고 그리워서 눈물이 절로 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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