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력 측정 기록지
다음 주까지 팝스 종목을 모두 측정해야 하는 가운데 3가지 종목을 마쳤다. 나머지 유연성 측정인 윗몸 앞으로 굽히기는 다음 주에 오실 선생님께서 실시하게 되면 팝스 측정은 모두 마치는 셈이다.
뒤이어 오실 선생님을 위해서 일목요연하게 보실 수 있도록 3가지 측정 기록지를 종목별로 정리하고 있는데 1반에서 10반까지 기록이 되어 있어야 할 악력 기록이 3개 반이 빠져 있다. 기록지를 보관해 둔 서랍을 여러 번 열어서 찾아보고 가방과 모닝콜 영어교재까지 확인했는데도 보이지 않는다.
'강당에서 측정할 때마다 결재함에 넣어서 분명히 챙겨왔는데 어디로 빠졌을까?'
그렇다면 기대할 곳은 한 곳 밖에 없었다. 우리집 벽난로에 태우기 위해 이기 후 폐기한 기록지들을 모아서 벽난로 앞 박스 앞에 넣어두었기 때문에 남편에게 확인해 달라고 문자를 보냈다. 혹시라도 하는 마음으로 잔뜩 기대를 걸고 있었는데 남편이 접혀진 용지의 내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겹겹이 정리해서 사진으로 찍어 보내주었다. 눈을 크게 뜨고 여러 번 확인을 했는데도 내가 찾는 기록지가 보이지 않는다.
"폐기할 기록지를 다른 곳에 버린 기억이 없는데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
화요일에 실시했을 3개 반의 기록이 통째로 빠졌다는 것과 기록지가 2장이 없어졌다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떻게 해결을 해야 하지?'
심각한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나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일 같으면 언제든 어떻게든 어떤 방법으로든 해결할 테지만 3개 반의 담임 선생님들께 사정을 말해서 체육시간을 추가로 할애받아야 하고 또 우리 아이들은 양손 2번씩 측정하느라 힘이 들었는데 기록지를 잃어버려서 또 다시 해야 한다면..... 생각만 해도 용기가 나지 않는 일이었다.
남편이 염려가 되었는지 전화를 했다. 퇴근 후 집에 와서 직접 찾아보고 없으면 내일 하루 기회가 있으니 담임 선생님들과 아이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실시하는 방법 밖에 없지 않느냐고 한다. 남편과 통화를 끝내고 전담실에 들어왔다가 답답한 심정에 복도로 나왔는데 점심을 일찍 먹고 올라온 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기록지가 없어진 7반 교실 앞 복도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기 초 시부상을 당한 담임이 일주일 동안 나오지 못해서 내가 임시 담임으로 들어간 덕분에 나만 보면 격하게 반기는 아이들이다.
"얘들아, 점심 맛있게 먹고 왔어?"
"네, 선생님, 오늘 갈비탕이 너무나 맛있었어요!"
"맛있게 먹어서 잘 했다. 너희 반 악력 측정해서 선생님이 기록했었지?"
"아니요. 우리 악력 검사 안 했어요. 강당 수업 날 50m달리기 해야 한다고 해서 운동장으로 나갔었어요."
아뿔싸! 그랬었다. 화요일 강당에서 악력 측정 계획을 세워놓고 출근했었는데 체육부장이 급하게 달리기 대회에 출전할 선수를 뽑아야 하니 강당 수업이지만 운동장에 나가서 50m 달리기를 먼저 해주시면 안되느냐는 부탁에 3개반 악력을 실시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순간 지옥에서 천국으로 훌쩍 뛰어넘었다.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예쁘고 고마운 지 나에게 구세주였다.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기쁜 소식을 전하자
"그럼, 그렇지. 당신이 그럴 사람이 아니지.. 잘 됐네."라며 안도의 목소리로 나를 위로해 준다.
내가 맡은 5학년 체육 전담 교사는 생활부장으로 학교폭력 업무를 맡아서 일주일에 6시간의 수업 경감 혜택을 받고 있었다. 생활부장이 육아휴직으로 들어가면서 여러 기간제 선생님들이 돌아가면서 맡고 있는 상황인데 6개 반의 50m 달리기는 수업경감 강사가 실시하게 되어 있음에도 교사들과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나에게 부탁을 했었다.
얼마나 다행인지... 전담교사와 경감강사가 수업을 나누어서 실시하다보니 착오가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수업 경감강사가 실시해야 할 50m달리기가 측정이 안 된 바람에 달리기, 악력 모두 3개반이 빠진 셈이다. 다음 주에 오실 선생님께 수업 경감강사와 연계해서 빠진 종목과 학급들은 실시하도록 기록을 해놓고 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