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이저수지와 모악산 입구
퇴근 후 집에 들어섰는데 남편이 대뜸 구이 벚꽃축제에 가자고 제안을 한다. 늦은 오후 시간에 웬 벚꽃축제냐고 묻자 야간 벚꽃이 더 멋있다는 말에 남편과 함께 집을 나섰다. 구이까지 가는 동안 도로 양 옆으로 피어있는 벚꽃들을 보면서 굳이 먼 거리까지 찾아가서 벚꽃을 보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벚꽃 철이 되면 입소문을 타는 유명한 곳들은 수많은 차량들로 정체현상이 심각한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그 많은 사람들이 어디서 몰려왔는지 넘치는 인파로 물결을 이룬다. 아이들이 어리고 젊었을 때야 부러 찾아다니며 즐길 수 있었지만 이제는 나이를 먹다보니 가깝고 한가한 곳을 더 선호하게 된다.
며칠 전 모악산 운동을 갔을 때 벚꽃 봉오리들이 맺혀있는 것을 보고 머지 않아 벚꽃들이 만개하겠다 생각했었는데 그새 고개만 돌리면 벚꽃 세상이다. 내친 김에 천천히 구이 저수지 주변과 모악산 입구 주변의 벚꽃들을 둘러보려면 저녁식사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간 상으로 봤을 때도 저녁식사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 답인 것 같아서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오리탕집으로 들어갔다. 플랭카드에는 점심특선으로 푸짐한 오리탕이 적혀 있었지만 저녁에도 가능하다는 말에 남편은 자신이 좋아하는 오리탕으로 나는 내가 좋아하는 돼지갈비 김치찜을 주문했다.
입맛이 까다롭고 예민한 남편이 오리탕 맛을 보고
"이 집 성공하겠는데.... 맛이 달라."라며 만족해 한다. 큰 고깃덩어리가 4개가 들어있다며 앞접시에 고기를 건져 결따라 찢는 모습이 소고기 육질과도 같았다. 내가 맛있다는 돼지갈비찜은 맛을 보더니 너무나 달아서 남편이 좋아하는 맛이 아니란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길 건너편의 구이저수지 벚꽃축제에 갔는데 벚꽃들이 한창 절정을 이루었다. 8년 동안의 벚꽃축제 가운데 처음으로 적기에 온 셈이다. 꽃잎이 눈 내리듯 우수수 떨어질 때라든가 꽃들이 많이 떨어지고 새파란 나뭇잎이 올라왔을 때에야 왔었다.
남편 말대로 야간 벚꽃이 더 멋있다는 말이 실감났다. 어둑발이 지고 나서 삼삼오오 가족과 함께 오거나 지인들과 함께 온 인파가 늘어났고 불빛으로 인해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벚꽃들을 찍느라 예제서 고개를 뒤로 젖히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모습도 장관이었다.
벚꽃나무가 끝나는 곳에서는 음식을 파는 천막 식당이 있었다. 부침개, 두루치기 등 막걸리와 함께 먹으면 좋을 여러가지 음식들을 판매하는데 많은 분들이 자리잡고 앉아서 담소를 나누며 즐겁게 먹는 모습들이 보였다. 우리도 식사 전이었다면 파전과 멸치국수를 시켜서 먹었을 테지만 이미 포만감이 가득 차서 풍겨 나오는 맛있는 냄새에 관심이 가지 않았다.
남편은 아는 사람들이 누가 있을까 둘러보고 나오겠다며 천막 안으로 들어가더니 누군가와 손을 들어 인사를 나눈 뒤 나온다. 아는 사람이 지인들과 함께 온 것 같단다.
저수지 끝자락에 있는 벤치에 앉아 전면에 펼쳐져 있는 벚꽃들을 감상한 뒤 어둠이 내려 앉은 저수지와 벚꽃, 모악마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모악산 입구로 차를 돌려 올라갔다. 낮에 보면 환상적이었을 풍성한 벚꽃들이 모악산 입구는 물론 모악산 주차장, 도립미술관 앞쪽으로 너무나 아름답게 피었다.
환하게 불이 켜진 축구장의 동호인들을 보면서 남편과 함께 테니스를 쳤던 시절이 생각났다. 우리 부부도 퇴근하고 집에 오면 선걸음에 저녁식사를 서둘러 먹고 나가서 야간 테니스를 쳤었다. 주변 경관이 좋은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하며 모악산 주차장을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