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by 이옥임

"올해는 복숭아를 먹어야 하는데..ㅎㅎㅎ"

"집에 있는 사과, 복숭아, 배의 당도가 매우 높은데 아직은 나무가 작고 농약을 하지 않으니 새들의 먹이가 되어버리고 먹어볼 기회가 그닥 없어 ㅋㅋㅋ 아쉽긴 하지... 나무가 좀 더 크면 먹을 기회가 좀 있으려나..."

"커버를 씌워요. 아버님 배는 늘 종이로 싸던데..그래야 벌레가 안 먹는다고.."

"과일용 종이 커버 있잖아~~ 몇 그루 안 되면 한 번 씌워봐요."

"그러게... 아빠가 이번에는 블루베리를 심어서 아로니아와 함께 망을 씌운다고 하셨으니 과일도 커버를 씌우자고 해야겠다... 올 가을에는 기대해 보렴."

"올에는 애들과 함께 해야겠다. 과일 커버도 씌우고 망작업도 함께 하고... 수확도 함께 하고... 생각만 해도 흐뭇하구나."

"애들이 좋아하지^^ 함께 하면 되겠네(하하)"


딸 덕분에 글감을 많이 얻는다. 문득 복숭아가 먹고 싶었던 듯 올에는 아빠가 재배하는 복숭아를 먹어야 한다는 말에 주고받은 문자다. 사실 배, 복숭아, 자두, 사과 대추, 사과 등 과실나무를 여러 종류 심어놓았지만 3년 동안 제대로 맛을 본 과일이 없는 것 같다.


사과 대추는 심어놓은 다음 해에 작은 나무에 비해 실하게 열려서 신기해하며 따 먹었었다. 대추가 얼마나 큰지 처음 보는 대추였는데 사과와 교배해서 나온 신품종이라고 했었다. 자두 크기였던 것 같다. 게다가 당도가 매우 높아서 굳이 말려두지 않아도 집에 오는 지인들에게 과일처럼 내어 놓아도 되겠다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듬해에는 죽은 대추나무도 있고 열렸다 하더라도 첫 해처럼 크지 않고 일반 대추와 다를 바가 없어서 나름 농약을 하지 않아 그러려니 했었다.


사과와 배 역시 모양은 이쁘지 않아도 당도가 높아서 부러 사먹지 않아도 되겠다 했었는데 봄 냉해가 심했던 작년에는 몇 개 안 달린 사과와 배에 벌레가 많이 끼어서 아로니아처럼 맛도 보지 못했다. 과실 나무를 심어놓기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원하는 과실을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수고가 따라야 하고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을 경험한 셈이다.


작년에 아로니아 수확을 전혀 하지 못하자 남편은 그러잖아도 너무 많이 심었다며 일부 캐내야겠다고 생각해왔던 아로니아의 절반을 겨울에 캐내어 버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 심을 여러가지 작목들을 고민하는 가운데 지인들과 와이프인 내가 강력 추천하는 블루베리를 심기로 잠정 결정을 내리긴 했다. 처음에는 블루베리를 심으려면 흙을 구입해야 하고 망을 씌워야 한다며 머리 무거워 했다가 어차피 아로니아도 망을 씌우려고 했으니 블루베리를 심어서 함께 망을 쳐야겠단다.


아로니아에 들어있는 안토시아닌이 베리 가운데 가장 높다고 해서 심었었는데 예제 흔한 작물이 되어버리다보니 가치가 없어졌다 실망하는 남편에게 남들이 뭐라 하든 우리는 계속 아로니아를 고수하자고 했었다. 이유는 관리가 용이했기 때문이다. 복분자처럼 물러서 힘들게 수확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탄탄한 열매로 수확도 보관도 유통도 매우 편리한 것이 아로니아다.


어차피 반절을 캐내었으니 대체 작물로 블루베리를 추천한 것은 아로니아와 달리 생과로도 먹을 수 있고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어 지인들도 적극 추천하는 작물이다. 가격도 아로니아의 배라고 하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아로니아와 달리 아이들이 직접 따먹을 수 있는 작물이 블루베리라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는 충분했다.


작년 6월. 필리핀에서 들어온 삼둥이들이 우리집에서 자가격리를 하는 동안 보리수 밑에 쪼그리고 앉아 빠알간 보리수를 따먹던 막내의 모습이 생각난다. 밖에 나가기만 하면 할머니 선물이라며 그 앙증맞은 손바닥 안에 몇 알의 보리수를 따다 건네주곤 했었다.

요즘에는 내려오기만 하면 광대나물꽃, 철쭉, 노란 민들레 등을 꺾어다가 할머니 선물이라며 건네주었는데 작년처럼 보리수를 따다가 선물이라며 내밀 때가 멀지 않았다.

정열적인 빠알간 보리수 열매와는 달리 연노랑색의 꽃이 참으로 소박하다. 보일듯 말듯 눈에 띄지 않는 꽃이 지금 한창 많이 피어 있으니 얼마나 많은 보리수 열매가 열릴지 눈에 훤하다.

지원이와_보리수.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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