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해

by 이옥임

[딸] [오전 8:31] 날이 추워서 꽃들 얼겠다ㅠ 어째 올해도 열매 안 열리면....

[딸] [오전 8:31] 작년에도 이렇게 봄에 추워서 꽃들이 얼었나봐요~

[딸] [오전 8:34] 걱정이네 오늘 춥다는데.. 어젯밤에 진짜 춥더라고~~


딸의 문자를 보고서야 작년에 아로니아 수확을 전혀 못했음이 떠올랐다. 그저께 밤에는 비바람이 장난이 아니었다. 저장고에 과일을 가지러 나갔는데 춥고 바람이 얼마나 거센지 겨울로 되돌아가는 느낌이었다. 뿐만 아니라 꽃샘추위라고 하기에는 무색할 정도로 밤새 바람 부딪치는 소리가 심했었다.


작년에 꽃피는 춘삼월이 너무나 춥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가을 수확 철이 되자 예제서 수확할 것이 없다며 한숨 소리의 이유가 봄 냉해 때문었다고 했었다. 나는 그제서야 유난히 춥다고 생각했던 봄 날씨로 인해 농작물들이 냉해를 입어서 수확할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셈이다.


360주의 아로니아를 식재하고 이듬해에 많은 아로니아 열매가 열렸음에도 우리가 먹을 것이 없었던 이유가 시누이와 시동생의 소개로 완판이 된 덕분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 해에는 훨씬 더 많은 아로니아 열매가 열리는 바람에 나뭇가지가 이기지 못해 땅바닥으로 쳐졌었다.

아로니아 열매를 판매하고도 많이 남아서 지인들을 불렀다. 남편이 가지채 꺾어다주면 주면 지인들은 작업장에 앉아서 봉지 봉지 열매만 담아 가져갔으니 남편의 노력과 수고 덕분에 나누어 먹는 것도 큰 보람이었다.


그리고 다음 해인 작년에는 많은 꽃들이 피고 열매가 맺혔었는데도 바람과 추위에 떨어지고 그나마 남은 것들은 새들이 따먹었다며 전혀 수확을 못했었다. 기상 이변은 물론 농사 이변이었다. 1년 내내 애쓰고도 수확을 못하는 농부들의 타들어가는 애간장을 처음으로 경험한 셈이다. 내 노력과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으니 순전히 자연재해였다.

멧돼지에게 습격을 당한 고구마와 냉해로 수확을 못한 아로니아의 피해 보상비가 군에서 나오기는 했으나 무늬만 피해 보상이지 턱도 없는 몇 십만원의 금액이었다. 남편은 겨우 고구마 모종 값과 비료값이라고 한다. 그러니 농사가 전업인 농민들에게는 말도 안되는 보상이었을 게 틀림없다.


농촌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그 누구보다도 농민들이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은 하루종일 뙤약볕에 나가 애쓰는 모습이 안타까웠을 뿐 아니라 평생을 농사로 허리가 휘어진 어르신들을 보면 가슴이 아팠다.

빗자루로 잠시 마당을 쓸기만 해도 허리가 끊어지는데 아픈 허리를 펼 새도 없이 밥줄인 농사에 매달려야 하는 농민들의 절박한 심정이 그대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부디 온 몸을 바쳐 평생 애쓰는 농민들이 정직한 노동의 댓가를 충분히 받아서 지금보다 훨씬 여유롭게 살아가기를 바라며 땅과 씨름하며 분철주야 땀 흘리는 농민들의 꿈과 희망이 실현되는 아름다운 농촌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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