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미안해

by 이옥임

고향으로 내려와서 새로운 둥지를 틀고 산 지 그새 3년이 넘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안개가 가장 최악이다. 동네를 빙 둘러싼 높고 낮은 산에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게 피어나는 안개의 모습을 가끔 볼 수 있었지만 동네를 벗어나면 남원군산간 도로는 또 다른 안개 없는 뻥 뚫린 세상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남원군산도로는 물론이고 주변이 온통 안개 속이다.


결국 부안 출근할 때까지 자욱한 안개로 마치 눈길을 달리듯 온 차량들이 깜박이등을 켜고 거북이 운전들을 했다. 밤길은 앞 차량의 불빛이라도 보이지만 안개 속은 앞 차량의 불빛이 투과되지 않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깜박이 등들을 켜고 달리고 있다.

잔뜩 긴장 속에 달리는데 출장 차 거제도에 내려간 남편이 생각나서 카폰으로 전화를 했다. 이미 아침에 모닝콜을 해준 남편이었지만 문득 남편에게 내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여보, 미안해."라고 하자 웬 난데없는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가 싶었던 듯

"아니... 왜... 갑자기 뭐가 미안해?"

"여지껏 살아오면서 당신 앞에서 아프다는 소리를 많이 했었잖아. 그런데 문득 당신 피 말리는 소리를 그동안 너무나 많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아팠어. 그리고 미안해."라고 하자

"아프니까 아프다고 한 거지. 그게 미안할 일인가?"

"응 많이 미안하더라구."

"당신이 무리하니까 그래. 내가 볼 때 무리하고 있어. 때로 몸을 쉬어주기도 해야지."


6개월 전에 복용한 한약 덕분에 주말마다 아파서 꼼짝 못했던 허리 통증이 거짓말처럼 사라져서 지금까지 아무런 이상없이 잘 지내고 있었는데 문제가 또 다른 곳에 나타나기 시작해서 삶의 질은 물론 일상에 지장을 받고 있다.


수년 전인 현직에 있을 때 석회로 왼쪽 어깨 시술을 받고 나서 1년 동안 힘들어 했었다. 그리고 이상없이 잘 지내왔었는데 2~3개월 전부터 왼쪽 어깨가 불편하더니 파스를 붙이고 찜질를 해주면 괜찮아지리라 여겼던 통증이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졌다.

그러잖아도 가뜩이나 불편한 어깨에 불을 지피는 사고가 있었으니 바퀴 의자가 밀리면서 뒤로 넘어지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왼쪽 팔을 짚고 한참을 꼼짝할 수가 없었다. 마치 뽀족한 곳에 찔리는 느낌의 통증으로 식은 땀이 줄줄 흘렀고 질끈 감은 눈을 한동안 뜰 수가 없었다. 이 일이 있고 난 뒤 어깨의 통증은 더욱 심해졌고 추운 곳에 가면 팔이 시리고 저리는 증상까지 나타난데다 어쩌다 팔을 잘못 움직이고 나면 나도 모르게

"아~~!"하는 소리가 절로 났다.


남편의 허리통증에 효험을 봤던 면내의 병원에 가보라는 남편의 적극적인 권유로 병원에 가기 위해서 조퇴를 받고 일찍 나왔다. 가정의학과로 여러 분야의 진료를 통합적으로 보는 곳인데 농촌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깨가 아파서 왔다고 하자 대뜸 왼쪽 팔을 이러저리 꺾어보시더니 회전개근이 약해져서 그렇다며 주사 한 대를 어깨 관절에 서너군데 나누어서 놔주신다. 그리고 엉덩이 주사 한 대 맞고 물리치료를 받은 후 약 3일 분을 처방받아 연휴 사흘을 지냈다.

어깨가 시리고 저리는 증상은 좋아진 것 같은데 주말 궂은 날씨탓인지 통증은 그대로다. 그래서 다시 월요일 오후에 병원에 가자 선생님께서

"아직도 아프신 거예요?"하고 물으신다. 그리고 어깨 주사와 엉덩이 주사 2대를 맞고나자

"이 주사들은 근본적인 치료방법이 아니예요. 통증을 완화시켜 줄 뿐 스트레칭을 계속 해주셔야 해요. 퇴행성 관절염이라고 해서 모두가 다 아픈 것은 아닌데 무리하지 않게 스트레칭을 해주시면 좋아지실 거예요."


치료를 기대하고 병원을 찾아왔는데 치료가 안 된다니 실망했지만 어쩌랴. 물리치료받고 약을 일주일분 받아서 오는 길에 아무래도 한약을 주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때 마지막 방법으로 찾게 되는 한약이다.

6개월 전 올 첫번째 한약으로 허리를 비롯해서 손발 저리는 증상, 몸살 등이 많이 좋아졌는데 이번 한약으로도 제반 증상들이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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