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

by 이옥임

6시부터 5분 간격으로 3번이 울리도록 알람을 맞추어 놓고도 제대로 일어난 적이 거의 없다. 오늘도 30분이 넘어서야 힘들게 일어나면서 문득 우리 선배가 생각났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 했던 지나간 많은 시간들이 한순간 꿈이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서글퍼졌다.


새벽에 일어나서 신문도 보고 집안일까지 느긋하게 해놓고 출근한다는 선배의 이야기를 듣고 신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본디 타고난 천성이 부지런하고 야무진 선배를 두고 동료들은

"찔러도 피 한 방울 안나오게 생겼어."

"발발이 같아."라고들 표현했으니 잠시도 앉아있지 못하고 늘 분주히 움직이는 선배는 경제 관념에서도 나와는 천지 차이였다. 허튼데 전혀 안 쓰고 무조건 저축을 해서 목돈을 굴리는 이미 부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철두철미한 사람이었다.


선배와 동학년을 하면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부터 바꿔야지' 하고 시도했다가 나는 나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포기해야만 했었다. 일찍 일어나는 날은 하루종일 비몽사몽 몸을 가누지 못하고 피곤해 했다. 체질이 다르고 타고난 성향이 다른데 다른 사람을 흉내낸다고 그리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절감한 셈이다.


학창 시절에도 새벽에 일어나 공부를 한다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언감생심 새벽에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니 늦게 자더라도 마음 편하도록 할 일을 다 해놓고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할 것이 아니라 바로 내 곁의 남편도 아침형이다. 저녁식사 후 한창 집안 일에 몰두하고 있는 나와는 달리 남편은 누가 떠매어가도 모를만큼 코를 곯며 깊은 잠에 빠져있다. 그리고 깜깜한 꼭두새벽에 일어나 운동을 나가곤 했었다.

지금도 비가 오거나 몸이 아픈 날이 아니면 새벽에 일어나 밖에 나가 일을 보고 있는 남편은 일찍 자건 늦게 자건 일어나는 시간이 항상 똑같다. 그런데도 나는 젊었을 때나 나이가 들었을 때나 아침에 일어나기를 힘들어하고 있으니 남편이 부럽기만 하다.


"일찍 자면 되잖아. 항상 늦게 자니까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지."하지만 남편과는 반대로 일찍 자건 늦게 자건 일어나기는 매한가지 아침이면 늘 곤혹을 치루어야 한다. 물론 출근하지 않는 날에야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날 수 있으니 문제될 게 전혀 없다. 그렇다고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니......


남들은 나이를 먹으면 잠도 없어진다는데 그래서 늦게 일어나던 사람들도 새벽에 눈이 저절로 떠진다는데 나는 육순이 넘었음에도 그렇지 않으니 출근하는 동안에는 아침에 일어나는 곤혹을 즐겨야 할 모양이다. 여러 번 울리는 알람도 즐거운 모닝콜로 감사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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