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진작에 주방 수납장을 설치할 생각을 못했을까? 주방수납장을 설치하고 나서 싱크대 위 즐비하게 널려있던 물건들을 모두 수납장 안으로 들여 놓고 나니 속이 다 후련하다.
이 곳으로 내려오기 전에 살았던 아파트의 주방에는 싱크대 외에도 폭이 깊고 너비 60cm 수납가구가 식탁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양문형 수납장이 3개씩 아예 붙박이로 설치가 되어 있었다.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물건들이 수납장 안에 얼마나 많이 들어있었는지 이사를 하기 위해 모두 꺼내놓고 나서야 알았고 그렇다고 버릴 수 있는 물건들이 아니어서 모두들 끌고 내려왔다.
하긴 결혼해서 처음 구입했던 식탁과 쇼파도 버리지 못하고 소장하고 있으니 말해 무엇하랴. 함께 내려와서 모두 각자 맡은 역할들을 다하고 있으니 필요없어서 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주방에서 사용하는 물건들이다. 거의 쓰지 않는 그야말로 어쩌다 한두 번 쓰는 물건들은 2층의 지붕 밑 붙박이 장 안에 넣어두었으나 자주 쓰는 물건들은 동선이 짧은 가까운 곳에 보관해서 사용해야 하는데 수납장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내려와서 3년 동안에는 좁은대로 그렇게 살아야 하는 줄로만 알고 아무 생각없이 살다가 2층으로 공방으로 필요한 물건들을 가지고 왔다갔다 하다보니 이제서야 문득 이건 아니라는 생각에 급 수납장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싱크대 색상에 맞게 맞춤으로 설치하면 좋았을 테지만 급한 마음에 인터넷으로 규격에 맞는 수납장을 찾느라 꼬박 이틀이 걸렸다. 싱크대와 통일감이 있는 붙박이장처럼 딱 맞는 일체형 수납장은 아니지만 설치하고 나니 주방과 주방 베란다, 그리고 여기저기 쌓여있던 물건들을 모두 넣어둘 수 있어서 너무나 좋다. 그리고 깔끔해졌다.
없어서는 안 되는 꼭이 필요한 물건들만 갖추고 여유로운 공간으로 살고 싶지만 살다보니 그게 가장 어려운 일이다. 살아온 연륜에 비례해서 많은 물건들이 쌓이는 이유가 당장은 필요한 물건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쓰여질 것 같은 생각에 버리지 못하고 쌓아 두는데 있다.
한창 젊어서 버리는 것을 좋아했던 와이프에게
"나만 버리지마." "이러다가 나까지 버리는 거 아니야?"라며 남편은 곧잘 농담을 했었는데..... 나이를 먹으니 오래 되고 쓸모 없는 것들을 버리지 못하는 것도 병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 이상 수납장이 늘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