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3일 김장
방학하면 1월 초에 김장을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남편은 아무리 생각해도 배추가 얼어서 안되겠다며 우리밭의 배추와 뒷집 아저씨 밭에서 어둑발이 내릴 때까지 배추를 뽑아 저장고에 넣어두었단다. 하필 추운 날씨에 남편이 고생을 했다. 나 역시 아무래도 안되겠다는 생각에
"그래, 이번 주말에 동생들 불러서 김장 해버리자구요"하자 남편은 기다렸다는 듯
"좋지. 배추는 내가 책임지고 절여 놓을 거니까 당신은 양념만 만들어서 버물기만 해."한다. 입으로는 벌써 김장을 다 마쳤다.
그런데 어쩌누. 김장을 한다고 해놓고 어찌해야 할 지 겁부터 난다. 물론 동생들이 도와줄 테지만 머리부터 무거워진다.
작년에는 비닐하우스 안에 배추를 심어서 방학을 하고 1월 초에 김장을 했었다. 그래서 올에도 작년처럼 방학하면 하려니 마음 편히 먹고 있었는데 배추를 저리 뽑아 제끼니 저장고에 넣어둔다 해도 한 달 동안 괜찮을지 염려가 됐다.
어차피 하려고 마음 먹은 것.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배추는 남편이 책임지고 절여준다고 했으니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을 맡은 셈이다. 자신이 만만한 목소리로
"여보, 우리집에 대형 비닐봉지 있던가?"
"김장 비닐봉투는 몇 장 있는데......"
"그럼, 몇 장 사와야겠다. 할머니 김장 절이는 것을 보니까 봉지가 아주 컸어."
지난 주 남편이 구이 우체국에 갔다가 어느 할머니께서 배추 절이는 모습을 보고 한참을 지켜보았었단다. 소금물에 적신 배추를 커다란 비닐봉지에 넣고서 소금을 뿌려가며 채곡채곡 쟁이는 모습을 보고
"뭐하세요?"하고 여쭙자
"김장 배추 절여요. 이렇게 비닐 속에 배추를 넣고 절이면 뒤집어 주지 않아도 되고 너무 편해."하시더란다. 옛날처럼 커다란 고무통에 배추를 절이면 하나 하나 뒤집어 주어야만 하는데 한번씩 봉지만 뒤집어주면 된다고 하셨단다.
남편이 보기에 너무나 효율적인 방법이어서 올 김장배추는 자신이 절이려고 벼루고 있었다며 믿어보란다. 비닐봉지 몇 장만 사다가 절이면 될 거라며 쓰지 않을 큰 고무통을 괜히 미리 사다두었단다.
앞 뒤 밭에서 뽑은 배추가 100포기는 족히 될 거라며 작은 것들은 두고 한 번씩 뽑아다 먹도록 놔두었단다. 그런데 포기가 작아서 말이 100포기이지 50~60포기 양은 되지 않을까 한단다.
이제는 김치만 맛있게 담글 줄 알면 된다고 생각하고 김치담기에 도전하려 하다가도 겁부터 앞섰는데 올 김장을 하고 나면 조금 더 자신감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남편이 기른 배추에 갓, 쪽파, 무를 이용해서 맛있게 담가봐야지........
당신 몸을 움직이지 못할 때까지 김치를 맛있게 담가주셨던 우리 엄마 대신 이제는 동생들에게는 언니 역할을 딸에게는 친정엄마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