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맥가이버

by 이옥임

그야말로 맥가이버가 따로 없다. 자고 일어나니 버리려고 마음 먹었던 압력밥솥이 원상복귀가 되어서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지 남편이 신기하기까지 했다.


"여보, 압력밥솥이 수명을 다 한 것 같아. 오래 썼지. 20년이 넘었을 거야. 이번에는 방법이 없어 버려야겠어."하자

"이리 갖다놔 봐. 내가 고쳐볼게."했던 남편 말에 반심반의 거실 탁자에 올려두고 잠자리에 들었었는데 밤새 뚝딱거리는 소리가 간간이 들리는가 싶더니 마술을 부려 놓았다.


"분해를 해보아도 알 수가 없더라구. 그래서 유튜브를 찾아봤지. 마침 어느 여자 분이 올려놓은 영상을 보고 우리 증상과 비슷한 것 같아서 그대로 따라 분해를 했는데 신기하게도 우리 것과 똑같은 증상인 거 있지."


문제인즉슨 "잠금장치 센서고장"이었단다. 센서를 감지해주는 선이 끊어졌는데 짧고 잘 보이지 않는데다 복잡해서 선을 이어주기가 쉽지 않았단다. 영상을 올려준 분 덕분에 버리려던 밥솥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 너무나 감사했다.


이 밥솥이 어디 보통 밥솥인가. 그 옛날 큰맘 먹고 기십만원을 주고 산 쿠쿠 압력밥솥이었다. 게다가 우리 엄마의 아픈 흔적이 역력히 남아있는 이 밥솥을 귀히 여기고 소중히 사용했는데 그래서 더욱 애착이 가는 밥솥이었다.


아버지 돌아가신 후 방학이 되면 엄마를 우리집에 모시고 올라왔었다. 그동안 애쓴 동생들에게 휴가를 주고 싶었고 방학 때만이라도 엄마와 함께 보내고 싶은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화실에 다녀와야 하는데 엄마 혼자 두고 나가기가 마음에 걸렸지만 걱정말고 다녀오라는 엄마 말씀에 믿고 나갔다가 서둘러 점심시간 전에 들어왔다. 점심을 차려드리려고 밥솥 앞에 선 순간 깜짝 놀랐다. 밥솥 뚜껑이 난리가 난 것이다. 입구 빙 둘러서 온통 난도질이 되어 있었다.


"엄마, 밥솥이 왜 이래?"하고 여쭙자

"배가 고파서 밥을 먹으려고 하는데 뚜껑이 안 열리잖아. 그래서 뚜껑을 열려고 했지."

며칠 함께 있는 동안 엄마에게 밥솥 뚜껑을 여는 방법을 알려 드렸어야 했는데 치매 초기인 엄마가 혼자 밥을 차려드실 기회가 없을 거라는 생각에 전혀 생각을 못한 것이 잘못이었다.

"엄마,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많이 시장하셨었구나. 그래서 식사는 했어?"

"응. 먹었어."

"반찬은 어떻게 하고?"

"냉장고 열어서 꺼냈지."라며 웃는 엄마 모습이 하 천진스러워 나도 함께 웃었다.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밥솥이 보기 흉하게 되었다고 해서 속상할 일이 전혀 없었다. 우리 엄마가 남겨준 귀한 흔적이 아닌가.


20년 동안 사용하면서 내솥 교체와 서비스 한 번 받아본 일 말고는 아무런 문제없이 잘 사용했었는데 어젯밤부터 취사를 누르면 오류창이 뜨기 시작했다. 예제 살펴보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거니 하고 다음날 몇 번 시도를 해보았지만 여전히 똑같은 오류창이 뜬다. 너무나 오래 되어서 버리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을 거라고만 생각했던 나와는 달리 남편은 올 초에 쌀음료를 만들기 위해 저렴하게 구입한 쿠쿠 압력밥솥보다도 훨씬 튼튼해 보여서 고쳐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결국 성공했으니 대단하고 위대한 사람이다. 자신의 전공분야와는 전혀 상관이 없음에도 어떤 분야이든 요구하고 마음만 먹으면 척척 해결해내는 만능 맥가이버 남편이 자랑스럽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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