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사고

by 이옥임

얼마나 무모한 짓을 했는지 댓가를 꼭 치루고 나서야 깨닫는다. 100% 내 잘못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차선에 서면 안 된다는 것을 경험하고 나니 나쁜 습관이 저절로 잡힌다.


출근길에 김제 소방서 앞 오거리인 후신교차로에서 접촉사고가 났다. 벽성로에서 부안 월죽로로 빠져나가는 하나의 차선이 교차로 부분에서 3개의 차선으로 나뉜다. 그러다보니 직진 코스인 2차선에서 끼어들기 위해 3차선 못지 않게 길게 늘어서 있는 차량들 가운데 나도 항상 서 있었다.


출근하기 시작하면서 한 달 반 가량 무리없이 끼어들기를 했었는데 오늘의 상황은 전혀 달랐다. 신호등이 켜지고 서서히 움직이는 상태에서 내 앞 차들이 모두 빠져나간 뒤 나도 끼어들기를 시도하고 있는데 전혀 빈 틈을 주지 않는다. 계속 앞차에 바짝 붙어서 지나가는 차량들 틈으로 천천히 조심조심 시도했다가 사고가 나겠다는 느낌이 들어서 핸들을 트는 순간 결국 사고가 나고 말았다.


상대 차주가 나가서 사진을 여기저기 찍어대더니 날더러 일단 차를 빼자고 한다. 그래서 놀란 가슴 끌어안고 갓길로 차를 세우고 나자 어디서 어떻게 알고 왔는지 렉카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사고차량 앞뒤로 렉카들을 세워놓고 운전자들이 하나 둘 다가오자

"견인할 정도가 아니니까 다들 가세요."라는 피해 차량의 차주 말에 내가 가까이 다가가서

"바쁜 출근길에 죄송합니다."라고 하자

"어떻게 하실래요? 100% 과실 인정하고 보험 부르실래요. 아님 저도 부를까요?"하고 묻는데 경황없는 모습으로 모르겠다고 하자 렉카 운전자의

"양쪽 다 부르셔요."라는 말에 피해 차주가 차 안으로 들어간다.


보험회사 번호를 찾아야 하는데 떨리는 몸으로 정신없어 하자 천천히 알아보시라며 자신들도 알아보겠다고 렉카 운전자들이 내 차량 번호로 여기 저기 전화를 해본다. 결국 ㅇㅇ보험이 생각나서 ㅇㅇ라고 하자 렉카 운전자들 중 한 사람이 전화번호를 보여주며 직접 전화를 해보란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죄송하다는 말로 인정하지 말고 보험사들이 알아서 해결하게 놔둬요."하고 친절하게 귀띰을 해준다.


잠시 후 양쪽 보험사들이 나와서 여러 컷의 사진을 찍고 이런저런 확인 후 필요한 내용들을 메모했다. 그리고 우리측 보험사가 블랙박스를 보자며 들어왔는데 작동이 되지 않자

"피해자가 병원에 간다면 보험 수가는 올라가겠지만 일단 병원에 가지 않고 우리 측에서 100% 수리해주는 조건으로 추진하는 것이 고객님에게 최선의 방법이예요. 그래서 그 쪽으로 추진해 볼게요."라는 말에 알았다며 잘 부탁드린다고 했다.


밖으로 나가자 상대 차주와 보험사도 함께 차안에서 나온다. 다가가서 다시 한 번 정중하게 죄송하다고 하자 피해 차량 보험사가 웃으며

"양보를 안 해주셔서 사고가 났네요."라는 말에 듣고 있던 피해 차량의 젊은 차주가

"불법이거든요."하고 말한다. 직진 차선에서 끼어들기를 하려 했던 내가 100% 잘못했으나 상대 차량 보험사의 말만으로라도 내 입장과 맘을 알아주는 것 같아 위로가 되었다.


내 차의 몸체나 바퀴의 쇠붙이에는 전혀 손상이나 흔적 없이 바퀴 테두리의 고무에 상대의 차량이 긁힌 상태이다.

렉카 운전사가 여러 번 내 차와 피해 차량을 오가며 턱에 팔을 괴고 신중하게 확인하는 모습이 보였으나 이유를 묻지는 않았다. 아니 물을 경황도 없었고 왜 그렇게 신중하게 살펴봤는지 알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것은 이유 불문하고 전적인 내 책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 맘 같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해서 탓할 이유가 전혀 없고 중요한 것은 나로 인해서 귀한 시간과 심적으로 피해를 주었다는 것에 진심으로 미안하며 잘못된 내 운전 습관에 경각심을 주고 바르게 잡아주었다는 것에 감사히 여길 뿐이다.


오늘 아침에는 사고 지점 오거리에서 아예 우회전 차선에 들어서서 진입을 하니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뿐만 아니라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처음으로 경험하고 나니 그동안 얼마나 무모한 짓을 했는지 절감한다. 무조건 정차선으로 안전 운행을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