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by 이옥임

출근을 했는데 보험사측에서 전화가 왔다.

"선생님, 안녕하세요?"라는 목소리가 그닥 밝지 않은 것을 보니 사태가 심상찮다는 것을 짐작케 했다.

"선생님, 사고처리 진행에 대해서 말씀드리려고 전화드렸어요."라는 말에

"네 수고가 많으시네요."하자 가라앉은 목소리로

"피해자가 병원에 가시겠다고 하네요. 그럴 일이 없기를 바랬는데요."라며 전해준다.

"신호등이 막 켜져서 많은 차들이 길게 줄 서 있는 상황에서 천천히 움직이며 접촉이 되었는데도 병원에 가야 하네요."라고 하자 안타까운 듯

"네 피해자가 가시겠다고 하니 방법이 없어요."한다. 잘 알겠다고 하자

"다시 또 진행 상황을 연락드리겠습니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문득 오래 전의 일이 생각난다. 접촉사고로 뒤 트렁크 문에 살짝 상처가 생기는 접촉사고가 났었다. 상대 운전자가 내려서 죄송하다며 머리숙여 미안해하는데 왈가왈부 따질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그냥 보냈었다는 말을 듣고 남동생이

"누나, 다들 내 맘 같지 않아서 보상을 받으려는 거야. 누나는 그냥 보냈지만 누나가 만약에 가해자였다면 상대방이 그냥 보내줄 것 같아? 절대로 그냥 보내주지 않거든. 그래서 누나도 보상을 받아 수리해야 하는 거야."라며 다음부터는 보상을 받아서 수리를 하라고 신신당부를 했었다.


터널을 들어가는데 굽어진 곳을 돌아가니 비상벨이 켜진 차들이 길게 줄이어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사고가 나서 차량들이 길게 서 있는 모습이 터널 입구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아 대형사고로 이어질 상황이었다. 급하게 비상등을 켜고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서기가 바쁘게 갑자기

"쿵!"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내 차가 흔들렸다. 뒤도 돌아볼 새도 없이 다시 이어서

"쿵! 쿵! 쿵!" 하는 소리가 들리고 백밀러로 차 한대가 반대 차선으로 튀어나가는 모습도 보였다.


순식간에 5중 연쇄 추돌사고가 일어나서 모두 차를 끌고 인근의 파출소로 갔다. 경찰이 사고의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서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일행 중 한 사람이

"우리 모두 맨 뒷 사람이 부딪친 것으로 합시다."한다. 내 차의 가해차량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나로서는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있는데 경찰이

"혹시 사고 당시 블랙박스 켜져있던 분 누구 계시나요?"하고 묻는다. 그래서 맨 앞 차량인 내가 손을 들었다. 경찰과 함께 나가서 내 차의 블랙박스 안의 칩을 꺼내 가지고 들어왔다. 그리고 모니터를 통해서 영상을 본 경찰이 명쾌하게 결론을 내렸다.


"다들 여기 보셔요. 동영상을 통해서 본 결과를 정리하자면 총 2번이 흔들렸는데 맨 앞 차량은 바로 뒷차가 와서 부딪친 상태고 나머지 차량들은 맨 뒷차가 사고 상황을 모르고 달려오다가 부딪쳐서 난 사고예요."라며 설명하자 누구하나 반기드는 사람없이 수용하는 분위기였다.


잠시 후 해당 차량의 보험사들이 와서 이것저것 확인을 하는 동안 내 뒷차량의 보험사가 와서

"저희 쪽에서 100% 수리해 드리겠습니다. 가해자 쪽을 생각하셔서 가급적 병원에는 안 가시는 쪽으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가해 차량의 여자분을 가리키는데 언제 왔는지 여자분의 남편도 함께 서 있는 모습이었고 같은 여자로서 풀이 잔뜩 죽어있는 여자분을 보니 안쓰러웠다. 그래서

"알겠습니다. 그렇게 할게요."하고 보험사가 건네주는 쪽지를 들고 나왔었다.


예전의 일이 생각나면서 씁쓰레한 기분은 무엇일까? 정말 신체 이상이 있다면 당연히 병원에 가야 할 일이다. 이상이 있어서 병원에 가는 일을 뭐라 하지는 않는다. 보험수가가 오르는 문제를 떠나서 젊은 피해 차주의 신체에 아무런 이상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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