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가족

by 이옥임

둘째 현우가 그려놓고 간 그림의 제목이다. 제 누나 지우를 닮아서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매우 좋아했었다. 뛰어난 기량의 그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그림이고 섬세한 터치가 돋보이는 그림을 즐겨 그렸었다.

그새 1학년이 된 현우의 그림 기법이 더욱 풍부해졌고 그림을 그렸다하면 초집중이다. 지난 주에 내려와서 집에 가기 직전 건네주고 간 작은 종이의 그림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내려올 때마다 할아버지가 밀집모자를 쓰고 밭에서 일하시는 모습을 봐서인지 할아버지에게는 밀집모자를 씌워 드렸고 그 옆에 뽀글뽀글 파마의 할머니를 그렸다. 그리고 키가 큰 제 엄마는 할아버지 옆에 같은 키로 나란히 그려 놓았고 가장 키가 큰 삼촌은 엄마의 동생이라고 생각해서인지 할머니 옆에 가장 작게 그려 놓은 것을 보고 다들 웃었지만 볼수록 표현이 재미있다. 고맙게도 엄마와 할머니에게는 뾰족 구두까지 신겨주었다.


우리 현우가 엄마의 가족을 어떻게 그릴 생각을 했을까? 아무 말 없이 무엇인가에 집중하는가 싶더니 잠시 후에 엄마의 가족이라며 그림을 내미는데 네 사람을 나란히 그려놓은 그림이지만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그림이었다.


할아버지 집에 내려올 때마다 이모 할머니들과 할아버지들, 삼촌 할아버지, 삼촌, 이모 등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그 많은 사람들 가운데 엄마의 가족만 그렸다는 것이 신기하다. 그림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삼둥이 형제들도 어찌 함께 그리지 않았을까? 우리 현우 그림에는 늘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다양한 것들을 그려 넣었었는데....


미얀마에서 들어와 잠시 우리집에서 함께 생활했던 5살 현우는 어린 아이가 그림을 그리다가 힘들거나 싫증이 나서 포기할 법도 하건만 전지 크기의 보드판에 집중해서 그림을 그리곤 했었다. 장시간 집중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성을 들여 완성한 그림을 보면 우리 현우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스토리가 있는 그림이라는 것을 느끼게 했으니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였고 어떻게 그리라고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그림을 좋아하는 제 누나 옆에서 함께 그리기 시작하면서 자기만의 그림을 완성하는 아이였다.


이번에는 필리핀에서 훌쩍 자라 1학년이 되어 들어온 현우는 그림 그리기에 집중을 하듯 자신이 하고 싶거나 해야 하는 일을 하는 동안에는 집중하는 모습이니 기특하다. 이번 주말에는 내려와서 멋쟁이 현우가 어떤 그림을 그려주고 갈지 기대가 된다. 제 엄마에게

"언제 할아버지 집에 가?"하고 삼둥이들이 매일 묻는다는데 날짜가 다가오니 더욱 보고 싶다. 이번 울 현우 그림에는 그토록 보고 싶어하는 강아지들이 등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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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때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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