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길, 1시간 가까이 달리면서 여러가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복잡했던 일상사도 갈등으로 잠 못 이루던 일들도 모두 깔끔하게 정리되는 유일한 시간. 이 길 위를 달리는 기인 시간이 나에게는 매우 소중한 시간이다.
오늘은 문득 가히 헤아릴 수도 없는 먼 길들을 걸어 다녀야 했던 우리 선조들의 삶이 생각나 마음이 짠해졌다. 자동차로 1시간이면 족할 이 먼 길을 걸어서 걸어서 다니느라 심신이 얼마나 지치고 힘이 들었을까? 도대체 그 옛날 전주에서 부안까지 걸어가는데 며칠이나 걸렸을까?
많은 시간 걷느라 지치고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은 순전히 나만의 부족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길 위의 또 다른 소중한 삶들이 공존했을 테니까...
우리집 옆으로 학산과 고덕산을 오르는 보광재 옛길이 나 있다. 이 길을 통해서 옛날에는 학생들은 물론이고 남부시장 봇짐장수들이 오르내리던 유명한 길이었다고 하나 지금은 희미한 흔적만 남아있을 뿐이다.
보광재 중턱에 자리잡고 있는 정자는 무거운 짐 이고지고 이 재를 오르내리느라 몹시도 힘들었을 많은 서민들을 잠시라도 쉬게 해주었던 고마운 정자라는 것을 예제 손 때가 묻고 닳아서 반들거리는 곳들을 보고 느낄 수 있다.
보광재를 절박하게 오르내리던 이들의 애환이 그대로 묻어나는 곳. 많은 시간 길 위에서 보내야 했던 고단한 삶들. 그러나 고단한 삶 속에서도 행복은 있었을 것이고 즐거움도 있었으리라. 정과 부가 공존했던 보광재 옛길이 지금은 한창 새만금고속도로 공사로 묻혀버린 상태이니 공사가 끝나야 옛길의 모습이 드러날 것 같다.
지금이야 사통발달. 도로가 너무나 잘 발달되어 있어서 어디든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으니 참으로 좋은 세상이다. 집만 벗어나면 길은 사방으로 뚫려있으니 어디로 가든 만나게 되어 있고 어떤 길이든 통하게 되어 있다.
고향으로 내려와서 도로 발달에 감탄을 했었다. 물론 지금도 운전을 하면서 가끔 감탄을 금치 못할 때가 있다. 이리저리 막힌 곳이 없는 뻥 뚫린 도로 발달로 인해 잘못 들어선 길도 이내 바로 잡을 수 있으니 감동이 아닐 수 없다.
그새 40년이 다 되어가는 일이다. 수업을 하다 말고 비포장 도로 위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수십분이 걸려서 첫 애를 낳기 위해 종합병원에 갔던 일이 생각난다. 첫 아이라 경험이 없다보니 출산의 기미도 모른 채 힘든 몸 이끌고 한창 수업 중인데 선배들이 염려가 되어서 교실로 오셨다. 내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심상찮다며 빨리 병원에 가보라고...
선배들의 독려에 혼자서 버스를 타고 병원에 가니 이미 자궁 문이 열려서 서둘러 출산 준비를 해야 한단다. 자칫 덜컹거리는 버스 안에서 출산을 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하니 아찔하기만 하다. 요즘 시대 같았으면 말도 안되는 일이다.
오늘도 도로를 가득 메우는 차량들이 저마다 목적지를 향해서 정신없이 달려가고 있다. 이 길을 통해서 어제보다는 오늘 좀 더 나은 삶들이 되기를 바라며 모두들 행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