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 돌아서

by 이옥임

먼 길 돌아서 다시 원점인 제자리로 돌아왔다. 물론 언제 또 다시 잠잠해진 마음이 동해서 기약도 없는 먼 길을 훌쩍 정처없이 떠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시간이 걸려서 제자리로 돌아온 지금 마음이 너무나 편안하다.


발효카페를 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나름 여러 가지 준비를 하며 꿈을 꾸고 있었다. 쌀 발효음료를 베이스로 응용을 해서 여러 가지 음료를 만들어내고 다과로 빵과 떡, 견과칩까지 만들어가며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꾸준히 연습하고 만들어 왔다.


마음 같아서는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준비를 해왔는데 문제는 주변에서 말리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는데 있었다. 단 둘이 있을 때의 남편은 적극적으로 찬성하며 내가 원하는 것들은 얼마든지 협조를 해 줄 태도였었다. 그런데 친정 동생들과 둘째 시숙님의 완강한 만류 앞에서 남편의 태도가 돌변해서 오히려 앞장서서 말리는 태도에 충격을 받고 실망감에 힘들어했다.


출근하면서도 시간이 나는대로 꿈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은 눈물겹지만 문제는 음식 맛을 보고 어떤 재료들이 들어갔는지도 모르는데다 아직도 음식을 제대로 만들 줄 모르면서 카페하기는 무리라는 것이 첫번째 이유이다. 두번째 이유는 약한 체력으로 조금만 무리하면 몸을 가누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못하게 말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리고 무엇보다 결정적인 이유가 야무지지 못하다는데 있단다. 내 몫도 챙기면서 당차게 일처리를 해야 하는데 물러터져서 어떻게 사업을 하고 카페를 하려고 하느냐는 것이 남편의 가장 큰 이유라니 할 말이 없었다. 남편 눈에 야무지지 못한 모습으로 이렇게 내 발목을 잡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


솔직히 가족들이 말리지 않았더라도 내심 염려는 했었다. 남편 말대로 조금만 무리하면 예제 나타나는 신체 이상 증상이 두려웠고 예순 문턱을 막 내려가서 하나 둘씩 정리를 해야 할 때에 무엇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덤비는 것도 갈등이었다.


나이가 조금만 젊었더라면 망설이지 않고 추진을 했을 텐데 해보겠다고 준비하면서도 겁을 내고 있었으니 말리는 가족들만 탓할 수도 없다. 아이들 앞에 서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상태에서 나 스스로도 이해 못 할 때가 있었으니까.....


동생 부부들이 적극적으로 말리는 이유가 결국 둘째 시숙님과 똑같다. 몸도 약한데다가 그동안 많은 아이들과 씨름하며 힘들게 살았는데 고향에 내려와서는 편안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주장이다.


우리집을 지어주신 둘째 시숙님 역시 이제는 그림도 그리고 여유롭게 하고 싶은 일 하면서 가족들과 함께 라운딩 여행을 다닐 수 있도록 골프 연습을 하면 좋으련만 왜 내려와서까지 힘든 일을 자처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남편에게 물으셨었단다.

"제수씨가 큰 딸이다 보니까 동생들 때문에 카페를 하겠다고 하는 것 아니야? 아니면 동생들이 언니를 꼬득여서 하자는 건가?"


시숙님의 말씀을 전하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아무래도 적극적으로 말려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할 수 없이 말했다는 남편의 말에 처음에는 많이 아팠으나 제수씨를 사랑하는 시숙님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이해가 되었다.


그래도 말리는 가족들 가운데 적극적으로 응원해 주고 힘을 실어 주었던 바로 밑 여동생과 동서 자매가 있다. 며칠 전에 우리집에 동서 내외와 함께 왔던 동서 여동생이 남편의 말에 반박을 했었다.

"카페는 음식을 잘 하고 못하고 문제가 아니예요. 형님만이 잘 할 수 있는 무기가 있는데 그 무기를 사용하면 되는 거지 음식을 못한다고 해서 카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저는 형님 뜻에 적극 찬성이예요."하고 동서의 여동생이 당차게 말하자 옆에 있던 동서도

"저도 형님이 카페를 해야 한다는 쪽에 한 표예요"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었다. 한 살 터울인 바로 밑 여동생은

"언니, 나는 언니 뜻을 충분히 이해해. 그리고 언니가 하고 싶은 일에 적극 찬성이야. 힘에 부치면 내가 도와줄 테니까 염려하지 말고 해 봐."했었다.


일단 보류하고 다시 한 번 검토해 보기로 했다. 육순이 훨씬 넘어서도 카페를 운영하는 분들이 계셔서 한 살이라도 더 먹기 전에 서둘러 도전하려 했지만 생각처럼 순탄치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내 꿈이 무산된 것은 아니다. 그 길이 아니면 또 다른 길을 찾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