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유수같다, 쏜살같다에 비유하는 것은 그만큼 시간이 빠르다는 것을 나타내는 말임을 모르는 이 없으리라. 시간이 나이를 먹은대로 흘러간다 하니 60이 넘은 속도로 달려간 탓인지 빠른 속도감을 절감하고 있다.
뒤 칠판에 월, 일, 요일, 날씨를 코팅해서 걸어둔 카드를 보고 내가 있는 동안 거르지 않고 교체하리라 마음 먹었었다. 그런데 연이틀 체험학습을 다녀왔다고 날짜가 수요일에 머물러 있다. 자칫 잊고 지내다보면 며칠이 밀려서 카드를 교체하는데도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내가 올 즈음 날짜가 8월로 정지되어 있음을 충분히 이해했었다. 만삭이 되어서 몸 가누기도 힘들었을 터 이것저것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는 것을...
카드를 교체할 때마다 내가 날짜 교체를 주도해가는 것이 아니라 마치 끌려가는 느낌이 드는 것은 교체하는데 늘 쫓기는 생각이 들어서다.
'아니, 날짜를 바꾼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또 바꾸어야 해?'
바꾸어 놓고 돌아서면 이내 교체할 때마다 한 번에 3개 내지 4개의 카드를 또 다시 교체해주어야 한다. 자칫 잊었을 때에는 몇 장씩 건너 뛰어야 하니
'도대체 뭐하는 거지?'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나는 현직시 따로 날짜와 요일을 만들어 걸어두지 않았었다. 예쁜 그림의 작은 달력을 걸어놓고 누가 묻거든 직접 확인을 할 수 있도록 했었다.
명퇴하고 기간제로 출근하면서 달력이 보이지 않는 교실에는 칠판 상단에 날짜를 표시해 주어야만 우리 아이들이 알림장을 쓸 때마다
"선생님, 오늘 며칠이예요?"하고 묻는 아이가 적다. 칠판에 적어두었는데도 늘 묻는 아이가 나오긴 하지만 그런다 해도 날짜를 잊고 사는 나에게는
"그러게... 오늘이 며칠이지? 선생님이 확인해 볼게"라며 당황하는 일이 없다. 물론 현직 시 1학년을 담임할 때에는 학년의 특성상 출근하자마자 칠판에 빠뜨리지 않고 날짜를 표시해 놓았었다.
나이를 먹고 보니 날짜는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깨닫게 된다. 남은 삶 하루하루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어쩌면 부러 날짜를 의식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하긴 60을 넘기고 부터는 날짜에 별 관심이 없었다. 솔직히 날짜가 너무 빨라서 따라갈 수가 없었다.
60이 넘으니 유수가 아니라 쏜살이고 순간이다. 해서 가진 것들을 하나씩 정리해 나가야 할 때 늘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직도 하고 싶고 해야 할 것들이 넘쳐나니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그만 두어야 할 때를 알고 과감히 그만 두어야 한다며 그 어떤 미련도 없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건강 챙기겠다며 명퇴하고 내려왔는데 퇴직 후가 문제다.
아직도 마음은 청춘이고 열정이 넘쳐나니 생각하고 마음 먹은 것은 즉각 실행에 옮기고 있고 이것저것 하다보면 남은 삶 동안 내가 잘 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겁없이 덤비고 있다.
사흘 밀린 날짜를 교체하면서 무심한 시간들이 오늘은 야속스럽다. 오늘 날씨 탓일까? 잔뜩 흐린 날씨 만큼이나 몸은 춥고 마음은 가라앉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