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침

by 이옥임

"아아악!!"


아예 거실에 얇은 이불을 깔고 엎디어서 침 맞을 준비를 마친 후 단단히 각오까지 했음에도 두 방의 벌침에 그만 난리가 났다. 얼마나 아플지 미리 짐작을 하고 이불까지 꼭 껴안고 마음의 준비를 하면 나을 거라 기대했지만 아픈 것은 마음의 준비와 전혀 상관이 없었다.


며칠 전에 자동차 검사 통지서가 나와서 검사도 받을 겸 병원에 들르기 위해 점심 후 조퇴를 받고 나왔다. 남편과 전주에서 만나기로 하고 약속 장소로 가는 도중에 남편과 통화를 했는데 병원에 갈 필요 없이 한의원에서 침을 맞도록 오라 한다.


남편은 골프 연습을 얼마나 심하게 했는지 그저께부터 오른쪽 손등을 갑자기 움직이지 못한다며 마침 침을 다 맞고 나오려는 중이었다고 자신이 있는 쪽으로 와서 침을 맞는 동안 자동차 검사를 받고 오겠다니 피할 길이 없었다.


침에 유난히 겁을 내는 나는 정형외과에 들르기로 한 건데 남편의 일방적인 유도로 할 수 없이 지인이 운영하는 한의원으로 들어갔다. 깜짝 놀라며 무슨 일이냐고 묻는 지인에게 발바닥이 아픈지 2개월쯤 되었다고 하자

"근저족막염 같은데..... 근저족막염은 쉽게 낫지 않아."라며 세 군데에 침을 꽂아주는데 눈물이 쏙 나왔다. 발바닥은 민감성이 떨어질 줄 알았는데 생각과 달리 침을 꽃으니 온 몸에 몸살기가 돌 정도로 너무나 아팠다.


"침보다는 벌침이 좋은데... 그런데 벌침이 아파."라는 지인의 말을 듣고 남편이

"그럼 집에서 벌침도 맞아보자."하자 지인이

"벌침을 직접 주는 것이 아니라 여기서는 주사기로 주는 거야."한다. 주사기로 주든 벌침으로 직접 주든 나는 싫다고 했다. 잠시 후 남편은 자동차 검사를 받고 올 테니 치료가 끝나면 자신의 차를 가지고 집으로 먼저 들어가라는 말을 남기고 나갔다.


침을 빼고 나서 볼펜침을 눌러가며 여기저기 놔준 다음 부앙을 뜨자 피가 많이도 나온다. 그리고 이어서

"아예 벌침을 놔줄까?"하는 말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러자 옆에서 돕는 와이프가

"그래, 이것으로도 괜찮아질 수 있으니 두고 봤다가 또 아프면 그 때 한 번 더 나와서 맞아."라는 말에 치료는 끝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나왔다.


자동차 검사를 마치고 온 남편이 갑자기 곤충채집망을 옆으로 눕혀서 집안으로 가지고 들어온다. 자신은 벌통 앞에서 손등에 이미 벌침을 맞고 왔는데 맞은 곳이 많이 부었다며 보여준다. 그리곤 내 양 발바닥에 놔주기 위해서 2마리를 잡아왔으니 빨리 발바닥을 내밀라는 말에 맞지 않겠다고 피했지만 막다른 골목에서 더이상 피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잠시 기다려라 한 다음 얇은 이불을 꺼내와 거실바닥에 깔아놓고 엎디어서 이불자락을 끌어안으며 각오를 단단히 했건만 막상 벌침이 들어가니 그 통증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벌침의 지독한 통증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꽤 오래 갔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니 아팠던 왼쪽 발은 벌겋게 퉁퉁 부어 올랐고 열까지 났다. 게다가 얼마나 가려운지 손을 댔다 하면 가려움증이 더욱 심해져서 정신이 없다. 이럴 때 "미치겠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모양이다. 그런데 살짝 조짐을 보였던 오른쪽 발은 디딜 때만 약간 불편할 뿐 가렵거나 외관상으로는 전혀 변화가 없으니 아픈 곳이 벌침에 반응을 하는 모양이다.


30대 초반 성남으로 발령받아 자리잡고 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허리통증이 재발해서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남편의 동료가 학교 근처에 벌침으로 유명한 곳(가정집)이 있다는 말을 듣고 오후에 벌침을 맞으러 갔다.


벌침을 맞고 와서 부은 곳을 밤새 긁어대느라 잠을 못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꼼짝 못 했던 허리가 언제 아팠냐는 듯 통증이 말끔하게 개어 있었다. 너무나 신기해서 허리통증으로 고생하는 시동생과 둘째 형님에게 전화를 드려 한 번 와서 벌침을 맞아보면 좋겠다는 말에 곧바로 오셨다. 그러나 문제는 벌침에 대한 나와 같은 반응이 전혀 없다보니 효험을 보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었다.


벌침을 맞고 부었을 때의 효과를 검색해보니 다음 블로그 마이웨이 건강상식에 아래와 같이 나와 있다.

'벌독이 인체에 들어가면 환부가 붓게 되는데 혈관이 팽창되면서 백혈구, 적혈구는 물론 혈류량이 급격하게 증가되어 질병의 치료효과가 뛰어나다. 이렇듯 봉침은 한 번 시술로도 일석사조의 효과를 발휘하는데 벌독 자체는 혈액순환 개선이나 조혈작용 그리고 페니실린의 1,000배에 달하는 항균작용 등의 효과를 가지고 있으므로 병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벌침은 산성선과 알칼리선의 동시 투입으로 몸에 쏘일 때 정상인들은 심한 통증을 유발하는데 경혈을 자극하고 경락을 운용하여서 병증을 치료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환부 경혈에 벌침을 놓았을 때 붓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는 것은 환부가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벌침의 통증조차 경감하게 되는 것이며 반복하여 경혈에 벌침을 놓았을 때 빠르면 2~3일 늦으면 10여일부터는 붓게 되는데 이 또한 신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60년 이상 무거운 체중을 지탱하느라 애쓴 작은 발이 그동안 무던하게 버텨주어서 고맙다. 그러나 아직도 더 사용을 해야 하는데 두어달 느껴지는 통증에 살짝 염려가 되었으나 무서운 벌침을 큰맘 먹고 맞았으니 아무쪼록 신비한 벌침의 효험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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