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움증

by 이옥임

'잠이 들면 가려움증이 잊혀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웬 걸.. 도대체 몇 시인 거야? 하고 핸드폰을 열어보니 1시 반이다.


무의식 속에서도 너무나 가려워서 잠이 깬 듯 마구 긁어대기 시작했다. 오른발로 긁어대다 못해 일어나서 두 손으로 문지르고 감싸고 손바닥으로 두드려주고... 답답한 심정에 벌침 가려운 증세에 대해서 검색을 해보았다.


사흘만 견디면 가려움증이 없어질 거고 병의 호전반응이니 벌침의 신비를 체험하게 될 거라는 내용에 희망이 생겼다. 그렇잖아도 주말이면 허리통증의 불안감 때문에 아슬아슬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허리밴드를 착용하고 조심하며 지내고 있는데 이번 주말은 꼬박 벌침의 악순환을 겪고 있다. 그래도 호전반응이라니 견뎌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하루종일 미친듯이 가려웠는데 한창 깊은 잠에 빠져있을 한밤중에도 예외는 아니다. 온 몸에 열감까지 느껴져서 연 이틀 이불을 차 낸 탓인지 목감기 증상까지 있다.


문득 20년 전 아토피 아닌 아토피 증상으로 너무나 힘들었던 경험이 새삼 떠오른다. 회를 잘못 먹으면 가려움증 증세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훨씬 뒤에 들은 셈이다. 그래서 회를 먹을 때에는 술과 함께 먹어야 해독이 된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던 것 같다.


부장들 회식으로 회를 먹으러 갔는데 좋아하는 가리비 한 점을 집어먹고 속이 안 좋아 튀김만 몇 개 집어먹었다. 이후로 가려움증이 생겨서 인근에 유명하다는 피부과에 다녔지만 처음에는 좋아진다 싶던 증세가 더욱 악화되어 온 몸에 상처투성이가 났고 상처가 나 있는데도 긁어대는 바람에 악순환이 계속 됐다.


당시 일주일에 3번 배달해주는 반찬 때문일 수도 있다는 지인의 말에 몇 개월 먹어오던 반찬 주문을 취소하고 직접 해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좀처럼 증상이 나아지지 않자 주변에서 좋다는 한의원을 소개시켜 주기도 하고 잘 한다는 한의원의 선생님을 불러서 연구실에서 진맥받아 한약을 지어먹기도 했었다.


근 2년여에 걸쳐서 가까스로 가려움증이 회복되었으나 딱히 무엇때문에 좋아졌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예제서 복용했던 한약이 종합적으로 작용해서 좋아졌을 거라고 믿고 있지만 그래도 분당 소재 한방병원에서 장기치료를 받은 것이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아토피와 같은 피부병을 앓고 나서야 우리반의 아토피를 심하게 앓고 있는 여자 아이의 아픈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전학년 때부터 놀렸다는 남자 아이들이 새학년이 되어서도 잔인하게 놀려대는 모습을 발견하고 용서할 수가 없어서 앞으로 불러냈다.


"왜 이 아이 자리가 썩었다고 생각했어? 누가 말해 볼래?"하고 묻자 짖궂게 놀려대던 남자 아이들이 답변을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너희들이 놀리지 않아도 이 친구는 너무나 힘들어. 힘든 친구를 도와주지는 못해도 아프게 하지는 말아야지. 이 친구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학교에 와. 선생님 말씀에 집중하고 싶어도 못하는 친구를 그동안 너희들이 얼마나 아프게 했는지 알아? 너희들의 소중한 친구인데 앞으로 한 번만 더 놀리면 선생님이 용서 안 할 거야. 그동안 잘못했다고 용서 빌어야겠지?"하고 단호하게 말하자 다들 하나같이 진지한 표정으로 진심을 담아

"잘못했어. 다시는 안 그럴게"한 이후로는 학급에서 놀리는 친구들이 없어졌다.


화장실에 갈 때마다 복도에서 놀린다는 다른 반의 친구들도 불러서

"이쁜 친구들이 왜 소중한 친구를 놀렸어? 이 친구는 너희들이 함부로 놀려도 되는 친구가 아니야. 우리반에서는 매우 소중한 친구거든. 앞으로 이 친구를 또 놀리면 선생님이 용서 안 할 거야. 사과할 수 있지?"하고 말하자 하나씩 친구 앞으로 다가가 손을 내밀고

"미안해. 다시는 안 그럴게"하고 나간 이후 복도에서 내가 보이기라도 하면 멀리서도 다가와

"5반 선생님, 안녕하세요?"하고 밝게 웃으며 인사하는 아이들이 너무나 예쁘고 고마웠다.


물론 아토피의 심한 상처로 인해 일방적으로 놀림을 받던 여자 아이도 놀리는 친구들이 없어졌다며 표정이 밝아졌고 스승의 날에는 손녀딸이 초등학교 입학한 뒤로 5학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학교에 가기를 좋아한다는 외할아버지의 장문의 감사편지도 받았었다.


자다가 오밤중에 뭐하고 있는 건지 그것도 누워서 핸드폰으로...그새 3시 반이나 되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미친듯이 긁어대던 가려움증도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남은 시간 편안하게 잘 수 있기를 바라며 잠을 청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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