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율배반

by 이옥임

참으로 어이가 없어서 혼자 웃었다. 아니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그렇지 어떻게 그렇게 엉뚱한 말을 할 수가 있을까? 그래서 나이를 먹으면 말이 안 통한다는 말을 오늘에야 절감했다.


출근 길에 카톡소리가 여러 번 울려대서 신호등 앞 대기하는 동안 잠시 핸드폰을 열어보았다. 그러자 학교에서도 교직원 주차 안내문자가 와 있다.

"학교 앞 식품공장 화재로 진입이 불가하오니 주변에 주차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문자를 확인하지 않았더라도 큰 길에서 학교로 진입하는 입구에 소방차가 서 있는 모습으로도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퇴근길 돌아나오는 길로 진입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행히 다른 길이 있었으니 망정이지 한참 출근 시각에 정체현상이 더욱 심할 뻔 했다. 그러잖아도 멀리서부터 새까만 연기가 자욱이 올라오는 것이 보였고 정체현상이 없는 도로에 차들이 줄을 이어 서 있는 것을 보고 나는 이미 짐작했었다.


퇴근길로 진입해서 냇둑으로 가는데 학교로 빠져나가는 길목에 또 소방차 한 대가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주변에 차를 대고 걸어갔다. 학교 길목으로 접어들자 직원 차들이 지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그래서 주변 정리를 하시는 분에게 학교로 차가 들어가도 되느냐고 묻자 가능하단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차를 굳이 가지고 들어오겠다면 큰길로 다시 돌아 나가 유턴을 받아서 들어와야 하는데 가뜩이나 밀리는 출근 차량들 가운데 무리하게 차를 가지고 들어와야 할 이유가 없었다. 점심 먹고 운동삼아 가지러 나오면 된다는 생각으로 남은 길 걸어서 출근을 했다.


2교시 쉬는 시간, 남자 후배가 과학실 주변에 일을 보러 왔다가 과학실로 들어오면서

"선생님, 아침에 차 동네에 두고 걸어오셨지요?"하고 묻는다. 그래서 그랬다고 하자

"저도 선생님 차를 보고 두고가야 하나 싶어서 그 주변에 차를 두고 걸어왔거든요."

하는 것으로 보아 나와 같은 시간대로 내 뒤를 바로 이어서 왔던 모양이다.

"그랬구나. 그럼 내 앞에 서 있던 차가 선생님 차였나요?"하고 묻고 나니 내 스스로도 어이가 없었다. 그러잖아도 내 앞에 세워둔 하얀색의 SUV차량이 누구 것인가 했었다. 내 차를 보고 두고 왔다는 후배에게 내 앞의 차였냐고 묻는 것도 어이 없었고 후배의 차량은 세단 승용차라는 것을 나중에야 생각해 냈다.


이렇듯 생각 따로 말 따로인 나를 두고 민감한 사람 같았으면 아마도 이상한 사람이라고 했을 게 틀림없다. 말은 그 사람의 생각을 나타내는데 나이를 먹으니 이율배반인 경우가 가끔 나타난다. 상대방이야 무심코 넘길 일이지만 혼자서 한참을 어이없어 하다가 시간 지나고 나면 또 다시 새까맣게 잊어버린다.


점심을 먹고 운동삼아 뙤약볕에 차를 가지러 나갔다. 멀찍이서 보이는 소방차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줄 알고 '퇴근할 때 나오자'하고 되돌아 오려다가 나온 김에 가볼 생각으로 다시 뒤돌아 가니 다행히 소방차가 넓은 공터로 비껴 서 있다.


30~40명이 훌쩍 넘는 소방대원들이 예제 천막 친 곳으로 사발면을 하나씩 들고 자리들을 잡는 모습이 보인다. 화재는 진압이 되었는데 왜 이리 많은 소방대원들이 아직도 남아있나 싶어 화재가 난 현장을 돌아보니 철거작업을 하는 듯 포크레인 작업과 함께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다.


차를 가지고 들어오면서 화재현장을 다시 보니 판넬 건물 전체가 모두 타버린 모습이다. 새벽 6시부터 화재가 나기 시작했다는데 주변 분들의 말에 의하면 합선으로 인한 화재가 아닐까 추정한단다. 정확한 진단 내용은 듣지 못했지만...


동료 가운데 젊은 후배 교사가

"안타깝네요. 가끔 김을 사먹을 수 있어서 좋았었는데... 김이 맛있었거든요."라며 매우 안타까워했다.



모르긴 몰라도 코로나, 긴 장마, 태풍 등으로 쉽지 않았을 사업장이 화재까지 나서 더욱 힘들어진 사업주를 생각하니 매우 안타깝다. 부디 하루빨리 복구되어서 예전의 일상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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