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빵

by 이옥임

르방(발효종)을 키워서 이스트 대신 사용하고 건과일을 이용해서 발효액을 만들어 물 대신 사용하는 기공이 풍부한 발효빵을 연습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 많이 서툴러서인지 발효빵의 기공이 그닥 만족스럽지 않다. 반죽 시 충분히 부풀어 오르는 모습이었음에도 나온 빵의 모습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특히 치아바타의 장점은 식빵처럼 힘들여 반죽해야 하는 일 없이 무반죽으로 질척한 반죽을 들어올려 폴딩해주고 발효시키는 과정을 너냇번 반복하면 끝이다. 저온발효까지 한다면 상당 시간 발효를 해야 하는 것으로 시간적인 여유를 충분히 가지고 작업을 해야만 한다. 장시간 발효가 장점이자 단점일 수 있지만 그만큼 빵의 풍미를 높여줄 수 있는 발효과정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는 빵인 셈이다.


이 곳으로 내려오자마자 좋아하는 빵을 직접 만들어 먹었었다. 식빵만 잘 만들면 어느 빵이든 잘 만들 수 있다는 그 식빵을 힘을 들여서 장시간 반죽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마다않고 직접 만들어 아침 식사로 피자와 샌드위치를 해먹고 버터에 노릇노릇 구워서 바삭하게 먹기도 했었다.


그런데 어느날 화장실 앞의 체중계에 올라섰다가 깜짝 놀랐다. 미처 생각지 못했던 몸무게가 나도 모른 새 턱없이 올라가 있었다. 충격을 받고 내려온 뒤 한동안 빵 만들기를 중지했었다.


그리고 1년 후, 이스트 대신 발효종을 키워서 다시 치아바타와 발효빵 만들기를 계속하고 있다. 빵을 만들어서 동생들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남동생이

"누나, 제발 부탁인데 우리를 대상으로 실험하지 마!"했음에도 연습한 빵은 자연스럽게 동생들의 몫이 된다. 그나마 맛이 괜찮다니 천만다행이다.


견과류, 분말가루 등을 듬뿍 넣어서 만들어놓고 제대로 잡히지 않는 모양의 빵을 보고 제대로 된 빵을 만들고 싶어서 마음이 급했다. 기본부터 충실히 익히고 난 다음에 응용을 해야 하는데 빨리 건강하고 맛있는 빵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앞서서 서둘러 만들다보니 실패가 많다.


발효종을 처음 사용할 때 이스트를 끊었다가 떡이 되어서 남편의 계속적인 공격(?)을 받기도 했었다.

"그래, 바로 이거야. 지난 번처럼 그렇게 떡이 되면 안 되지. 이렇게 발효가 잘 되어야 하는데...."라는 말을 잊고 하는 건지 기억하고도 하는 말인지는 모르나 빵이 나올 때마다 반복한다.

"여보, 그 말이 몇 번째인지 알아? 떡이 된 것은 한 번이었거든."

"빵은 발효가 잘 되어야 한다는 말이지."하고 말하는 남편의 말이 가장 중요한 기본이라는 생각에 웃고 넘어갔다.


어차피 빵을 끊을 수 없다면 건강한 재료를 사용해서 만들어 먹자는 생각으로 지리산 농가의 조경밀을 주문해서 사용하고 있다. 조경밀 백밀가루와 통밀가루 3KG씩 포장해서 보내주신다. 주문한 밀가루로 빵을 만들면 시중의 밀가루로 만들었을 때 나온 색과는 사뭇 다른 마치 코코아나 초코렛, 커피가루 등을 넣어서 만든 진갈색의 색감이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언제쯤이나 적당히 부풀어 오른 빵 표면에 칼집 모양이 예쁘게 터진 먹음직스런 발효빵을 만들 수 있을까? 칼집을 내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보기에는 나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 믿었었는데 막상 해보면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좋아하는 지인들에게 쌀누룩 음료와 함께 선물해도 좋을 예쁘고 탐스런 발효빵을 만들고 싶은데 언제쯤이나 가능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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