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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옥임 May 03. 2022

발목

"지원아, 오늘은 할머니 발이 아파서 엄마하고 샤워를 해야겠다."

"싫어. 할머니하고 할 거야!"

"지원아, 할머니 발이 아파서 꼼짝 못하고 있잖아."

"제발~~~ 할머니하고 샤워할 거야."


우리 지원이가 할머니와 함께 샤워를 하는 것이 소원이라는 말에 발목의 통증으로 쇼파에 누워 있다가 일어나려는데 발딛기가 겁이 났다. 그래서 잠시 주저하다가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한 발을 내디뎠는데 신기하게도 염려했던 통증이 사라져서 제발 소원이라는 지원이와 샤워를 할 수 있었다.


저녁식사를 준비하려는데 아무런 이유없이 갑자기 발목이 아프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려니 여기고  계속 움직였는데 갈수록 뾰족하고 날카로운 곳에 찔리는 듯한 통증이 심해져서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었다. 결국 한쪽 발로  쇼파까지 와서 누워있어야 했다.


예전에 남편과 함께 포천의 평화교육연수원에서 연수를 받다가 간식으로 나온 견과류를 꺼내 씹는 순간 어금니가 세로로 깨져서 잇몸을 찌르는 통증과도 같았다. 경험해보지 않으면 날카로운 송곳으로 찔러대는 통증을 이해하지 못한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자 우리 삼둥이들이 난리가 났다. 베개를 갖다주는가 하면 냉동실에서 팩을 꺼내다주고 할아버지가 맨소래담으로 맛사지를 해보라는 말씀이 떨어지기가 바쁘게 맨소래담을 찾아서 갖다준다. 맛사지를 하고 나서 파스를 붙이겠다는 내 말에 첫사랑 지우가

"할머니, 파스 어디 있어요?"하고 묻더니 금세 찾아와서 파스 하나를 뺀다. 그리고

"할머니, 파스가 크지 않아요? 반절로 자를까?"라는 말에 잘라달라고 하자 능숙한 가위질 솜씨로 반절을 잘라서 건네준다.


맨소래담으로 맛사지를 하고 파스를 붙인 다음 삼둥이들이 꺼내다 준 팩으로 냉찜질을 계속 했다. 그리고 베개 위에 발을 올려놓고 누워서 쉬고 일어나니 통증이 말끔히 사라진 것이다. 순전히 우리 삼둥이들 덕분이다.


발목이 삔 것도 아니고 발목에 사전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갑자기 발목이 왜 찌르듯이 아팠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잠시의 통증으로 건강의 소중함을 새삼 절감하고 감사하는 기회가 되었다. 건강한 몸으로 가족들을 위해 움직일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한 일이고 건강한 몸으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크나큰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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