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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옥임 May 03. 2022

태풍 바비

사람도 날아갈 초강력, 괴력의 태풍이라는 바비의 예고가 무섭다. 태풍이 몰려온다는 보도에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비가 내려 널어두었던 고추를 서둘러 거두고 태풍 대비 설거지를 하느라 온 식구가 나서서 분주해졌다. 땀을 빼며 정신없이 태풍 설거지를 마치고 들어오니 언제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렸냐는 듯 해가 반짝 비친다. 


'태풍 예고였구만.'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남편은 오늘 밤 자정이면 태풍이 전라북도에 근접할 예정이고 바람이 장난 아니라고 했다며 단단히 대비하기 위해 장독대 유리 뚜껑에 작은 바위와 통나무들을 얹어두었다.  


그런데 왜 내 맘이 편치 않을까? 작년 태풍 때에는 대형단지의 유리 뚜껑이 날아가서 작은 단지 위에 털썩 주저 앉아 체면없이 박살이 났었다. 그래서였을까? 남편은 확실하게 대비를 하겠다는 뜻으로 뚜껑마다 덩치 큰 통나무와 작은 바윗돌을 얹어둔 것 같은데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혹여라도 개중에 하나가 날아가기라도 한다면 도미노처럼 모두 떨어질 상황이다. 빈 단지라면 그나마 마음이 덜 속상하겠지만 중대형 단지 3개에 된장들이 가득 차 있고 1개의 단지에는 3번 담근 간장들이 모두 모아져 있는데 도미노 현상으로 잇달아 떨어지는 바윗돌과 통나무들로 인해 단지들이 박살이 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저녁 식사 후 다시 나가 마저 태풍 설거지를 마치고 들어온 남편에게 

"여보, 단지 위 올려놓은 것들 바람에 떨어지지 않을까?"하고 묻자 남편은 자신있게

"그럼~~"하고 대답하는 소리에 사람 마음이 참으로 묘하다. 남편의 확신에 찬 대답으로 불안했던 마음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서해안의 해안가와 내륙지역은 오늘 밤에서 내일 아침 사이가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자고 일어나면 예제 태풍이 지나간 상처들로 태풍 피해특보가 보도될 테지만 아무쪼록 큰 피해 없이 태풍 바비가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가뜩이나 코로나로 장마로 힘들고 어려워진 상황들이 태풍의 피해까지 더해져서 고통이 배가되는 일이 없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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