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날아갈 초강력, 괴력의 태풍이라는 바비의 예고가 무섭다. 태풍이 몰려온다는 보도에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비가 내려 널어두었던 고추를 서둘러 거두고 태풍 대비 설거지를 하느라 온 식구가 나서서 분주해졌다. 땀을 빼며 정신없이 태풍 설거지를 마치고 들어오니 언제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렸냐는 듯 해가 반짝 비친다.
'태풍 예고였구만.'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남편은 오늘 밤 자정이면 태풍이 전라북도에 근접할 예정이고 바람이 장난 아니라고 했다며 단단히 대비하기 위해 장독대 유리 뚜껑에 작은 바위와 통나무들을 얹어두었다.
그런데 왜 내 맘이 편치 않을까? 작년 태풍 때에는 대형단지의 유리 뚜껑이 날아가서 작은 단지 위에 털썩 주저 앉아 체면없이 박살이 났었다. 그래서였을까? 남편은 확실하게 대비를 하겠다는 뜻으로 뚜껑마다 덩치 큰 통나무와 작은 바윗돌을 얹어둔 것 같은데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혹여라도 개중에 하나가 날아가기라도 한다면 도미노처럼 모두 떨어질 상황이다. 빈 단지라면 그나마 마음이 덜 속상하겠지만 중대형 단지 3개에 된장들이 가득 차 있고 1개의 단지에는 3번 담근 간장들이 모두 모아져 있는데 도미노 현상으로 잇달아 떨어지는 바윗돌과 통나무들로 인해 단지들이 박살이 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저녁 식사 후 다시 나가 마저 태풍 설거지를 마치고 들어온 남편에게
"여보, 단지 위 올려놓은 것들 바람에 떨어지지 않을까?"하고 묻자 남편은 자신있게
"그럼~~"하고 대답하는 소리에 사람 마음이 참으로 묘하다. 남편의 확신에 찬 대답으로 불안했던 마음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서해안의 해안가와 내륙지역은 오늘 밤에서 내일 아침 사이가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자고 일어나면 예제 태풍이 지나간 상처들로 태풍 피해특보가 보도될 테지만 아무쪼록 큰 피해 없이 태풍 바비가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가뜩이나 코로나로 장마로 힘들고 어려워진 상황들이 태풍의 피해까지 더해져서 고통이 배가되는 일이 없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