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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옥임 May 03. 2022

자가격리 해제

드디어 기나긴 2주간의 자가격리가 해제되었다. 2번째인 이번 자가격리가 유난히 길고 지루했던 것은 애어른 할 것 없이 땀띠가 날 정도로 무더운 날씨 속에서 힘든 시간들이었기 때문이다. 에어컨을 켜놓고도 움직이기만 하면 땀줄기가 온 몸을 타고 줄줄 흘러내렸고 아이들은 그늘에서 물놀이를 즐겼지만 폭염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했다. 


자가격리 전날 밤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 앳된 아가씨와 같은 환하게 웃는 목소리로 

"두 분 모두 음성 나왔습니다."하고 말하는 순간 얼마나 기쁜지 우리 아이들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 동안의 증상으로 보아서 당연히 아무런 이상이 없을 거라고 믿었지만 그러나 늘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정상이라는 연락에 가슴 한 켠 무거운 돌덩이가 떨어져 나간 홀가분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잠시 후 

"자가안전진단 검사 시간입니다."라는 문자가 알람과 함께 계속 울린다. 남편이

"아니, 오전에 검사받으러 가면서 온도계를 제출하고 왔는데 웬 자가검사야? 그리고 음성이 나왔는데 내일 12시까지 갇혀있을 이유가 뭐지?"라며 밖에 나가 보건소에 문의 전화를 하는 눈치다.


자가격리가 끝나는대로 딸과 삼둥이들을 데려다 줄 계획인데 남편은 자가격리가 끝나는 정오에 출발하면 한창 무더울 시간이어서 오전에 출발해야 한다며 보건소에 2가지 문제로 전화를 했단다.


첫번째는 검사결과가 음성으로 나왔는데 꼭이 다음날 12시까지 집에 있어야 하는 이유가 무어냐고 묻자 남편의 말도 맞는 말이나 안전을 위해서 법적으로 정해진 시간이니 불편하더라도 지켜달라며 정중히 부탁하는데야 더 이상 다른 말을 해야 할 이유가 없었단다.

그리고 2번째 검사를 받으러 갈 때 체온계를 제출해 달라고 해서 오전에 제출하고 체온계가 없는 상황인데 여전히 자가안전진단 검사를 하라는 문자가 계속 뜬다고 하자 자가안전진단은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단다. 


한창 애쓰는 보건소 직원들에게 문의 전화마저 폐가 된다는 생각도 들었으나 궁금한 것은 해소가 되어야 적극적으로 협조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는다.


다음날 12시 자가격리가 해제되자마자 곧바로 용인 수지로 출발해서 아이들과 짐만 내려주고 다시 서둘러 내려오니 생각보다 이른 시각에 도착했다. 집안으로 들어서자 2주 동안 함께 지냈던 우리 아이들의 빈자리가 휑하다.

어제 오후부터 딸과 아이들이 가져갈 짐을 싸고 1층 청소를 미리 해두었었다. 그리고 오늘 오전에는 삼둥이들 잠자리를 비롯해서 2층 청소를 딸이 해놓고 갔는데 여기저기 우리 아이들이 사용했던 물건들이 눈에 띄자 눈물이 핑 돈다.


"나는 할머니하고 여기 있을 거야."하고 아침에 말했다던 막내둥이 지원이는 할머니 껌딱지가 되어서 딱 붙어 다니던 모습이 눈에 선하고 늘 꼭두새벽에 일어나 식탁에 앉아 수학을 풀던 둘째 현우는 할아버지를 찾아 밖에 나갔다가도 이내 안방으로 들어와 

"할머니, 배고파. 밥 주세요."라며 나를 깨워 보채던 모습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컸다고 비시기 웃기만 하던 우리 첫사랑 지우도 그새 보고 싶다.


올라갈 때마다 자고 가라며 늘 붙잡던 삼둥이들이 이제는 붙잡는다고 주무시고 갈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헤어지기 전 꼭 껴안고 좀처럼 놔주지 않는다. 아이들을 겨우 떼어놓고 주차장으로 내려와서 딸과 인사를 나누는데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러나 아무렇지 않은 척 애써 참으며 헤어졌다.

제 몸 하나도 건사하기 힘들 정도로 깡마른 딸이 이제부터는 혼자서 삼둥이를 관리해야 하는데 얼마나 힘이 들까? 생각하니 안쓰럽고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누울자리 보고 발뻗는다고 우리 아이들이 상황을 더 잘 알기에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있을 때보다 스스로 규칙을 지켜서 잘 할 거라 믿는다.


다들 곤한 몸 편히 쉬고 느즈막히 일어난 일요일 한가한 오전.

[딸 (지우 현우 지원)] [오전 10:25] 집이 조용하겠네.ㅎㅎㅎ

[딸 (지우 현우 지원)] [오전 10:25] 우리는 집에 오니까 딱 체계가 잡히네. 바로 수학하고 공부함ㅋㅋㅋ


모두들 애썼다. 그리고 고맙다. 이번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때문에 덩달아 자가격리에 들어가서 꼼짝 못하고 2주 동안 갇혀있었지만 코로나 덕분에 삼둥이들과 함께 자가격리를 2번이나 했으니 언제 다시 이렇게 우리 강아지들과 기인 시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소중한 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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