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를 너무 많이 주문했다. 인터넷 장보기로 유기농 식재료를 미리 주문해 두고 먹는데, 냉장고에 여러 가지 채소가 남아 있는데, 똑같은 식재료를 연거푸 주문해서 비슷한 식재료가 쌓이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에는 순서를 정해두고 상하기 쉬운 채소부터 요리를 한다. 지난주에 배송 온 고구마순이 자꾸만 순위에서 밀려나 냉장고 한편에 머물러 있다. 고구마순은 나오는 철이 짧기 때문에 자주 먹지 않는 음식이고, 그러다 보니 더욱 손이 안 간다. 고구마순을 볶을까 하다가 껍질을 벗기는 과정을 생략해도 되는 조림을 하기로 정했다. 고구마순을 씻어서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물과 다시마를 넣고 끓였다. 양념은 멸치액젓 1큰술, 간장 1큰술, 설탕 1큰술, 고춧가루 1작은술을 넣었다. 조림을 하고 있었는데, 물을 많이 잡은 바람에 영락없는 찌개다. 고구마순이 충분히 부드러워졌을 때, 반마리 분량의 삼치를 작게 잘라 넣고 삼치가 익을 때까지 끓였다. 삼치는 향미를 내기 위해 넣었고 고구마순이 주재료다. 고구마순이 생선이랑 잘 어울린다더니 고구마순과 삼치의 맛이 각각 살아 있다. 고구마순은 푹 익혀서 껍질을 벗기지 않은 티도 나지 않고, 고구마순에 곁들인 삼치는 또 새로운 맛이다. 아이들도 꽤 잘 먹고, 나도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한동안 먹지 않았던 생선을 오랜만에 한 점 먹어 보았다.
점심에는 황태미역국을 끓였다. 미역을 불려서 빠득빠득 씻은 다음, 황태 한 조각을 같이 넣고 한참 끓였다. 미역국은 오랫동안 끓여야 맛있다. 멸치액젓 한 가지로 간을 했는데도 충분히 맛있다. 어젯밤부터 12시간은 족히 불려둔 현미와 팥, 검은콩으로 밥을 지었다. 물을 많이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팥과 콩이 물을 다 흡수했는지 팥이랑 콩은 부드럽게 잘 익었는데, 현미는 푸실푸실하다. 지난번 발아현미밥은 성공이었는데, 이번 밥은 동남아의 풀풀 흩날리는 밥처럼 되었다. 그나마 통곡물에 익숙해져 있으니 그럭저럭 먹을만했다.
이 보고서(120명에 이르는 연구자와 평가자들이 4,500건의 연구 보고서와 결과물을 분석한 것)는 모든 암의 60-70퍼센트는 예방이 가능하다면서, 예방책으로 활발한 움직임, 금연과 함께 가장 중요한 것으로 다음과 같은 식이요법을 꼽았다. “다양한 채소와 과일, 콩 종류, 최소한으로 가공 처리한 농산물 등으로 구성된 채식 위주 식단을 택하라.”(p.56) 존 로빈스, <존 로빈스의 음식혁명>
자연식물식 초기에는 과일을 엄청나게 먹었다. 과일이 많이 나오는 철이기도 했지만, 과일만큼 입에 맞는 자연식물식 식재료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요즘에는 채소로 만든 심심한 김치 반찬과 국, 샐러드가 맛있어서 충분히 넉넉히 섭취하기 때문에 과일이 그다지 먹히지 않는다. 배와 복숭아, 방울토마토를 조금씩 먹었고, 에어프라이어에 구운 고구마를 간식으로 계속 먹었다. 오전에 운동할 시간을 놓치고 나니 하루종일 산책을 제대로 못해서 유튜브의 요가 영상을 따라 했는데, 스트레칭도 되고, 몸의 움직임과 호흡에 관심을 갖는 시간이 되었다. 몸을 힘들게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요가를 하고 나니 몸이 개운해졌다. 전반적인 컨디션도 좋고, 피부도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얼굴의 혈색도 돌아왔다. 몸무게는 어제와 비슷하다.
* 표지 사진 : Unsplash의 micheile hender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