볶음김치를 했다. 볶음김치는 김치가 많은 때나 만들 수 있는 반찬인데, 내가 만든 김치가 많아서 남아돌 정도가 되고 볶아 먹게 되다니 놀랍다.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식습관과 식단의 변화에 정말 놀랄 일이 끊임없이 생기고 있다. 김치는 자고로 양가에서 얻어다 먹는 걸로 알고 지내다가, 지금은 조금씩 입에 맞는 김치를 삼삼하게 담그고 있다. 많이 담그면 오랫동안 보관해야 하니 김치를 짜게 담그게 된다. 조금씩 담그면 아무리 심심하게 담가도 며칠 만에 다 먹을 수 있으니 상하지 않고 개운한 무침처럼 먹을 수 있다. 김치 담그는 재미에 빠져서 이것저것 담그다 보니 냉장고에 오이김치, 열무김치, 양파김치, 양배추김치, 물김치, 그리고 어머니가 주신 햇배추김치까지 다양한 김치가 가득 차 있다. 반찬으로 내어 놓고 먹다 보면 애매하게 남는 김치를 모아두는데, 그런 허드레 김치가 많아져서 싹 볶았다.
이전에는 볶음김치를 만들 때에 항상 무엇을 더 넣어서 맛있게 할지 고민했다. 이제는 어지간한 반찬을 할 때에는 양념을 최소화한다. 볶음김치도 마찬가지다. 남는 김치를 모두 모아서 팬에 넣고 지진다. 잘 지져지면 설탕 한 작은 술을 넣고 한 번 더 볶고, 불을 끈 다음 참기름 한 큰 술 둘러서 잘 섞어주면 볶음김치 완성이다. 추가 재료를 몇 가지 넣지 않고 간단하게 볶은 김치를, 별 기대 없이 맛보았는데 아주 맛있다. 일부러 만든 채소반찬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양파김치와 양배추김치, 그리고 열무김치를 사용했는데, 김치에 들어간 곡기(밥을 갈아서 사용했다) 때문에 볶음김치가 걸쭉한 느낌이다. 김치들이 아직 숙성이 되지 않고 아삭아삭한 느낌이 있어서 식감도 좋고, 김치 자체의 간이 싱거우니 볶아도 짠 느낌이 없다. 일부러라도 만들어 먹고 싶은 맛이다.
아이들 간식으로는 바나나케이크를 만들었다. 어제 쌀식빵 만들기에 실패한데 이어, 오늘은 어지간하면 성공이 보장되는 (친환경) 핫케이크가루를 사용했다. 가루에 물과 달걀 세 개, 그리고 바나나 한 개를 으깨어 넣고, 올리브유를 조금 섞어서 반죽을 했다. 제빵기에 반죽을 넣고 케이크 모드로 돌렸더니 제법 맛이 괜찮은 빵이 되었다. 아이들 반찬으로 어묵국을 만들었는데, 황태와 무로 국물을 내고 두부를 잔뜩 넣고 끓였더니 국물이 진하고 개운하다. 나도 국의 어묵을 제외한 부분을 먹었다. 자연식물식 76일째다. 날씨가 시원해져서 쾌적한 느낌은 좋은데, 급격한 날씨 변화 때문인지 피부 일부가 매우 건조하다. 이런 날도 저런 날도 있으려니 하면서, 몸의 자연치유력을 믿고, 건강한 자연식물식을 유지하고 있다. 몸무게는 약간 늘었고 눈의 이물감은 이제 거의 가라앉았다.
지구상에는 각각 특정 전염병과 관련된 최소한 12개 정도의 바이러스를 몸에 지니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러나 어느 과학자도 바이러스 전염병의 대량 발생을 알리려고 이러한 사실을 인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경험 많은 바이러스 학자들은 이 바이러스들이 휴면 상태, 즉 면역 체계에 의해 중화된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은 또한, 다른 요인을 통해 면역 체계가 손상되거나 억제되지 않는 한, 이것이 감염된 사람들을 재감염으로부터 면역되게 만든다는 것을 알고 있다.(p.634) 안드레아스 모리츠, <건강과 치유의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