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의 건강과 육체적 고통은 결정적으로 장에 달려 있다. 누구도 변비, 가스 참 또는 설사에 시달리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러나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장이 외부 세계와 연결되는 가장 중요한 기관인 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장은 언제나 해로운 세균에게 공격받을 위험을 안고 있다. 그 때문에 자연이 우리의 면역계 대부분을 소화기관 주변과 소화기관 내부에 자리 잡도록 했을 것이다. 질병 유발인자나 위험한 유기물질이 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수십 억 개 면역세포가 소장에 매복하고 있다.(p.98-99) 마르쿠스 브라이언, <슈퍼토마토와 백신바나나>
집에서 비빔밥을 자주 먹지는 않지만 비빔밥 재료는 자주 만드는 편이다. 비빔밥 재료를 만들어 두면 굳이 밥을 비벼 먹지 않더라도 장에 좋은 다양한 채소와 나물을 먹을 수 있고, 달걀 프라이까지 몇 개 부치면 구색도 맞다. 자연식물식 중이라 달걀을 자주 먹지는 않지만, 유연하게 자연식물식을 유지하고 있으니, 식탁에 달걀이 남아돈다든가, 아주 맛깔스럽게 부쳐졌을 때에는 먹기도 한다. 노는 금요일(놀금. 회사도 가끔은 금요일에 쉰다)이라고 남편이 집에 있어서 점심은 비빔밥 재료를 뚝딱 준비했다. 사실 남편도 비빔밥을 즐기지는 않지만, 비빔밥 재료를 주욱 차려놓고 뜨끈한 국을 한 대접 퍼주면 그럭저럭 밥 한 그릇을 잘 비운다.
아이들 없이, 어른 둘이 먹을 음식이니 너무 기름진 음식보다는 담백한 음식이 좋다. 나는 아토피 때문에 자연식물식을 하고 있고, 남편은 나이가 들수록 소화기능이 떨어져서 절식을 하고 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처리해야 할 채소가 넘쳐난다. 그리하여 콩나물과 양파, 새송이버섯을 꺼냈다. 어쩌다 보니 버섯만 줄줄이 주문했는지 느타리버섯에 양송이버섯까지 버섯 삼총사가 있다. 공심채도 시들기 전에 먹어야 하는데, 너무 여라 가지를 하려면 부담되니 오늘은 두 가지 나물이다. 콩나물은 무수분콩나물무침을 하면 아주 쉽다. 팬에 콩나물을 씻어서 넣고, 아무것도 추가할 필요 없이(물도 기름도 없이), 뚜껑을 닫은 채로 중강불에 5분 정도 익힌다. 콩나물 익은 냄새가 나고 콩나물의 숨이 죽으면 불을 끄고 소금 한 작은 술, 후추 약간, 그리고 참기름 한 큰 술을 넣고 잘 섞어주면 완성이다. 오늘은 뚜껑을 열어보니 콩나물이 덜 익어서 불을 켠 상태에서 양념을 하고 볶은 뒤 조금 더 여열에 두었더니 콩까지 잘 익었다. 처음에 무순분 콩나물무침을 먹으면 (데쳐내서 무친 콩나물무침에 비해서) 맛이 진해서 어색할 수 있지만, 먹을수록 콩나물의 깊은 맛이 익숙해지고 좋아진다. 콩나물을 볶은 팬에 바로 양파 한 개를 길게 잘라서 볶다가 새송이버섯을 스틱으로 잘라서 함께 볶았다. 버섯이 어느 정도 노릇해지면 소금과 후추, 참기름 약간으로 간을 하면 된다. 버섯을 볶은 팬에 식용유를 살짝 두르고 달걀 프라이 두 개를 했다. 달걀이 반숙으로 익으면 소금과 후추를 살짝 뿌린다. 한 개씩 먹으려고 두 개를 했는데, 남편이 잘 먹어서 두 개를 다 주었다. 자연식물식을 하니 채소반찬이 아닌 음식에는 별로 욕심이 없다.
저녁에는 아이들도 함께 하는 식탁이니 제육볶음을 했다. 고기반찬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지만, 너무 안 하면, 가족들이 오히려 냉동식품이나 외부음식을 더 찾는 것 같아서 의도적으로 고기반찬을 하고 있다. 제육볶음용 돼지고기 두 근에 양파 1개, 고춧가루, 고추장, 간장, 소금, 설탕, 다진 마늘로 간을 해서 한참 볶다가, 느타리버섯 한 팩을 넣고 더 익혔다. 제육볶음에는 상추와 오이맛 풋고추를 곁들였다.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제육볶음은 입에 대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육식도 조금씩 먹고 있다. 오늘도 제육볶음을 조금 곁들인 상추쌈을 먹었다. 고기가 없으면 없는 대로 아쉽지 않지만, 있으면 있는 대로 몇 점씩 먹고 있다.
자연식물식 94일째다. 계획했던 30일이 지나고, 다시 100일을 계획했고, 계획했던 100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100일이 지나면 1000일을 해보아야겠다. 유연하게 한다면 자연식물식도 그리 어렵지 않다. 사실 유연한 자연식물식을 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고기까지 먹게 될 줄을 몰랐다. 채소, 과일, 통곡물에서 조금씩 음식의 종류를 넓혀서 이제는 거의 가리는 것 없이 먹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가공식품이나 냉동식품, 배달음식은 아직 먹지 않지만, 자연식물식을 위주로 하되, 상황에 따라 이외의 음식도 먹으니, 아주 편안하다. 100일이 지나면 자연식물식을 매일 기록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그때부터는 자연식물식 음식 중에 공유하고 싶은 반찬이 있을 때마다 글을 쓰려고 한다. 94일째인 오늘, 기분 좋게 땀을 뻘뻘 흘리며 대낮에 등산을 했고, 여전히 물김치를 하루 동안 두 대접(아침과 저녁에) 먹었다. 물김치는 샐러드 대용으로 먹기에 아주 좋다. 등산을 시작한 뒤로 식욕이 좋아져서 아침에도 밥을 먹기 시작했는데, 몸무게는 그대로다. 전반적인 컨디션도 아주 양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