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10킬로 마라톤을 달렸다. 중간중간 걷기도 했지만, 힘이 날 때마다 뛰어서 10킬로를 90분에 들어왔다. 달리고 나서 시장한 김에, 해물찜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10킬로를 처음으로 완주한 기쁨까지 겹쳐지니 자연식물식 반찬을 따지려는 생각은 쏙 들어가고, 오로지 즐거운 마음으로 여러 가지 해물과 콩나물을 맛있게 먹었다. 바깥 음식이라 매울까 봐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맵지 않고 간도 많이 자극적인 편이 아니라 만족스럽게 먹었다. 아침은 사과와 취나물 주먹밥을 감사히 먹었다.
마라톤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늦은 저녁 시간에 자연식물식 식사를 했다. 멸치볶음과 진미채볶음도 먹었지만, 물김치와 열무김치를 주로 먹었다. 마침 어제 열무김치가 떨어진 바람에 열무김치를 새로 담가두어서, 꺼내만 먹어도 되니 편했다. 어제 채소가게에 갔다가, 열무가 아주 싱싱해서 한 단을 사다가 바로 손질했다. 얼마나 싱싱한 지 뜯어내 버릴 겉잎도 거의 없고 뿌리 부분도 실해서 모두 사용했다. 열무는 씻자마자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소금 5큰술에 절였다. 열무 한 단의 양이 얼마나 많은 지 평소에 사용하는 보울에 다 들어가지 않아서 집에 있는 보울이 총출동했다. 열무를 소금에 (30분 이상, 숨이 죽을 때까지) 절이는 동안 양파 5개를 길쭉하게 자르고 양념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밥 대신 찹쌀풀을 쑤어 사용했다. 냄비에 물을 자박하게 붓고 찹쌀가루 1큰술을 풀어가며 끓였다. 한 번 끓어오르면 불을 끄고 식힌다. 찹쌀풀에 멸치액젓, 고춧가루, 매실청, 설탕, 식초를 2:2:1:1:1의 비율로 섞어서 양념을 만들었다. 절여진 열무를 채에 받쳐가며 두어 번 씻고, 양파와 양념을 버무려서 열무김치를 완성했다. 양이 많아서 큰 통에 가득 들어가고도 중간 사이즈의 통에 더 들어갔다. 오늘 일정을 마무리한 늦은 시각, 다른 반찬을 만들지 않아도 어제 만들어 둔 열무김치를 잔뜩 꺼내니 자연식물식 식탁이 금세 차려졌다. 아직 간이 다 들지 않았지만 풋풋하고 싱그러운 느낌에 삼삼하니 부담 없이 한 접시나 먹었다.
자연식물식 95일 차다. 마라톤을 하고 나서 해물찜도 먹고 디저트로 진한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몇 가지 케이크도 맛을 보았다. 워낙 일찍 일어나서 움직이고 달린 바람에, 커피도 케이크도 편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었다. 하루 종일 많이 먹었지만 더 많이 달려서 그런지 몸무게는 오히려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