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연구는 암, 자가면역질환, 뼈, 신장, 노인의 시력과 (인지능력 부전과 알츠하이머병 같은) 뇌 질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병이 식습관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질병들을 극복하고 예방하는 식습관은 무가공 식품, 식물성 음식이다.(p.34) 콜린 캠벨 외, <무엇을 먹을 것인가>
엊그제 담가둔 물김치를 꺼내어 맛보고 깜짝 놀랄 지경이다. 다른 때와 다르게 찹쌀풀을 넣었을 뿐인데 평소보다 세 배는 더 맛있다. 국물만 먹어도 얼마나 시원한지 막혔던 속도 싹 풀려 내려간다. 마음까지 가라앉혀 주는 채소반찬이다.
냉장고에 일주일째 양배추가 채소칸 한편에 자리하고 있고, 사과도 점점 쌓여가고 있다. 사과가 맛있어서 연거푸 주문했더니 먹는 속도에 비해 배송 오는 속도가 빠르다. 그래서 양배추와 사과를 주재료로 물김치를 담갔다. 얼마 전, 물김치에 오이 대신 사과를 좀 넣었는데 사과가 물김치에 잘 어울렸던 기억이 있다. 일단 양배추를 한 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양배추를 몇 번 씻고 소금 네 큰 술에 절였다. (냉장고에 있던 작은 양배추 한 통 정도의 양을 사용했다.) 양배추가 절여지는 동안 열무도 한 줌 꺼내어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소금 두 큰 술에 절였다. 양파 한 개와 사과 세 개도 한입 크기로 잘랐다. 주재료는 완성이다. 물김치는 재료를 작은 크기로 자르는 게 절반 이상이다. 재료만 적당한 크기로 잘라두면 그다음부터는 금방이다. 물 한 컵에 찹쌀가루 한 큰 술을 풀어가며 끓였다. 한 번 보글보글 끓어오르면 불을 끄고 식힌다. 평소에는 찬밥을 곱게 갈아서 찹쌀풀 대신 사용했는데 물김치가 조금 남았을 때 보면 밥이 갈아진 잔재가 남아서 좀 불편했다. 그래서 지난번에는 밥을 아예 넣지 않았더니 깔끔한 맛은 좋지만 좀 맹맹한 기운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처음으로 찹쌀풀을 쑤어 보았는데, 막상 쑤어 보니 5분도 걸리지 않는 간단한 과정이다. 식은 찹쌀풀에 (마스코바도) 설탕, 매실청, (천연) 식초를 1:1:1로 섞고 굵은소금을 한 작은 술을 섞었다(샐러드 대용으로 먹을 용도라 간을 거의 하지 않았다. 간간하게 먹으려면 소금을 한 큰 술 넣거나, 간을 보아가면서 멸치액젓을 추가하면 된다). 잘 섞은 양념을 김치통에 담고, 절여진 채소도 헹구어 통에 담았다. 절이지 않은 양파와 사과까지 넣고, 통 가득 물을 부어주면 완성이다.
간을 볼 때에는 맛의 큰 차이를 몰랐는데, 냉장고에 며칠 두고 이틀째인 오늘 꺼내어 먹어보니 아주 시원하고 감칠맛이 있다. 찹쌀가루 한 큰 술로 만든 찹쌀풀이 이렇게 큰 맛의 차이를 가져오다니 놀랍다. 국물이 맛있어서 국물만 한 컵 마셔도 좋다. 아침저녁으로 물김치를 한 대접 준비하면 따로 샐러드를 만들지 않아도 훌륭한 자연식물식 밥상이 차려진다. 이제는 물김치를 만들 때, 찹쌀풀 준비를 빼놓지 못할 것 같다. 찹쌀가루가 없으면, 멥쌀가루를 사용하고, 멥쌀가루도 없으면 밀가루 한 큰 술을 사용하면 된다.
아침 일찍 등산을 다녀오는데, 어제 경포마라톤을 달리면서 바라본 경치가 떠올랐다. 바닷가의 도로를 막고 달리는 기회를 맛보려고 신청한 마라톤이다. 달릴 때에는 무지하게 힘들고 땀을 뻘뻘 흘렸지만, 중간중간 소나무 뒤로 보이는 바다의 경치는 새벽부터 일어나 일출을 바라보며 경포로 달려온 것 이상의 기쁨이었다. 바닷길을 달리려는 마음에 10킬로를 난생처음 달리면서 고관절의 통증까지 느꼈지만, 그렇게 달리며 바라본 바다는 관광하며 바라보는 바다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뭐든 시작하면 가게 되어 있다. 자연식물식도 시작이 힘들지, 어느덧 100일이 다가오는 96일째다. 몸무게도 어제와 비슷하고 컨디션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