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자연식물식과 운동

by 소미소리
에너지 증가와 관련해서 오랫동안 수많은 근거를 보았다. 건강한 식생활을 하는 사람은 에너지를 많이 소모한다. 영양소와 신체 활동 사이의 시너지 효과는 극히 중요하고, 삶의 두 부분이 서로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p.313) 콜린 캠벨 외, <무엇을 먹을 것인가>


얼마 전부터 하루에 만보정도 걷고 있다. 오늘의 기록을 보면 11킬로, 만 오천보를 걸었다. 아침에 등산을 두어 시간 하고 이래저래 활동하다 보면 만 오천 보는 너끈히 걷는다. 원래부터 걷기를 좋아했지만 에너지가 떨어진 시기에는 일부러 힘을 그러모아서 걷곤 했는데, 요즘에는 진심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등산을 하고 걷고, 심지어 어떤 날에는 뛰기도 한다. 마치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동물성 음식보다 조미하지 않은 식물성 음식이 맛있게 느껴지는 것처럼, 슬슬 걷는 평지 산책보다 경사가 있는 산길을 한껏 올랐다 내려오는 것이 더 신이 난다. 자연식물식과 운동이 무슨 관계인지 생각해보지도 않았는데, 콜린 캠벨의 책을 보니 두 가지가 깊이 연결되어 있나 보다.


운동을 많이 하면서부터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등산을 시작한 즈음부터 아침 식사를 거르지 않고 있다. 그전에는 아침은 거르거나 과일 혹은 채소를 먹는 걸로 족했는데, 이제는 아침부터 밥과 반찬을 차려두고 먹는다. 물론 물김치 한 대접을 빼놓지 않는다. 물김치가 아주 시원하게 익어가고 있어서 먹을 때마다 감탄을 한다. 음식은 사람의 마음과도 연결되어 있는지, 화가 나거나 뭔가 탐탁지 않은 일을 당하여도 시원한 물김치 한 대접을 먹고 나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리고 ‘뭐 그리 화날 게 무언가? 뭐 그리 못마땅할 건 또 무언가?’ 하면서 좀 더 여유로운 마음을 갖는다. 아침에는 주로 냉장고에 있는 삼삼한 김치와 밑반찬으로 식탁을 차린다. 점심에는 냉장고의 콩나물을 꺼내어 무수분콩나물무침을 했다. 남편이 당분간 재택근무라 맛살도 네 줄 넣었다. 나만 먹을 음식이면 콩나물로 충분한데(맛살은 자연식물식음식에 포함되지 않는다), 함께 먹을 음식은 맛도 모양도 좀 더 내고 싶다. 팬에 콩나물(물도 기름도 없이)만 넣고 뚜껑을 덮고 5분 정도 익힌다. 콩나물이 어느 정도 익으면 맛살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넣고, 소금, 후추, 참기름도 추가해서 한 번 더 볶으면 콩나물맛살볶음 완성이다. 콩나물과 맛살의 조합은 처음인데, 두 가지가 상당히 잘 어울렸다. 맛살은 부서지면 부서지는 대로 맛과 모양이 나쁘지 않으니 조심성 없이 그냥 볶아도 문제없다. 굳이 살살 볶지 않아도 괜찮다. 어제 만들어 둔 밑반찬과 된장국을 더해서 점심을 차렸다.



저녁은 아이들도 함께 하는 식탁이니 조금 더 신경이 쓰인다. 맛이 없으면 밥을 아예 먹지 않겠다고 할 수 있으니 뭐라도 좀 자극적인 음식이 들어가는 게 낫다. 자극적이라고 해 보아야 고춧가루를 좀 더 쓰는 정도다. 감자 네 개를 깍둑썰기해서 기름에 볶다가 물을 자박하게 넣고 끓였다. 양파 2개도 깍둑썰기해서 넣고, 고춧가루, 간장, 설탕으로 간을 했다. 다시마도 몇 장 넣었다. 멸치육수를 쓰거나 멸치액젓을 써도 좋은데, 오늘은 둘 다 생략했더니 맛이 좀 아쉽다. 냉동실에 있던 어묵도 몇 장 꺼내어 뜨거운 물에 데쳐서 양파와 함께 볶았다. 다진 마늘과 간장, 설탕으로 달콤하고 짭짤하게 볶았다. 냄새가 좋아서 아이들이 흥미를 보였는데, 어묵을 뜨거운 물에 너무 오래 담가 두었는지 식감이 좀 떨어져서 아쉬웠다. 어묵볶음은 자연식물식 음식이 아니지만, 요즘에는 유연한 자연식물식을 하고 있으니 맛을 보았다. 간식으로는 사과와 (국산) 참다래가 제철이라 맛있게 먹고 있다. 참다래는 키위보다 맛이 진하고 강하다. 새콤한 맛이 강하지만, 잘 숙성이 되면 단맛도 강해진다. 참다래를 손으로 눌러보았을 때, 단단하지 않고 부드러우면 맛이 잘 들었을 때다.


자연식물식 97일째다. 엊그제 과식을 했고, 물론 자연식물식 이외의 음식도 실컷 먹었고, 최근에 아침부터 배불리 식사를 챙겨 먹고 간식까지 두둑이 먹어서인지 몸무게가 오랜만에 늘었다. 자연식물식을 하면서부터는, 게다가 운동의 양이 늘고부터는 많이 먹어도 몸무게는 그대로였는데, 오늘은 미세하게나마 늘었다. 자연식물식을 시작한 계기였던 아토피 피부는 많이 호전되어서 이제는 생활에 거의 불편을 주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자연식물식의 효과는 처음 20-30일 안에 나타나기 시작해서 계속 유지되고 있다. 눈의 이물감이라든가 피로감, 그리고 속이 부대끼는 느낌도 자연식물식 초기에 잡혀서 여전히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몸무게는 자연식물식 이전에 체질식을 할 때에 이미 10킬로 이상 빠진 상태라, 정상 범위의 체중이 계속 유지되고 있는 정도다. 모노다이어트(하루 이상 며칠 이내의 기간 동안, 생채소와 과일만 먹는 다이어트)를 하면 몸무게가 금세 많이 빠지는데,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몸무게도 곧 평소 상태로 돌아온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