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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든 무생채

by 소미소리
잘 알다시피 이런 질병들(풍요로 인한 만성 질환)이 나쁜 유전자나 운 때문이 아니라 좋지 않은 영양섭취에서 비롯된다는 연구 결과들은 아주 많다.(p.415) 콜린 캠벨 외, <무엇을 먹을 것인가>


무생채는 만들기 쉬운 자연식물식 반찬이다. 자연식물식을 시작하기 전부터도 가장 쉬운 김치로 무생채를 자주 만들곤 했다. 김치가 떨어졌는데, 배추김치는 엄두도 나지 않을 때도 무생채는 뚝딱 담글 수 있다. 냉장고에 며칠 째 서랍 한 칸을 차지하고 있는 무 한 개를 꺼냈다. 무를 깨끗이 씻고 필러로 껍질을 벗겨냈다. 무가 너무 커서 삼등분을 한 뒤에 굵은 채칼로 채를 쳤다. 채친 무는 소금 세 큰 술에 잠깐 절여 두면 된다. 잠깐만 절였다가 바로 헹구어 내고 양념에 무치면 되는데, 무를 절이는 동안 다른 반찬을 만드느라 무가 너무 절여졌다. 만들어 둔 양념의 절반밖에 넣지 않았지만 무가 너무 짜게 절여진 바람에 짠맛이 가시질 않는다. 김치는 물이 빠지면서 싱거워지니 싱거워지길 기다리거나, 무생채를 넣고 비빔밥이나 해 먹어야겠다. 물론 무생채가 짜니 고추장은 적게 넣고 밥을 비비는 게 좋겠다. 무생채의 양념은 멸치액젓, 고춧가루, 다진 마늘, 설탕, 식초를 2:1:1:1:1의 비율로 섞었다. 무와 양념을 잘 버무린 다음, 파와 양파도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살살 섞었다. 매실청을 넣어도 좋다.



보통은 싱거운 김치를 담가두고 채소를 양껏 먹는데, 오늘의 무생채는 너무 짜니 자연식물식 반찬으로 실컷 먹기는 어렵고, 짠 음식이 먹고 싶을 때 꺼내어 먹거나 김밥을 쌀 때에 단무지 대용으로 써야겠다. 김치를 짜게 담그기는 처음이다. 싱겁게 담근 김치는 시원하고 맛있게 익어가는데, 짠 김치는 어떤 향미로 익어갈지 궁금하면서도, 아쉽다. 오전에 외출한 김에 점심은 밖에서 칼제비(칼국수와 수제비가 섞인 음식)를 먹었다. 밀가루 음식(자연식물식 음식에 포함되지 않는다)을 주식으로 먹기는 오랜만인데,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피부가 거의 회복되어서 한 끼 정도는 밀가루 음식도 별로 부담스럽지 않았다. 오후에 간식으로 깜빠뉴와 팥찐빵을 먹었으니 오늘은 밀가루 음식을 많이 먹은 셈이다. 아침저녁으로는 삼삼하게 만들어 둔 물김치를 샐러드 대용으로 한 대접씩 먹었다. 물김치만 싱겁게 담가두면 자연식물식 채소 반찬은 걱정이 없다. 물김치의 건더기 위주로 한 대접 빡빡하게 뜨면, 한 끼에 먹는 채소의 양으로 충분한 느낌이다. 거기에 삼삼하게 담근 김치 몇 가지에 나물 반찬만 곁들이면 자연식물식 식탁은 뚝딱 차려진다. 별로 신경 쓸 일 없이 맛있고 건강하게 차릴 수 있는 식사가 자연식물식이다.


자연식물식 98일째다. 운동양이 많이 늘었지만 아침을 먹기 시작한 뒤로 몸무게가 1킬로 정도 늘었다. 피부도 거의 회복되었고 미미하게 불편하던 눈의 이물감과 갈증, 속 더부룩한 느낌도 자연식물식 초기에 잡힌 뒤로 계속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열과 땀을 낼 정도의 운동이 좋아서 매일 등산을 하고 있다. 아주 높은 곳까지는 아니지만 뒷산의 해발 480미터 정도의 봉우리에 올랐다 내려오는 재미가 있다. 산에 오를수록 멀리 보이는 경치도 좋고 바람도 상쾌해진다. 가을이라 단풍이 들기 시작하니 매일 산의 색이 바뀐다. 산책하기 좋은 계절이다.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마음에 평안이 깃들기 시작했고, 자연식물식 100일을 채워갈 즈음부터는 운동도 좋아지니 좋은 식습관이 좋은 생활습관마저 끌어들이는 힘이 있는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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