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이요법을 하면서 아침은 안 먹거나, 먹어도 과일과 채소로 간단히 때우는 정도만 했는데, 등산을 시작하고부터는 아침에도 밥을 먹고 있다. 자연식물식은 채소, 과일, 통곡물을 가공하지 않고 먹는 식사이니 밥(통곡물)을 얼마든지 아침부터 먹어도 되지만, 한동안 아침을 먹지 않는 게 더 편했다. 요즘은 하루에 만보 이상을 걷고, 많이 움직이는 편이라 아침부터 시장기가 느껴지니 아침을 먹는 게 편하다. 아침에는 밥과 물김치, 채소반찬에 과일을 주로 먹고 있다. 오늘 아침도 평소처럼 개운한 물김치 한 대접에 밥 한 공기를 먹었다. 단감을 넣은 양배추물김치가 적당히 숙성되면서 아주 시원하고 맛있어졌다. 물김치의 건더기까지 빡빡하게 퍼서 먹으면 샐러드를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채소가 부족한 느낌이 없다. 대신 물김치는 많이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삼삼하게 담그고(소금 간을 거의 안 하다시피 담근다), 삼삼하게 담그니 상하기 전에 먹을 수 있을 만큼 조금씩 담그는 게 좋다. 밥은 완전히 현미밥을 지을 때도 있지만, 가족들과 함께 먹기 편하도록 백미 베이스에 잡곡(오늘은 현미와 차조)을 20% 정도 섞어서 짓기도 한다. 물김치만 있어도 충분한데, 어제 만들어 둔 채소무침이 있으니 오늘의 자연식물식 식탁은 채소가 풍성하다. 과일 몇 가지를 준비하고(오늘은 사과와 대봉감을 준비했다), 그래도 반찬이 부족하면 구이김이나 멸치볶음 정도를 더 꺼낸다. 멸치는 자연식물식 반찬은 아니지만 종종 먹고 있다.
점심을 밖에서 먹게 되고, 저녁도 완전 자연식물식을 하지 못하더라도 아침만이라도 자연식물식에 가깝게 식사를 하면, 하루 종일 속이 편안하다. 점심은 외식할 일이 있어서 김치찌개를 먹었다. 외식할 때는 주로 비빔밥을 주문하는데, 오늘은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국물음식이 당겼다. 김치찌개의 고기만 빼고 맛있게 먹었다. 저녁도 추워서 뜨끈한 음식이 당기니, 어제 만들어 둔 돼지고기고추장찌개를 먹었다. 얼마 전에 삼겹살이 괜찮기에 고기를 일부러 몇 점 펐는데, 도저히 못 먹을 맛이었다. 어떤 날은 고기 맛이 괜찮은데, 또 어떤 날은 고기의 식감이 불편하다. 날이 추워져서 그런지 생채소도 별로 많이 당기지 않고, 숙채가 가장 맛있게 느껴진다. 간식으로는 군고구마와 모닝빵에 곁들인 자두잼을 먹었다. 모닝빵은 정제 밀가루가 들어가니 자연식물식은 아니지만 종종 맛있게 먹고 있다.
자연식물식 120일째다. 자연식물식을 거의 네 달째 유지하고 있는데, 처음 한 달만 힘들었지, 그다음부터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하고 있어서 날짜를 헤아리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다. 이제는 자연식물식이 그저 편안하고 일반적인 음식처럼 느껴진다. 고기만 빼고 한식으로 식탁을 차린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다. 가족들 먹을 반찬만 좀 더 다양한 식재료를 이용한다. 무엇보다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겉절이와 채소무침을 자주 하고 있고, 가족들도 삼삼한 김치와 채소무침을 충분히 먹을 수 있으니 더욱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