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미소리 Dec 04. 2024

두 끼의 비빔밥으로, 밖에서도 자연식물식

놀라운 밤이었다. 당황스럽게도 전국에 걸친 계엄 선포가 있었고, 늦은 시각에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계엄 해제로 뉴스가 도배되어 있다.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직접적인 제한이 가해지기 전에, 빨리 해제가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나, 민주주의의 후퇴가 역사에 기록되는 일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공기처럼, 건강처럼, 민주주의도 내 곁에 있을 때에는 당연하게만 느껴지더니 위태한 상황이 되니, 그것의 소중함이 느껴진다.


하루 종일 바깥 일정이 있는 날이라, 아침 자연식물식만 간단하게 차려 먹었다. 싱겁게 담가서, 샐러드처럼 먹을 수 있는 배추물김치 한 대접과 과일(단감, 사과)을 꺼냈다. 점심과 저녁은 밖에서 먹을 수 있는 가장 간편하고 만만한 자연식물식인 비빔밥을 먹었다. 점심은 나물비빔밥, 저녁은 소고기비빔밥을 먹었더니 같은 비빔밥이어도 느낌이 다르다. 소고기를 먹지 않으니, 소고기비빔밥에서 메인인 소고기를 다 빼고 먹었고, 맛은 당연히 별로였다. 채소비빔밥은 나름의 맛이 있는데, 메인이 빠져버린 소고기비빔밥은 지금까지 먹은 비빔밥 중에 솔직히 최악이었다. 악몽이라고밖에... 그러나 저러나, 밖에서 자연식물식에 가까운 음식을 먹은 건 맞다. 점심 디저트는 커피에 티라미수를 곁들였다. 커피와 티라미수는 자연식물식 음식은 아니지만, 친구가 책을 출간했고, 축하하는 즐거운 마음으로 맛있게 먹었다. 아메리카노가 진하게 느껴져서 반 잔도 채 못 마셨지만, 티라미수에 커피가 함유되어 있으니 그걸로 이미 충분했다.



저녁에 아이들이 이미 라면을 끓여 먹었기에 야식으로 김치볶음밥을 만들었다. 맛있는 김장김치가 잔뜩 있으니 김치볶음밥 만들기는 정말 쉽다. 팬에 기름을 조금 두르고 김치를 잘게 송송 썰어 볶는다. 찬밥도 같이 볶다가 우동간장과 설탕으로 부족한 간을 추가하고, 팬 한쪽에 달걀 두 개를 톡 깨뜨려 넣고 스크램블에그를 만든다. 잘게 썰어 둔 대파와 모차렐라치즈를 넣고 한번 더 볶으면 완성이다. 간만 조화로우면, 김치볶음밥 맛은 보장된다. 작은 아이와 맛있게 나누어 먹었다.


야식으로 볶음밥까지 먹었으니 많이 먹었는데도 자꾸만 간식이 당겨서 단감을 간식으로 먹으니 비로소 만족스러워진다. 인스턴트를 많이 먹을 때에는 인스턴트가 더 당기고, 라테를 매일 마실 때에는 늘 커피가 당겼는데, 이제는 과일을 좀 덜 먹으면, 충분한 양을 먹을 때까지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자연식물식 148일째다. 평화롭게 자연식물식을 유지하고, 이렇게 기록을 남기는 것, 모두가 감사한 일이다.


* 표지 사진 : UnsplashDhivya Subramani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